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 홈 목록 ☰
[S5-5화]

아버지에게 설명하지 않은 답

작성: 2026.09.01 19:51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윤태훈에게서 온 사진에는 붉은 글씨가 찍힌 안내문이 보였다. `노후 공동주택 안전점검 및 임시 보강 안내.` 사진 아래에는 짧은 문장이 붙었다. `이것도 보험으로 되는 거냐.`

윤서하는 답장을 쓰다가 세 번 지웠다. 아버지는 보험금이 나오느냐고 물었지만, 안내문만으로는 사고도 손해도 계약도 알 수 없었다. 회사 시스템에서 이름과 주소를 검색하면 가입 여부를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처음 큰 생활손해 사건을 맡았을 때처럼 빨리 답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다만 이번에는 상대가 고객이 아니라 아버지였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더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권한을 넓혀 주지는 않았다.

서하는 시스템 창을 열지 않고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안내문 앞뒤 다 왔어?”

“앞만 찍었지. 뒤에는 작은 글씨뿐이야.” 윤태훈은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너희 회사 다니면 이런 건 보면 알지 않냐?”

“회사 다녀도 아버지 계약을 제가 열어보면 안 돼. 그리고 이건 점검 안내라서 무엇이 손해인지부터 확인해야 해.” 서하는 단호하게 말했지만 목소리를 차갑게 만들지는 않았다.

윤태훈은 잠시 말이 없었다. 예전 같으면 딸이 또 규정만 말한다고 화를 냈을 것이다. 대신 안내문 뒤쪽을 다시 찍어 보냈다. 거기에는 관리사무소 설명회 날짜, 건물 공용부 보강 범위, 세대 내부 점검 신청 방법이 있었다.

서하는 질문을 네 개 적어 보냈다. 현재 출입이나 거주 제한이 있는지, 세대 내부에 실제 손상이 있는지, 공용부 비용과 개인 수리비가 어떻게 나뉘는지, 가입한 계약이 있다면 어떤 서류로 공식 문의할지. `보험으로 된다`는 문장은 없었다.

“그럼 네가 담당자한테 물어봐 주면 되잖아.”

“공식 상담번호로 접수하면 독립 담당자가 계약과 상황을 보고 설명해 줄 거야. 원하면 접수할 때 옆에 있어 줄 수는 있어. 답은 대신 받지 않을게.”

그날 저녁 서하는 아버지 집 근처 관리사무소 설명회에 갔다. 회사 명찰은 가방 안에 넣었다. 주민석 맨 뒤에 앉아 윤태훈이 질문지를 읽는 것을 기다렸다. 그는 첫 질문에서 벌써 종이를 뒤집어 보며 더듬었다.

“공용부 보강비하고 우리 집 벽 균열 수리는 같은 겁니까?” 윤태훈이 물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점검 결과에 따라 다르며 세대별 사진과 방문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윤태훈은 딸을 돌아보지 않고 두 번째 질문을 이어 갔다.

설명회 뒤 이웃 한 명이 서하에게 보험사 직원이냐고 물었다. 그는 가족으로 왔다고만 답했다. 옆집 계약이나 보상 가능성을 봐 달라는 부탁도 받지 않았다. 공식 문의 안내문 위치만 알려 주었다.

집에 올라가 보니 거실 벽 균열은 오래된 도배 이음선과 겹쳐 있었다. 윤태훈은 어제보다 커졌다고 했지만 비교 사진은 없었다. 서하는 자를 대거나 원인을 단정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 점검 신청서에 관찰 시점과 위치를 적게 도왔다.

“쓸모가 없구나, 보험사 딸이 있어도.” 윤태훈이 농담처럼 말했다.

서하는 잠깐 상처받았다가 그의 얼굴을 봤다. 예전의 비난과는 달랐다. 윤태훈은 스스로 신청서에 서명하고 있었다. 서하는 “대신 답해 주는 딸은 아니고, 물을 걸 같이 찾는 딸은 할 수 있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윤태훈은 관리사무소에서 받은 점검 일정표를 식탁 위에 펼쳤다. 전기와 배수, 창틀 누수 항목이 날짜별로 적혀 있었다. 그는 딸에게 무엇을 체크해야 하는지 봐 달라고 했다. 서하는 빨간 펜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회사에서 쓰는 손해조사 질문을 집 점검표에 그대로 옮기면 아버지는 다시 자기 판단을 딸에게 맡길 것 같았다.

