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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2화]

고칠 수 있음과 살 수 있음

작성: 2026.09.01 19:51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추가 설계 설명회 날, 회의실 앞에는 의자가 모자랐다. 한 달 동안 주민들은 `보강 가능`이라는 말을 서로 다르게 옮겼다. 어떤 사람은 건물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뜻으로, 어떤 사람은 곧 모두 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들었다. 강민주는 문 옆에 서서 보고서 배부 수를 먼저 확인했다.

구조기술자는 첫 화면에 결론을 두 줄로 띄웠다. 보강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기둥과 계단, 피난 통로 공사를 함께 하면 여러 점포의 임시퇴거가 필요하고, 공사 순서에 따라 기간과 비용 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가능하다는 말 뒤에 붙은 조건이 화면 절반을 차지했다.

박명자는 밝은 목소리로 “그럼 고치면 되겠네”라고 말했다. 뒤쪽 세입자는 “그동안 장사는 누가 책임지느냐”고 바로 받았다. 두 말 모두 틀리지 않았다. 건물은 고칠 수 있었고, 그 공사를 견디는 사람들의 생활은 따로 계산해야 했다.

민주는 준비해 온 비교표를 펼쳤다. 첫 칸은 전면 보강 뒤 계속 사용, 둘째는 단계별 공사와 순차 이전, 셋째는 합의한 기간 안에 퇴거하고 매각이나 정비를 소유자가 선택하는 안이었다. 어느 칸에도 `정답`이라고 쓰지 않았다.

각 안 아래에는 공사 예상 범위, 영업을 쉬는 기간, 임시 점포 가능성, 보증금 반환 시점, 소유자 비용, 세입자가 직접 감당할 비용을 나눴다. 아직 견적이 없는 곳은 숫자를 꾸며 넣지 않고 `추가 확인`이라고 표시했다. 빈칸이 불안하다고 가장 낙관적인 값을 쓰지 않았다.

황 사장은 예전 사고 책임에서 돈이 나올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민주는 그 심사는 기존 손해와 수리 범위를 다룬 것이고, 앞으로의 장기 보강·이전 비용이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계약이나 법적 책임, 공공지원이 검토될 수 있어도 각각 조건과 결정 주체가 달랐다.

한 주민이 보험회사에 물으면 한 번에 답이 나올 거라고 했다. 민주는 자신도 주소 변경과 영업 중단 관련 문의를 하겠지만, 현재 가입 내용이 건물 보강과 새 보증금까지 해결해 준다고 가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돈을 이미 가진 돈처럼 표에 넣으면 선택이 무너질 수 있었다.

최용배는 공사 도면에 붉은 선을 그었다. 단계별 공사를 하면 뒤 계단을 먼저 넓혀 피난 통로를 만들고, 이후 점포를 번갈아 비우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소음과 먼지, 기계 반출을 고려하면 세탁소가 영업을 계속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민주는 `영업 가능` 칸을 지우고 `제한 조건 별도 확인`으로 바꿨다. 공사 도중 문을 열 수 있다는 기술적 말과 손님 옷을 안전하게 맡아 세탁할 수 있다는 생활의 말은 달랐다. 기계가 켜진다고 가게가 운영되는 것은 아니었다.

준수는 임시 점포를 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 화면에는 단기 임대료와 보증금이 생각보다 높았다. 세탁기 운반과 배수 공사,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비용도 있었다. 민주는 아들에게 계산기를 건네지 않고 자기가 하나씩 적었다.

“학교 일정은 여기 넣지 마.” 준수가 말했다. “방학 때 내가 도우면 돼.”

민주는 펜을 멈췄다. 과거에는 그 말을 고맙다고 받았을 것이다. 이번에는 준수의 시간을 숨은 자금처럼 계산표에 넣지 않았다. “네가 선택해서 하루 돕는 것과, 네 시간을 공사비 대신 쓰는 건 달라. 여기에는 사람 도움을 공짜로 넣지 않을 거야.”

주민들은 건물을 떠나는 안을 패배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박태식이 있던 시절부터 살았다는 사람, 여기서 아이를 키웠다는 사람, 첫 가게를 연 사람이 있었다. 민주는 그 기억을 비용표로 깎지 않았다. 비교표 아래 `남기고 싶은 것`이라는 칸을 따로 만들었다. 주소가 아니라 기록과 관계로 옮길 수 있는 것도 적었다.

