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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5화]

준수의 방 하나

작성: 2026.09.01 19:51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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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수의 합격 메일은 새벽 한 시 십칠 분에 도착했다. 지역 설비안전 회사의 현장 교육 과정과 수습 일자리, 교육장 근처 청년주택 입주 기회가 함께 적혀 있었다. 준수는 아침까지 메일을 열어 둔 채 답장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강민주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아들이 식탁에 앉아 있는 것을 봤다. 화면 위 지도에는 집에서 한 시간 반 떨어진 주소가 표시돼 있었다. 그는 축하보다 먼저 교육 시작일을 봤다. 새 세탁소 장비를 옮기기로 예상한 주와 겹쳤다.

“좋은 데야?” 민주가 물었다.

“배울 수는 있을 것 같아. 처음 여섯 달은 돈이 많지 않아.” 준수는 청년주택 월세와 교통비를 적은 표를 보여 줬다. “그런데 가게 옮길 때 내가 없으면 엄마 혼자 못 하잖아.”

민주의 입안까지 `한 달만 미루면 안 되니`라는 말이 올라왔다. 그는 물을 마시며 그 말을 삼켰다. 한 달은 교육 기회를 놓칠 수 있는 시간이었고, 한 번 미룬 준수는 다음에도 가게 형편을 먼저 볼 사람이었다.

“옮기는 일은 업체와 일정을 다시 짤 수 있어. 네 시작일은 네가 정해.”

준수는 안도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괜찮은 척한다고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그는 합격을 포기하면 임시 점포 일을 도울 수 있고 이사비도 줄일 수 있다고 계산했다. 민주가 예전 가계부에서 자주 쓰던 방식과 닮아 있었다. 사람의 시간을 돈이 없는 칸에 넣는 방식이었다.

민주는 새 점포 이전표를 가져와 `준수 도움`이라고 적힌 줄을 지웠다. 기계 운송은 전문업체 견적을, 포장과 고객 연락은 단기 도움 비용을 다시 넣었다. 금액은 늘었지만 계획이 정직해졌다. 아들이 남아야만 성립하는 가게라면 새 주소에서도 같은 삶이 반복될 터였다.

“내가 돈을 벌면 생활비 더 보낼게.” 준수가 말했다.

“네 월세와 밥값을 먼저 계산하고 이야기하자.” 민주는 거절도 약속도 하지 않았다. 부모에게 드리는 돈을 사랑의 증거로 만들지 않고, 실제 소득이 나온 뒤 두 사람이 감당할 범위를 정하기로 했다.

그날 저녁 두 사람은 생활비 분담 표를 만들었다. 첫 석 달은 민주가 보증금 일부를 빌려 주고, 준수는 수습 급여가 들어온 뒤 정해진 소액을 갚는다. 이자는 없고, 갚지 못하는 달에는 미리 말한다. 세탁소 매출이 부족해도 추가 송금을 당연한 의무로 두지 않았다.

준수는 도움을 받으면 독립이 아니라고 말했다. 민주는 자기도 처음 세탁기를 들일 때 최용배와 이웃의 손을 빌렸다고 했다. 도움을 숨기지 않고 범위와 끝을 함께 정하는 것이 서로의 삶을 삼키지 않는 독립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주택 방을 보러 간 날, 방은 침대와 책상만 놓으면 가득 찰 만큼 작았다. 창문 밖에는 다른 건물 벽이 보였다. 준수는 기대했던 표정을 짓지 못했다. 그래도 출입구와 비상계단, 관리 연락처, 계약 종료 조건을 자기 수첩에 적었다.

민주는 대신 묻지 않았다. 아들이 관리인에게 보증금 반환과 공과금, 야간 출입, 화재경보기 점검일을 물을 때 옆에서 기다렸다. 질문 하나를 빼먹어도 바로 끼어들지 않고 마지막에 준수가 더 물을 것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만 고개를 들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준수는 그 방에 살면 집을 버리는 것 같다고 했다. 민주는 자기 가게 때문에 그런 마음을 갖게 한 시간을 부정하지 않았다. “네가 다른 방에서 잔다고 우리 집이 없어지는 건 아니야. 나도 다른 가게로 가는데 세탁소 일을 버리는 건 아니잖아.”

준수는 주말마다 도우러 오겠다고 했다. 민주는 매주라는 약속을 받지 않았다. 교육 일정이 나온 뒤 방문할 날을 서로 정하고, 급한 가게 일은 일하는 사람을 구하기로 했다. 가족 약속도 무기한 대기표가 아니라 바꿀 수 있는 일정이어야 했다.

