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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10화]

임도현이 앉기 전에

작성: 2026.06.12 19:27 조회수: 3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수요일 아침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비도 없었고, 엘리베이터도 한 번에 왔고, 자판기 커피도 처음 버튼에서 바로 나왔다. 현우는 그 조용함이 좋은 신호인지 나쁜 신호인지 판단하지 못한 채 상담실 문을 열었다. 책상 위에 수첩을 올려두고, 펜을 꽂아두고, 종이컵을 하나 더 챙겨왔다. 임도현의 예약 시간은 열 시 반이었다. 현우는 열 시 이십 분부터 앉아 있었다.

종이컵 안에 담긴 커피는 이미 미지근해지고 있었다. 한 모금 마셨다가 내려놓았다. 자판기 특유의 달고 쓴 냄새가 상담실 안에 얇게 깔렸다. 오진수가 전화로 한 말이 자꾸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까다롭다는 게 성격 문제인지, 아니면 상담 자체에 익숙한 사람이라는 뜻인지 구분이 안 됐다. 아는 척하면 바로 안다는 말도 그랬다. 칭찬인지 경고인지 경계가 흐릿했다.

현우는 수첩을 펼쳤다가 다시 덮었다. 뭔가를 적어두려 했는데, 적을 게 없었다. 아직 만나지도 않은 사람에 대해 뭘 적겠어. 펜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면서 자세를 한 번 고쳤다. 등을 의자 등받이에 붙였다가, 너무 편해 보일까 싶어 다시 앞으로 당겼다. 그러다 결국 중간 어딘가에서 타협했다. 열 시 이십칠 분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예약 시간보다 삼 분 빠른 노크였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렸다. 임도현은 생각보다 키가 컸다. 정장 차림이었는데 재킷 안에 흰 셔츠를 입고 있었고, 넥타이는 없었다. 출근 전에 잠깐 들른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고, 이쪽을 위해 딱 이만큼만 갖춰 입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현우는 그 애매함에서 잠깐 시선이 머물렀다. 일어서면서 손을 내밀었다.

"이현우 설계사님이시죠."

물음표가 없었다. 확인이라기보다 확인을 생략한 말이었다. 악수를 하면서 현우는 그 어조를 되씹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투. 아니면 원래 저런 사람이거나. 손바닥이 닿는 시간이 딱 필요한 만큼만이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 그 정확함이 오히려 어색했다.

"네, 맞습니다. 임도현 씨, 앉으시겠어요?"

임도현은 의자를 뒤로 빼고 앉았다. 가방을 무릎 위에 올리지 않고 옆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동작이 묘하게 익숙해 보였다. 이 자리에 처음 앉은 사람의 몸짓이 아니었다. 현우는 그걸 보면서 속으로 오진수의 말을 한 번 더 꺼냈다. 상담에 익숙한 사람. 아, 이런 뜻이었구나.

현우는 커피를 권했다. 임도현은 괜찮다고 했다. 짧고 또렷한 거절이었다. 무례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는데, 왜인지 메모를 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커피를 안 마신다, 라고. 물론 적지 않았다. 펜을 집었다가 그냥 수첩 위에 올려두기만 했다.

"오진수 씨한테 연락처를 받으셨죠?"

"네. 오진수 씨가 한번 만나보라고 해서요."

"오진수 씨랑은 어떤 관계세요?"

임도현은 잠깐 사이를 두었다. 짧은 사이였지만 현우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상담실 안이 조용했다. 복도 쪽에서 누군가 지나가는 발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가 사라졌다.

"협력업체 쪽이에요. 같은 프로젝트를 몇 번 같이 했고요."

강준혁이 같은 팀 소속이라고 했던 것과는 달랐다. 오진수와 강준혁은 직급 구조가 있는 같은 팀, 임도현은 협력업체. 세 사람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오진수와 연결되어 있었다. 현우는 그 구도를 머릿속에 정리하면서 다음 질문을 골랐다.

"그럼 오진수 씨한테 저에 대해 어떻게 들으셨어요?"

임도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웃는 건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신입이라고 들었어요. 근데 성실하다고."