박명자는 소유자 입장에서 전면 보강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솔직히 말했다. 매각을 검토하면 세입자들이 쫓겨난다고 느낄까 봐 숨겨 왔다고 했다. 민주는 숨기지 않은 말을 고맙다고 했지만, 선의만으로 퇴거 조건을 정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보증금과 일정, 원상회복 범위를 문서로 확인해야 했다.

기술자는 공사하지 않으면 내일 당장 위험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대신 권고된 임시조치를 지키고, 일정 안에 장기 계획을 결정하며, 정기 확인을 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그 말을 남아도 된다는 영구 허가로 바꾸려 했지만 민주는 다음 점검일을 함께 적었다.

설명회 뒤 세탁소에서 한서영이 옷을 맡기며 소문을 물었다. 민주는 건물이 곧 사라진다고도, 계속 남는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선택지를 비교 중이며 결정 전에 맡긴 옷의 반환 계획부터 분명히 하겠다고 했다. 손님에게도 불안을 숨기지 않되 소문을 사실로 만들지 않았다.

그날 밤 비교표에는 숫자보다 각주가 많았다. 보강 비용은 설계 확정 뒤, 임시퇴거 기간은 공정표 뒤, 보증금 반환 시점은 권리자 합의 뒤, 계약 관련 지원은 개별 확인 뒤였다. 준수는 “아는 게 별로 없네”라고 말했다.

“전에는 모르는 칸을 내가 버틸 돈으로 채웠어.” 민주는 계산기 전원을 껐다. “그러니까 늘 남는 것만 답이었지.”

다음 주민 회의에서 민주는 비교표를 벽에 붙였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중요한 칸에 표시했다. 노인은 계단 없는 임시 거처를, 황 사장은 장비 철거 일정을, 세입자는 보증금 날짜를, 박명자는 감당 가능한 소유자 부담을 먼저 골랐다. 같은 건물에서도 살 수 있음의 조건은 달랐다.

투표는 하지 않았다. 자료가 덜 모인 상태에서 다수결을 하면 비용을 덜 지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삶을 정할 수 있었다. 대신 각 안에 필요한 추가 자료의 제출자와 기한을 정했다. 보강안은 기술·금융 검토, 이전안은 세입자 정산과 후보 점포 조사, 매각안은 권리자 의사 확인이 필요했다.

며칠 뒤 주민들은 임시퇴거 후보 건물 두 곳을 직접 봤다. 첫 건물은 가깝지만 계단뿐이었고, 둘째는 승강기가 있으나 병원과 학교에서 멀었다. 같은 임대료라도 노인과 학생, 점포 운영자에게 드는 이동 비용이 달랐다. 민주는 월세 옆에 통행과 영업 준비 시간을 적었다.

세탁소의 임시 점포 견적에는 장비를 두 번 옮기는 비용이 들어갔다. 공사 뒤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도, 돌아오는 날과 임대 조건이 확정되지 않으면 두 번째 운송은 계획이 아니라 추측이었다. 민주는 비교표에서 그 금액을 범위로 남기고 가장 낮은 값만 택하지 않았다.

주거 세입자 한 명은 보강안에 찬성하지만 공사 기간에는 친척 집에 갈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주민이 그러면 모두 갈 수 있지 않느냐고 하자 민주는 개인 도움을 공통 조건으로 쓰지 말자고 말했다. 친척이 없는 사람과 반려동물이 있는 사람, 야간 근무자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박명자는 표를 권리자들에게 보내며 `주민이 협조하면 가능한 안`이라는 표현을 지웠다. 협조라는 말이 비용과 불편을 세입자 몫으로 숨길 수 있어서였다. 대신 누가 무엇을 부담하고 어떤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항목별로 적었다. 말 한 줄을 바꾸자 보강안의 실제 전제가 더 또렷해졌다.

회의가 끝나자 박명자는 민주의 비교표를 한 부 가져갔다. “고칠 수 있으면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남을 수 있게 고치는지는 또 다른 말이네.”

민주는 세탁소 셔터를 반쯤 내리고 안에서 마지막 옷을 포장했다. 기계는 멀쩡했고 천장도 새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른 주소를 검토하는 것이 배신처럼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처음 왔다. 고칠 수 있는 벽과 그 안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같은 뜻으로 묶지 않자, 비로소 선택지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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