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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3화]

명자가 연 소유자 회의

작성: 2026.09.01 19:51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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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자는 회의 시작 한 시간 전에 도착했다. 그는 예전처럼 서류를 낡은 장바구니에 섞어 오지 않았다. 등기 확인 자료와 권리자 위임장, 관리 업무 범위, 세입자 계약 목록을 다른 색 파일에 넣었다. 강민주는 문 앞에서 이름표를 나눠 주며 그 변화를 말없이 보았다.

긴 탁자 한쪽에는 소유 관계를 확인한 권리자들이 앉았고, 다른 쪽에는 점포와 주거 세입자들이 앉았다. 박재원 자리는 가운데가 아니었다. 그는 일정 연락과 현장 관리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으로 이름표 아래 범위가 적혀 있었다.

박명자는 첫 문장부터 사과했다. “지난번에는 누가 결정할 수 있는지부터 흐렸습니다. 오늘은 결정권과 연락 역할을 나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박태식 사후 정리된 내용을 날짜대로 읽었지만, 오래된 상속 갈등을 다시 극적인 비밀처럼 꺼내지 않았다.

현재 큰 보강이나 매각 방향은 권리자 회의가 결정하고, 박재원은 견적 수집과 공지 전달, 시설 출입 일정만 맡을 수 있었다. 박재원도 그 범위를 확인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그는 세입자에게 개별 퇴거 날짜를 약속하거나 강요할 권한이 없다고 직접 말했다.

황 사장은 낮은 목소리로 “전에는 당신이 다 정한 것처럼 말했잖아”라고 했다. 박재원은 변명하지 않고 그때 권한보다 넓게 행동했다고 인정했다. 민주는 그 사과가 오늘 조건을 대신하지 않도록 회의록에 현재 권한과 과거 책임을 다른 항목으로 남겼다.

권리자 측은 전면 보강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검토 결과를 공개했다. 단계적 공사도 장기간 임대수익이 줄고 추가 대출 조건이 불확실했다. 그래서 합의한 기간을 두고 세입자 이전과 건물 매각 또는 정비 사업을 검토하는 안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회의실이 술렁였다. 한 세입자는 결국 내쫓으려 점검을 한 것이냐고 물었다. 박명자는 점검 결과를 이유로 서둘러 계약을 끝내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영원히 남을 수 있다고 약속하지도 않았다. 결정할 수 있는 기간과 필요한 협의 항목을 문서로 만들자고 했다.

민주는 자기 계약서를 펼쳤다. 보증금 반환일, 월세 정산, 설비 철거와 원상회복, 이사 중 출입, 간판 철거, 남은 공과금이 한 문장에 섞여 있었다. 그는 세입자 공동 질문표를 꺼내 항목을 하나씩 나눴다.

“이전 날짜부터 정하면 나머지는 급해서 따라가게 됩니다.” 민주가 말했다. “보증금이 언제 어떤 계좌로 돌아오는지, 수리한 배수와 전기는 철거 대상인지, 기계를 빼는 날 전기와 수도를 누가 관리하는지 먼저 서면으로 보고 싶습니다.”

다른 세입자는 빨리 나가면 이사비를 더 준다는 소문을 물었다. 권리자들은 아직 정한 바가 없다고 답했다. 민주는 구두 제안이 생기면 모든 세입자에게 같은 기준과 유효기간을 공개하고, 개별 선택은 비공개로 존중하자고 요청했다. 먼저 겁먹은 사람이 불리한 조건에 서명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박재원은 빈 점포부터 빨리 넘기면 협상이 쉬워진다고 말했다. 민주는 그가 견해를 말할 수는 있지만 계약 종료를 확정할 수 없다는 회의 규칙을 다시 확인했다. 그의 말을 음모로 몰지 않고 권한보다 큰 문장이 되지 않게 제자리로 돌렸다.

박명자는 첫 제안으로 여섯 달의 협의 기간을 내놓았다. 세입자들은 새 점포를 구하고 설비를 옮기기에는 짧을 수 있다고 했다. 주거 세입자는 학기와 이사철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날짜 하나가 모두에게 같은 길이가 아니었다.

민주는 자기 세탁소만 더 오래 남겨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대신 업종별 준비 기간과 주거 이전 사정을 제출하고, 공통 최소 기간과 개별 조정 기준을 함께 만들자고 했다. 목소리가 큰 가게만 시간을 더 얻는 방식은 다음 갈등을 남길 수 있었다.