합격 회신 마감 날, 준수는 수락 버튼을 눌렀다. 메일에는 출근일과 준비 서류가 나왔다. 그는 기뻐하다가 곧 새 점포 계약일을 물었다. 민주는 아직 안전 시험과 보증금 일정 확인이 남았다고 답했다. 아들의 출발을 가게 결정에 묶지 않았다.

최용배는 소식을 듣고 낡은 공구함 하나를 가져왔다. 현장 일을 한다고 아무 도구나 쓰지 말고 회사 지급 장비와 안전 기준을 먼저 확인하라고 했다. 준수는 공구함을 받아 들었다가 교육 뒤 필요한 것만 고르기로 했다. 선배의 호의도 새 직장의 규칙보다 앞서지 않았다.

박명자는 준수에게 건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전기실을 봐 달라고 농담했다. 준수는 자신은 점검 자격자가 아니며 담당 업체 기록을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는 아들이 이제 도와주는 사람과 책임지는 사람의 차이를 자기 말로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이사 준비 첫날 준수는 책상 서랍에서 세탁소 영수증 묶음을 발견했다. 그는 버릴지 물었고 민주는 보존 기간이 남은 장부와 개인 추억을 나눠 상자에 넣었다. 아들의 방이 어머니 가게 서류 창고로 남지 않게 필요한 것만 가져왔다.

준수는 자기 방 상자에 교재, 옷, 작은 전기주전자를 넣었다. 세탁소 물건은 하나도 넣지 않았다. 마지막에 가족 사진을 넣으며 매일 전화하겠다고 했다가 “일주일에 한 번은 제대로 통화하자”고 고쳤다. 매일 못 지킨 죄책감보다 지킬 수 있는 시간을 고른 것이다.

민주는 아들이 떠난 뒤 혼자 먹을 식사표를 짰다. 바쁘면 굶는 습관을 준수의 잔소리 없이도 바꿔야 했다. 새 가게 근처 반찬가게와 늦게까지 여는 식당을 적고, 휴무일을 임대 계약 협상표에 넣었다. 독립은 떠나는 사람만의 숙제가 아니었다.

준수의 교육 담당자는 입사 전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다. 위험 작업은 혼자 하지 않고, 수습 직원이 서명할 수 있는 범위와 보고 순서가 따로 있다는 내용이었다. 준수는 세탁소에서 많이 도왔다고 말하려다가, 그 경험이 자격을 대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교육 질문란에 모르는 장비를 적었다.

민주는 화면 밖에서 설명회를 함께 듣지 않았다. 끝난 뒤 준수가 보여 준 안전 연락표만 봤다. 회사가 제공할 보호구와 개인이 준비할 물건, 야간 근무 가능 시점이 구분돼 있었다. 민주는 위험하면 곧장 그만두라고 명령하는 대신, 교육받은 중단 기준을 지키고 문제가 있으면 공식 담당자에게 말하라고 했다.

청년주택 관리인은 입주 전 화재경보기 시험과 가스 차단 위치를 안내했다. 준수는 휴대전화로 찍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손으로 비상계단까지 걸었다. 문 하나가 자동으로 닫히지 않는 것을 발견해 접수했고, 관리인은 입주 전 수리 완료 시각을 문자로 보냈다.

민주는 수리가 끝날 때까지 자기 집에서 지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준수는 확인서를 받은 뒤 예정대로 들어가기로 했다. 독립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도, 작은 문제를 핑계로 되돌리는 것도 아니었다. 확인하고 고친 뒤 선택을 유지하는 연습이었다.

두 사람은 첫 석 달의 도움을 다시 읽고 비상 상황 칸을 더했다. 아프거나 급여가 늦을 때 먼저 말할 사람과 쓸 수 있는 한도, 돈 대신 제공할 수 있는 식사나 임시 숙박을 적었다. 비상 도움은 무제한 의무가 아니라 다시 상의할 문이었다.

입주 계약서에 서명하는 날 준수는 자기 이름을 천천히 썼다. 민주도 보증금 일부 대여 확인서에 서명했지만 보호자처럼 모든 칸을 채우지 않았다. 열쇠는 준수가 직접 받았다.

밖으로 나오자 두 사람 손에는 서로 다른 주소가 적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준수는 “가게 옮기는 날은 꼭 갈게”라고 말했다. 민주는 “올 수 있는 시간을 알려 줘. 못 오면 업체랑 할게”라고 답했다. 붙잡지 않는 말은 무심한 말이 아니었다. 아들의 삶을 자기 위기의 예비 인력으로 남겨 두지 않겠다는 가장 구체적인 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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