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 여덟 시 반, 도현우가 출근했을 때 공용 폴더의 파일 이름 하나가 바뀌어 있었다. '사용금지_이소진_비교안초안'에서 '이소진_비교안초안_수정'으로 바뀌었고, 배달 없음 문구는 화면에서 사라져 있었다.
현우는 마우스를 움직이지 않은 채 변경 시각을 먼저 적었다. 오전 여덟 시 십이 분. 수정 계정은 시스템관리 공용 계정이었다.
민재가 뒤늦게 들어와 화면을 보고 말했다. "담당자가 고쳐 준 거 아니야? 이제 맞는 정보가 들어갔으면 된 거지."
"누가 어떤 근거로 무엇으로 고쳤는지가 안 보여. 원문 연결도 없어졌고. 이건 정정이 아니라 덮어쓰기가 될 수 있어."
현우는 수정 파일을 다시 바꾸지 않고 접근을 멈췄다. 시스템 담당자에게 변경 요청 번호와 작업자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동시에 원래 읽기 전용 사본의 해시와 보관 위치를 대조했다.
다행히 원문 사본은 정정 요청 폴더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활성 화면에서는 수정본만 보였고, 왜 바뀌었는지 표시가 없었다. 다음 상담자가 보면 처음부터 이 내용이었던 것처럼 생각할 수 있었다.
아홉 시 회의에 권태수와 민재, 시스템 담당자, 도현우가 모였다. 서아라는 아직 감사 지원 일정이 끝나지 않아 원격 참석도 하지 않았다. 현우는 고객 내용 대신 세 파일 번호와 서식 동작을 화면에 띄웠다.
시스템 담당자가 말했다. "고객 불편이 있으니 우선 틀린 문구를 지운 겁니다. 원본은 백업에 있잖아요."
"백업이 있다는 것과 정정 이력이 사용자에게 보이는 것은 다릅니다." 현우가 답했다. "다음 사람이 수정 이유를 모르면 같은 문구를 다른 경로에서 다시 가져올 수 있습니다."
권태수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그럼 고객 화면에 틀린 답을 계속 보여 주자는 건 아니지?"
"활성 화면에서는 사용 중지와 정정본을 먼저 보여야 합니다. 원문은 별도 이력에서 보존하고, 작성자·수정자·시각·근거를 연결해야 합니다."
현우는 종이에 흐름을 그렸다. 원문 내부 메모, 오류 발견, 고객 이의, 사용 중지, 본인 확인 사실문, 내부 정정본. 화살표마다 번호와 시각이 있었다.
민재가 물었다. "그럼 틀린 문구도 영원히 남는 거야?"
"보존기간과 삭제 기준은 정해진 규정대로 가야 해. 지금 우리가 마음대로 없애지 않는다는 뜻이지 영원히 보관하겠다는 뜻은 아니야."
회의에서는 임시 정정 이력 방식을 정했다. 활성 파일 첫 줄에 '정정됨' 표지를 붙이고 현재 확인 사실을 보여 준다. 원문은 별도 이력에서만 열 수 있고, 접근할 때 사유가 남는다.
정정 사유에는 '고객이 배달한다고 주장함'이 아니라 '고객 확인 직무 사실문과 출처 없는 기본값 불일치'라고 적었다. 고객의 말을 의심과 사실 사이에 애매하게 두지 않았다.
오전 열 시, 이소진 파일이 새 방식으로 다시 연결됐다. 현우는 활성 화면에서 외주 배달과 직접 배달이 함께 표시되는지 확인했다. 직무 판단이나 상품 추천 칸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그는 이소진에게 화면 캡처를 바로 보내지 않았다. 내부 계정과 파일 경로가 보일 수 있어, 정정 내역서 사본을 생성해 문서 번호와 바뀐 문장, 적용 시각만 교부했다.
이소진이 전화로 물었다. "배달 없음이라는 말은 이제 안 보이는 거죠?"
"활성 상담 화면에서는 정정된 사실이 먼저 보입니다. 원문은 정정 이력 증거로 제한 보존되고 일반 상담 자료로 쓰이지 않습니다."
"왜 틀렸는지도 적혀 있어요?"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서식 기본값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 중이고, 고객 직무 사실문과 불일치해 정정했다는 사유가 있습니다. 원본 작성경로의 최종 책임 확인은 아직 남았습니다."