점심 뒤 권리자와 세입자는 세 조로 나뉘었다. 보증금·정산, 시설·철거, 일정·안전이었다. 각 조에는 결정할 수 있는 권리자와 실제 이동해야 하는 세입자가 함께 들어갔다. 관리사무소는 회의록만 맡고 결론을 대신 쓰지 않았다.

보증금 조에서는 건물 매각 전에 반환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질문으로 남았다. 권리자 측은 확정되지 않은 대출을 약속하지 않고, 가능한 계좌와 지급 순서를 다음 회의까지 제시하기로 했다. 민주는 돈이 마련될 거라는 말 대신 확인할 문서 목록을 적었다.

시설 조에서는 지난해 본수리한 배수와 분전반을 누가 소유하는지 논의했다. 점포별로 설치한 기계 연결부와 공용 설비를 나눠 현장 표시하기로 했다. 예전 수리 비용 분담을 다시 다투기보다, 철거할 것과 남길 것을 사진과 도면으로 합의하는 일이 먼저였다.

일정 조는 퇴거 전 안전점검을 계속하고, 빈 점포가 생겨도 피난 통로와 방범을 관리하기로 했다. 한 가게가 나갔다고 남은 사람의 생활이 더 위험해지지 않도록 마지막 세입자가 떠날 때까지 관리 책임자를 지정했다.

해가 질 무렵 초안이 나왔다. `퇴거 합의서`가 아니라 `협의 원칙서`였다. 누구도 그날 이전에 동의한 것이 아니며, 개별 계약 변경은 설명과 숙려 기간 뒤 별도로 서명한다는 문장이 첫 줄에 있었다.

박명자는 도장을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오늘은 도장을 찍는 날이 아니었다. 그는 다음 회의까지 권리자별 부담 가능 범위와 보증금 반환안을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박재원은 시설 현황 사진을 모으되 세입자 동의 없이 점포 안을 촬영하지 않기로 했다.

준수는 회의가 끝난 세탁소에서 왜 바로 합의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여섯 달이면 새 가게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민주는 “찾는 것과 옮길 수 있는 건 다르다”고 답했다. 계약, 기계, 손님 물건, 현금 흐름이 모두 같은 날 준비돼야 했다.

일주일 뒤 수정 원칙서에는 보증금 반환 확인 뒤 열쇠 인도, 원상회복 범위의 사전 사진 합의, 이전일 전 공용설비 유지, 개별 제안 공개 기준, 최소 숙려 기간이 들어갔다. 받을 금액이나 추가 지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칸으로 남았다.

세입자들은 그 원칙서에만 공동 서명했다. 이전 자체에 동의한 서명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순서 없이 결정하지 않겠다는 서명이었다. 민주는 자기 사본을 장부에 넣고 박명자에게 말했다. “이제 새 가게를 보겠습니다. 그렇다고 이 종이보다 먼저 열쇠를 주지는 않겠습니다.”

이튿날 한 권리자가 민주에게 따로 연락해 일찍 비우면 작은 지원금을 먼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는 금액부터 묻지 않고 다른 세입자에게도 같은 기준이 공개되는지 확인했다. 아직 공동안이 아니라는 답을 듣고, 제안 내용을 회의 간사에게 전달한 뒤 개인 답변을 보류했다.

권리자는 사적인 대화까지 알릴 필요가 있느냐며 불편해했다. 민주는 개인 사정을 공개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퇴거 순서에 영향을 주는 기준을 공동 문서 밖에서 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조기 이전 지원은 희망자 모두가 볼 수 있는 조건과 신청 기한으로 다시 제안됐다.

민주는 신청할 수 있었지만 새 점포 검사와 보증금 반환일이 맞지 않아 이번에는 선택하지 않았다. 지원금을 거절한 사실을 도덕적인 결단으로 꾸미지 않고, 자기 자금표와 일정에 맞지 않았다는 이유만 남겼다. 다른 세입자가 신청해도 배신으로 보지 않았다.

박명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재원은 회의실 의자를 접어 창고로 옮겼다. 그는 더 이상 이야기의 중심에서 열쇠를 흔들지 않았다. 누가 소유하고 누가 관리하며 누가 삶을 옮겨야 하는지가 같은 문서 안에서 각자의 이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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