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여덟 시, 세탁소 카운터 위에는 지난 회의 때 만든 점검표가 펼쳐져 있었다. 소화기 위치, 멀티탭 사용, 통로 적치물은 사람들 글씨로 빼곡했다. 맨 위 첫 칸만 비어 있었다.
'공용 배선 — 자격 점검일 및 점검자.'
강민주는 그 빈칸을 손가락으로 한 번 눌렀다. 건물 사람들이 눈으로 본 것과 기억하는 것은 많아졌지만, 전선 안에 전기가 흐르는지 확인할 사람은 따로 필요했다. 이준수가 찾아낸 세 곳의 업체 가운데 자격과 보험 가입, 점검 범위를 서면으로 보낸 곳을 공동으로 선택했다.
준수는 가장 싼 견적을 고르지 않았다. 자격증 유효기간, 계측기 교정 확인, 손해배상 가입 여부, 점검 뒤 보고서 형식을 표로 비교했다. 원인을 미리 맞혀 주겠다는 업체는 빼고, 측정값과 확인하지 못한 구간을 함께 적겠다는 곳을 골랐다.
박명자는 점검비를 세입자들이 먼저 나눠 내겠다는 지난 결정을 바꿨다. 공용부 자격 점검비는 소유자 측이 우선 지급하고, 세입자들이 이미 낸 생활점검 비용은 영수증을 받아 별도 정산하기로 했다. 누가 돈을 냈는지가 점검 결과를 정하지 못하도록 계약서에는 결과 독립 조항도 넣었다.
아홉 시가 조금 지나 외부 전기점검 책임자와 보조 점검자가 도착했다. 박명자는 건물 관리자로서 점검 동의서에 서명했고, 관리대행업체에도 일정을 통지한 메일을 보여 줬다. 황 사장과 이 사장, 유순희는 각 점포의 출입 범위를 확인했다.
점검 책임자는 회의를 시작하기 전 먼저 선을 그었다. "오늘은 안전 상태와 긴급조치 범위를 확인합니다. 과거 화재원인이나 비용 책임을 이 자리에서 정하지는 않습니다. 벽을 열어야 할 경우에도 전원 상태와 소유자 동의를 확인한 뒤 진행합니다."
민주는 빈 점포에서 찍은 사진 세 장을 제출했다. 그리고 자신이 셔터가 열린 것을 보고 허가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는 사실도 말했다.
"위험한 행동이었습니다." 점검 책임자가 말했다. "사진은 위치를 찾는 참고로 받되, 안쪽 상태는 오늘 공식 절차로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앞으로는 냄새나 그을음이 보여도 들어가지 말고 전원을 건드리지 마세요."
민주는 변명하지 않았다. 자기 가게와 같은 건물이라는 생각이 남의 점포에 들어갈 권한을 주지는 않았고, 활선이 남아 있었다면 사진보다 먼저 사람이 다칠 수 있었다. 회의록에는 발견 경위와 함께 무단진입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조치가 적혔다.
점검은 각 점포의 분전반에서 시작됐다. 점검자는 전원을 끄기 전 기계와 냉장 설비의 상태를 물었고, 세입자들과 차단 순서를 정했다. 세탁소는 진행 중인 기계를 정상 종료한 뒤 시험했고, 음식 보관 설비가 있는 곳은 임시 전원 계획부터 확인했다.
최용배가 가져온 2009년 도면과 현재 분전반 표시는 여러 곳이 달랐다. 점검 책임자는 도면이 잘못됐다고 바로 쓰지 않았다. 이후 변경 공사가 있었을 수 있으니 현재 회로를 별도로 추적한다고 했다. 오래된 도면은 출발점이지 오늘의 배선을 증명하는 종착점이 아니었다.
빈 점포는 박명자와 관리대행업체 직원이 함께 잠금을 열었다. 셔터 아래로 몸을 숙이지 않고 정문 자물쇠와 차단기를 확인한 뒤 들어갔다. 출입자 이름과 시각은 문 앞 기록지와 관리시스템에 동시에 남았다.
회반죽이 덧발린 벽 앞에서 점검 책임자가 비접촉 측정기를 가까이 댔다. 짧은 경고음이 연달아 났다. 겉으로 보이는 분기 차단기를 내렸는데도 벽 안 한 구간에는 전압 반응이 남아 있었다.
"활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느 회로에서 넘어오는지 확인 전에는 벽을 더 열지 않겠습니다."