대신 두 사람은 관리사무소에 물을 세 가지 골랐다. 누가 점검하는지, 이상이 발견되면 어떤 순서로 고치는지, 결과를 입주민이 언제 받을 수 있는지였다. 윤태훈은 서하가 대신 전화해 주기를 기다렸고, 서하는 첫 통화만 스피커로 함께 들은 뒤 두 번째 문의는 아버지가 직접 하게 했다.

담당자는 보험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서하는 그 문장을 확답으로 받아 적지 않았다. 계약 주체와 손상 원인, 공용부 책임 확인이 각각 필요하며, 지금 안내할 수 있는 것은 안전조치와 점검 순서라는 공식 답변을 요청했다. 윤태훈도 옆에서 `될 수 있다`와 `결정됐다`가 다르다는 말을 천천히 되풀이했다.

통화가 끝난 뒤 아버지는 딸이 회사에 한마디 하면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지 않느냐고 투덜댔다. 서하는 가능하더라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장 담당자에게 사적인 연락을 하면 누가 무엇을 결정했는지 기록이 끊기고, 다른 입주민보다 앞선 정보를 받게 될 수 있었다. 느리게 보이더라도 같은 문의 창구에 남기는 것이 둘을 보호했다.

저녁에는 같은 동 주민 두 명이 찾아왔다. 윤태훈이 보험회사 다니는 딸이 봐준다고 말한 모양이었다. 서하는 현관에서 개별 계약을 보지 않겠다고 설명하고, 관리사무소 공동 설명회에 질문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주민들은 실망했지만 각자 주민번호와 계약서를 낯선 식탁에 펼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공동 설명회에서 서하는 가족석이 아니라 입주민 뒤에 앉았다. 질문은 윤태훈 이름으로 제출됐고, 답변도 모든 세대가 보는 회의록에 남았다. 누수 흔적이 있는 두 세대에는 안전점검이 먼저 배정됐으며, 비용과 책임은 진단 결과 뒤 별도로 안내하기로 했다. 서하는 그 절차가 좋은 결과를 보장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윤태훈은 딸이 앞에 나서지 않아 처음에는 서운했다고 했다. 하지만 자기가 직접 질문하니 다음 점검 때 무엇을 확인할지 알겠다고도 했다. 서하는 아버지의 손에서 회의록을 빼앗지 않았다. 가족을 돕는 일이 언제나 대신 처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두 사람 모두 늦게 배우는 중이었다.

서하는 개인 수첩에 이해관계 기록을 남겼다. 가족 거주 건물, 공식 문의만 지원, 사건 판단 접근 없음.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나중의 자신이 경계를 흐리지 않았는지 확인할 표식이었다. 가까운 사람의 사정일수록 선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점검 결과가 나오기 전 윤태훈은 균열 주변 가구를 옮기고 관리사무소가 표시한 구역을 건드리지 않았다. 서하는 그 조치가 비용 판단에 유리하다는 말 대신, 사진을 남기고 추가 변화가 있으면 안전 담당자에게 알리라고 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는 어느새 `얼마나 나오느냐`보다 `오늘 무엇을 확인하느냐`가 먼저 놓였다.

며칠 뒤 독립 담당자의 연락이 왔다. 현재는 안전점검 단계라 보험 판단을 확정할 수 없고, 실제 손상과 원인, 계약 확인 뒤 안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윤태훈은 실망했지만 서하에게 결과를 바꿔 달라고 하지 않았다. 다음 점검일을 냉장고에 붙였다.

서하는 아버지에게 받은 안내 문자와 자기 업무 기록을 연결하지 않았다. 회사 안에서는 가족 관련 문의가 있었다는 이해충돌 신고만 남기고 사건번호나 내용에 접근하지 않았다. 박성준은 다른 담당선이 유지되는지 확인하고 더 묻지 않았다.

주말 저녁, 윤태훈은 갈비찜을 해 놓고 딸에게 오라고 했다. 보험 얘기는 밥상 위에서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점검자가 벽을 보고 갔으며 결과는 다음 주라고 말했다. 서하는 빨리 알려 달라고 하지 않고, 아버지가 원할 때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현관을 나서는데 윤태훈이 뒤에서 불렀다. “다음 설명회도 같이 갈 거냐?” 서하는 일정표를 확인한 뒤 가능하다고 답했다. 누군가의 답을 대신 내는 자리가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질문을 끝까지 읽는 옆자리였다.

☰ 전체 회차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