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전 여덟 시 반, 빈 점포 문 앞에는 출입자 명단이 붙었다. 박명자, 관리대행업체 책임자, 외부 전기점검자 두 명, 안전기관 담당자, 세입자 대표 강민주. 이준수는 기록 보조로 문밖에 남았다.
전날 밤 누가 먼저 들어가 본 사람은 없었다. 자물쇠 봉인번호와 차단기 표지가 그대로인지 점검자가 확인했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시각을 적은 뒤 문을 열었다.
민주는 며칠 전 셔터 아래로 허리를 숙여 들어갔던 길을 보지 않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 찍은 사진은 위험을 알리는 데 쓰였지만 행동 자체가 옳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은 전원이 차단됐는지 측정하고 보호장비를 갖춘 사람이 먼저 들어갔다.
점검 책임자는 벽체 표면에서 전압 반응이 없는 것을 두 번 확인했다. 공용 계단 임시 조명은 별도 회로로 유지됐고, 벽을 열기 전 주변을 통제선으로 막았다. 민주에게는 사진 촬영 범위와 고객정보가 없는지 확인한 뒤 기록용 카메라 한 대만 허용됐다.
벽체 개방 절차에 따라 회반죽 일부를 들어내자 탄 배선관과 다른 색의 우회선이 드러났다. 3년 전 임시보수 영수증에 적힌 규격과 같은 자재가 있었지만, 자재가 같다는 것만으로 같은 작업자가 시공했다고 보지는 않았다.
관리대행업체 책임자는 과거 전산에서 빈 점포 공식 출입기록을 불러왔다. 3년 전 합선 다음 날 오전, 관리업체 직원 두 명과 '회반죽 보수 외주' 한 명이 들어간 기록이 있었다. 전기업체 이름은 출입자에 없었다.
출입기록은 화면 캡처로만 남기지 않았다. 관리업체는 원본 내보내기 파일과 생성 시각, 조회 담당자를 함께 제출했고, 출입카드 번호는 인사 근무표와 대조됐다. 오래된 계정이 다른 사람에게 재사용됐는지도 확인해 단순 카드 이름을 실제 출입자로 곧바로 확정하지 않았다.
"전기 작업은 전날 밤에 끝났다고 들었습니다." 책임자가 말했다. "다음 날은 벽 마감만 요청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전기관 담당자가 물었다. "누가 전기 작업 완료를 확인했습니까?"
책임자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관리업체 작업표에는 '임시 절연 완료 전달받음'이라고만 적혀 있었고 확인자 서명은 관리계정 이름이었다. 개인 이름은 별도 근무표를 대조해야 했다.
박명자가 오래된 열쇠철에서 공사비 정산 봉투를 찾아왔다. 회반죽 업체의 세금계산서와 작업표가 들어 있었다. 항목은 '분전반 주변 미관 복구 및 벽체 마감'. 전기 안전 확인이나 배선 교체는 작업 범위에 없었다.
회반죽 업체는 전화 입회에 동의했다. 당시 작업자는 관리업체로부터 전기 작업이 끝났다는 말을 듣고 열린 벽을 마감했으며, 안쪽 배선을 검사할 자격도 지시도 없었다고 말했다. 현장 사진 두 장을 회사 보관함에서 찾아 제출하겠다고 했다.
"벽을 덮은 사람이 곧 전기 결함을 숨긴 사람이라고 적으면 안 됩니다." 점검 책임자가 말했다. "무엇을 전달받았고 어떤 범위로 작업했는지, 전기 완료 확인을 누가 했는지를 따로 봐야 합니다."
민주는 회반죽 조각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벽을 실제로 덮은 손과 덮으라고 한 문서, 안전하다고 전달한 사람이 같은 사람일 필요는 없었다. 외주 작업자를 먼저 찾아냈다고 이야기가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오전 열한 시, 회반죽 업체의 사진이 도착했다. 첫 사진에는 이미 우회선이 설치된 벽이 보였고, 두 번째에는 관리업체 직원이 마감 위치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사진 원본 시각은 출입기록과 일치했다.
관리업체 근무표를 대조하자 당시 현장 지시 직원이 특정됐다. 그는 현재 퇴사했지만 연락처 보존 동의 범위 안에서 사실확인 요청을 받았다. 답변은 서면으로 받고, 세입자들이 개인적으로 찾아가 묻지 않기로 했다.