사람들이 한 걸음씩 물러났다. 민주는 며칠 전 손톱으로 회반죽을 건드렸던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그때 아무 일도 없었다는 사실이 안전했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점검자는 층별 주 차단기와 점포별 분기를 하나씩 대조했다. 빈 점포 벽 안쪽 선 일부가 표시와 다르게 공용 계단 회로에 연결돼 있었고, 임시 접속처럼 보이는 구간에서 전압이 이어졌다. 정확한 연결 상태는 전원을 안전하게 끈 뒤 벽체를 공식 개방해야 알 수 있었다.
박명자가 물었다. "건물 전체 불을 다 꺼야 합니까?"
"현재 확인으로는 빈 점포와 공용 계단 일부, 인접 점포의 특정 분기를 먼저 차단해야 합니다. 다른 회로도 절연 상태를 측정해 확대 여부를 정하겠습니다. 지금은 필요한 범위보다 넓게도, 좁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안전기관 당직자가 현장에 도착해 측정값과 도면을 확인했다. 그는 일부 구간에 임시 사용중지 표지를 붙이고, 차단기 봉인번호를 기록했다. 복도 전체가 어두워지지 않도록 별도 안전등이 설치됐고, 비상구는 배터리 조명으로 확보됐다.
유순희는 차단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하는 점포와 제한 영업이 가능한 점포를 한 장에 섞어 쓰지 말자고 했다. 점포별 사용 가능 장비와 금지 장비, 긴급 연락처를 따로 붙였다. 손님이 보고 건물 전체가 위험하다고 오해하지 않으면서도 실제 금지 범위를 작게 숨기지 않는 안내였다.
이 사장은 차단된 계단 쪽에서 손님이 넘어지지 않게 바닥 유도선을 붙였다. 황 사장은 자기가 먼저 안전등을 가져오겠다고 했다가, 임의 전원 연결은 하지 말라는 설명을 듣고 배터리 제품만 구해 왔다. 작은 조치에도 차단한 전기를 우회하지 않는 원칙이 적용됐다.
세탁소 안에서도 벽 쪽 콘센트 두 개가 차단 대상이 됐다. 드라이클리닝 기계 주 회로는 별도였지만, 스팀 다리미와 환풍기를 동시에 쓸 수 없었다. 민주는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느냐고 묻기 전에 어떤 장비를 멈춰야 하는지부터 적었다.
"오늘은 제한 운전만 가능합니다." 점검 책임자가 말했다. "추가 절연 측정에서 위험 범위가 넓어지면 영업을 멈춰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보험의 보상 결정이 아니라 안전 판단입니다."
민주는 손님들에게 수령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는 문자를 보냈다. 화재가 난 것처럼 쓰지 않았고, 공용 전기 점검으로 일부 장비 사용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맡긴 옷은 기계에 들어간 것과 아직 행거에 있는 것을 나눠 목록에 표시했다.
황 사장은 점검표를 오래 들여다보다가 자기 가게 분전반 사진을 한 장 더 내놓았다. 최근에 바꾼 차단기라며 날짜를 적으려다 손이 멈췄다. 민주는 재촉하지 않았다. 점검 책임자가 변경 작업 영수증과 시공자를 나중에 제출해 달라고 했고, 황 사장은 알겠다고만 했다.
점심 무렵, 첫 빈칸에 업체명과 자격번호, 점검 시작 시각이 적혔다. 그 옆에는 '부분 차단, 원인 확인 중'이라는 문장이 들어갔다. 합선의 주체나 책임자 이름은 없었다.
이준수는 차단된 회로와 영업 중인 회로를 서로 다른 색으로 건물 그림에 표시했다. 박명자는 그 그림을 각 점포 문 앞에 붙이되 고객정보나 조사 추정은 쓰지 않기로 했다. 유순희는 복도 안전등이 가려지지 않게 상자를 옮겼다.
오후 세 시, 관리대행업체는 다음 날 공식 벽체 개방과 정밀 측정에 입회하겠다고 회신했다. 박재원에게도 같은 일정이 통지됐다. 누구도 밤에 셔터를 열고 먼저 확인하러 들어가지 않기로 서명했다.
세탁소 셔터를 반쯤 내리며 민주는 점검표의 첫 칸을 다시 봤다. 빈칸이 채워졌다고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대신 이제 위험은 소문이나 사진 속 검은 얼룩이 아니라, 차단 번호와 측정값과 다음 점검 시각을 가진 일이 됐다.
복도 안전등이 켜지자 어두운 빈 점포 문 앞에 작은 빛이 생겼다. 민주가 지키고 싶었던 불빛은 무조건 켜 두는 불이 아니었다. 위험한 불은 끄고, 사람이 나갈 길을 밝히는 불을 남기는 것. 그 순서를 오늘 처음으로 건물 전체가 함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