이소진은 그 말을 받아 적는 듯 잠시 조용했다.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네요."
"네. 고객 기록 정정과 서식 관리 원인 확인은 다른 단계입니다. 공식 문의 회신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차도윤 파일에도 동일한 사용 중지 표지만 적용됐다. 아직 본인이 직무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으므로 새 답을 넣지 않았다. '배달 있음'으로 반대로 추측하지도 않았다.
남수경 초안은 활성 상담 목록에서 제외됐다. 원문은 미체결 처리와 보존기간 검토가 끝날 때까지 제한 이력에 남았고, 상품 비교나 팔로업 자료로 불러올 수 없게 했다.
민재는 세 파일을 보며 말했다. "고친다는 게 다 같은 버튼이 아니구나."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소진에게는 확인된 사실이 있었고, 차도윤에게는 사실 확인이 남았고, 남수경에게는 상담을 계속하지 않을 경계가 먼저였다.
점심 무렵 시스템 담당자가 4.2판 체크리스트 전체 사용 중지를 공지했다. 문구를 삭제한 새 파일을 바로 배포하지 않고, 원본 작성경로와 다른 기본값을 먼저 검사하기로 했다.
권태수는 공지 끝에 '상담 지연 최소화'를 넣으려 했다. 현우는 고객에게 임시 수기 질문지를 쓰는 이유와 답변 출처를 설명한다는 문장을 함께 넣어 달라고 요청했다.
"절차가 늘어나면 계약이 늦어질 수 있어." 권태수가 말했다.
"틀린 답으로 빨라진 계약은 나중에 더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다만 불필요한 항목을 줄여 질문 수 자체는 검토하겠습니다."
권태수는 문장을 넣었다. 흔쾌한 표정은 아니었지만 반대하지도 않았다. 현우는 그것을 큰 승리처럼 기록하지 않았다. 해야 할 통제가 문서에 한 줄 추가된 일이었다.
오후에는 정정대장 첫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파일 번호, 원문 생성 시각, 발견자, 고객 확인 여부, 현재 상태, 정정자, 근거 문서, 다음 확인일. 빈칸은 '없음'이 아니라 '미확인'으로 표시됐다.
현우는 자신의 이름도 작성자 칸에 넣었다. 이소진 상담에서 출력물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고객에게 보여 준 책임이 있었다. 오류를 발견한 사람이 곧 오류 밖에 서는 것은 아니었다.
퇴근 무렵 수정 파일의 제목에서 '_수정'이라는 모호한 말을 뺐다. 대신 정정 이력 번호가 붙었다. 누가 마지막 파일인지 감으로 고르지 않아도 됐다.
현우는 접근 이력도 시험했다. 일반 상담자 계정에서는 원문 내용 대신 정정됐다는 표지만 보였고, 조사 권한을 받은 계정이 원문을 열자 사유 입력 창과 열람 시각이 남았다. 잘못된 답을 아무나 다시 복사할 수 없으면서도 누가 확인했는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시스템 담당자가 일부러 근거 문서 없이 정정본을 바꾸려 하자 저장이 막혔다. 화면에는 고객 확인 문서 번호와 변경 사유를 입력하라는 안내가 떴다. 현우는 성공 화면뿐 아니라 실패한 시도와 차단 이유도 시험표에 적었다. 통제가 실제로 거절할 때에만 문서의 약속이 기능한다고 보았다.
다음 근무자가 정정 이력 번호만 보고도 현재 사용할 문서와 보존된 원문을 구별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민재는 설명을 듣지 않고 화면을 읽어 정정본을 골랐고, 원문을 열려 하자 접근 사유가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현우는 말로 보충하지 않아도 순서가 보일 때에야 시험 완료 시각을 남겼다.
모니터를 끄기 전 현우는 원문과 정정본을 각각 열지 않고 연결 상태만 확인했다. 잘못된 문장을 남긴다는 것은 그것을 계속 쓰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사라지게 하지 않음으로써 다시 쓰이지 않게 하는 방식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이소진 정정 내역서와 아직 빈 차도윤 사실 확인지, 연락을 멈춘 남수경 상태표가 나란히 놓였다. 같은 오류에서 시작했지만 서로 다른 현재였다. 정정 이력이 그 차이를 지우지 않고 붙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