현장 지시 직원은 오후에 회신했다. 박재원 측 관리 연락자로부터 '임시 복구 완료, 영업 민원 전에 마감'이라는 작업 요청을 받았고, 자신은 전기점검 확인서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첨부한 작업 메일에는 박재원 주소가 참조돼 있었다.
박재원이 직접 문구를 작성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주소가 작업 요청을 받은 사실과, 관리업체가 전기 안전 확인 없이 마감을 진행한 경로는 문서로 남았다. 감사 대상은 개인의 추측이 아니라 메일 원본과 권한 기록으로 좁혀졌다.
점검자는 벽 안 우회선의 양 끝을 추적했다. 한쪽은 공용 계단 분기, 다른 쪽은 빈 점포 이전 분전반으로 이어졌다. 황 사장 점포의 무단 증설 선과는 물리적으로 다른 분기였다. 두 위험 모두 고쳐야 했지만 현재 자료에서 같은 선으로 묶이지 않았다.
개방한 벽은 조사 때문에 그대로 방치하지 않았다. 접촉 방지판과 통제 잠금을 설치하고, 습기와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임시 보호막을 씌웠다. 조사 보존과 생활 안전이 충돌하면 필요한 시료와 사진을 먼저 남긴 뒤 사람이 다치지 않는 상태로 돌려놓는다는 원칙이었다.
안전기관 담당자는 현장 종료 전에 모든 도구와 회반죽 조각의 반출 목록을 확인했다. 세입자들은 탄 자재를 기념처럼 가져가지 않았고, 관리업체도 미관을 이유로 버리지 않았다. 인계된 시료만 공식 원인 검토에 사용됐다.
또 하나의 오래된 손상도 발견됐다. 2층 방향 배선관 외부에 열을 받은 흔적이 있었고, 한서영 사진 속 위치와 대체로 겹쳤다. 시기가 같은지는 재료 검사와 과거 공사 기록을 더 봐야 했다. 진료기록이 전기 원인을 대신 증명하지도 않았다.
공식 현장기록에는 발견 상태, 측정값, 개방 전후 사진, 자재 시료 번호가 들어갔다. 민주의 첫 사진은 '최초 신고 참고'로만 붙었고, 오늘 촬영한 사진과 섞이지 않았다.
빈 점포에 밤마다 불이 켜졌다는 소문도 출입기록으로 일부 설명됐다. 최근 두 차례 관리대행업체 직원이 매각용 치수 측정과 잔존물 확인을 위해 들어왔고, 작업등을 사용했다. 사전 안내를 하지 않은 잘못은 있었지만 비밀 전기공사였다는 자료는 없었다.
"그럼 우리가 본 불빛은 이 사람들이었네요." 민주가 말했다.
관리 책임자는 고개를 숙였다. "출입 전에 건물 관리자와 세입자에게 알렸어야 했습니다. 앞으로 목적과 시간을 공지하겠습니다."
모든 출입이 끝난 뒤 점포는 다시 봉인됐다. 이번에는 자물쇠만 잠그지 않고 출입기록 조회 방법과 다음 개방일을 문 앞에 붙였다. 세입자들이 몰래 들여다볼 이유도, 관리업체가 말없이 들어갈 여지도 줄었다.
박명자는 회반죽 작업표 사본을 들고 한참 서 있었다. 남편 박태식이 살아 있었다면 이런 종이를 자기가 봤을까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는 죽은 사람의 꼼꼼함을 기다리지 않고 자기 이름으로 자료 인계서에 서명했다.
민주는 세탁소로 돌아와 점검표에 한 줄을 추가했다. '회반죽 외주 작업 경로 확인. 전기 완료 확인자 및 지시 권한 조사 중.' 외주 업체 이름을 범인처럼 크게 쓰지 않았다.
빈 점포에 들어간 사람은 한 명이 아니었다. 전기 임시보수를 한 사람, 안전 확인 없이 전달한 관리 직원, 회반죽을 바른 외주 작업자, 최근 치수를 잰 직원, 그리고 허가 없이 들어갔던 민주까지 서로 다른 이유와 책임이 있었다.
그 차이를 기록하자 검은 벽은 더 복잡해졌지만 덜 무서워졌다. 누군가 하나를 골라 모든 일을 덮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다음에 벽을 여는 사람과 시각도 정해져 있었다. 이번에는 아무도 어둠 속으로 혼자 들어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