현우는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자동으로 나온 말이었다. 속으로는 신입이라는 말이 먼저 들어왔고, 성실하다는 말이 그 뒤를 따라왔다. 순서가 중요했다. 오진수가 그 순서로 말했다는 게 칭찬인지 단서인지, 현우는 아직 판단을 보류했다. 펜 끝이 수첩 귀퉁이에 닿아 있었는데, 임도현의 시선이 그쪽으로 한 번 스쳤다. 현우는 손을 가만히 내렸다.

상담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흘렀다. 임도현은 질문이 많았지만 감정이 없는 질문이었다. 현우가 설명하면 듣고, 다음 질문을 꺼내는 방식이었다. 납입 기간, 해지 환급금 구조, 특약 조정 가능 범위. 하나씩 확인하고 넘어갔다. 오진수가 말한 까다로움이 이런 뜻이었나 싶기도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냥 꼼꼼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꼼꼼함과 까다로움 사이에는 얇은 선이 하나 있었고, 임도현이 어느 쪽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임도현이 특약 하나를 두고 "이건 해지하면 복원이 안 되는 거죠?"라고 물었을 때, 현우는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임도현은 "원칙적으로는"이라는 말에 잠깐 멈췄다. 현우는 그 멈춤을 느끼면서 덧붙였다. "실무상으로 예외가 생기는 경우도 있긴 한데, 그쪽에 의존하시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임도현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 끄덕임이 납득인지 기록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현우는 괜히 말을 더 얹지 않기로 했다. 지금 필요한 건 설명이 아니라 침묵이었다.

변곡점은 상담이 거의 끝날 무렵에 왔다.

현우가 간단하게 상품 구조를 정리하고 "혹시 더 궁금하신 게 있으세요?"라고 물었을 때, 임도현은 잠시 가방 쪽을 내려다봤다가 현우를 다시 봤다. 그 시선이 돌아오는 데 1초쯤 걸렸다. 현우는 그 1초를 느꼈다. 복도 쪽이 다시 조용해진 것도 그 순간이었다.

"강준혁 씨도 여기서 상담 받았죠?"

현우는 표정이 굳지 않게 하는 데 0.3초쯤 걸렸다. 아마 임도현은 그 0.3초도 봤을 것이다. 종이컵에서 김이 올라오지 않았다.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다.

"고객 정보는 제가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아, 그렇죠. 맞아요."

임도현은 쉽게 물러났다. 그런데 물러나는 방식이 이상했다. 거절당했다는 표정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었다는 표정에 가까웠다. 현우는 그 표정을 보는 순간 오진수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아는 척하면 바로 안다. 그 말이 지금 이 상황을 가리키는 건지, 아니면 현우 자신을 가리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현우는 뭔가를 더 말하려다 입을 닫았다. 설명을 덧붙이는 순간 더 이상해질 것 같았다.

임도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명함을 건넸다. 현우도 명함을 꺼냈다. 서로 명함을 교환하면서 임도현은 한마디를 더 했다.

"오진수 씨한테 잘 부탁한다고 전해주세요."

현우는 "네"라고 대답했다. 문 쪽으로 걸어가는 임도현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 말이 자꾸 걸렸다. 잘 부탁한다. 누가 누구한테 잘 부탁하는 건가. 임도현이 오진수한테, 아니면 오진수가 현우한테, 아니면 임도현이 현우한테. 어느 방향으로도 읽힐 수 있는 말이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상담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현우는 자리에 앉아 수첩을 펼쳤다. 오진수, 강준혁, 임도현. 세 이름이 한 줄로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 뭔가를 더 적으려다가, 펜을 멈췄다. 임도현이 강준혁의 이름을 꺼낸 타이밍이 자꾸 신경 쓰였다. 상담이 끝날 무렵이었다. 필요한 걸 다 들은 다음에 꺼낸 말이었다. 그게 우연이었을까. 휴대폰이 책상 위에서 한 번 진동했다가 멈췄다. 현우는 화면을 보지 않았다.

창밖으로 오전 햇살이 사무실 유리창에 비스듬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미지근해진 종이컵 커피에서 단내가 올라왔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이 이름들이 이제 각자 따로 놀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해졌다. 현우는 펜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집었다가, 다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오진수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는지, 아니면 먼저 정리해야 할 게 생겼는지. 그것도 아직 몰랐다. 모른다는 걸 인정하는 게 전보다는 조금 빨라졌다는 걸, 현우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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