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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5화]

삭제 전의 목소리

작성: 2026.08.29 23:51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수요일 오전 아홉 시, 작은 회의실 탁자 위에는 노트북 한 대와 종이컵 네 개가 놓여 있었다. 어제 봉인한 확인서 사본은 준법 담당자 앞쪽에 있었고, 지우가 보낸 2019년 파일은 화면을 켜지 않은 채 대기 중이었다. 지우는 평소처럼 늦지 않았지만 문을 열며 농담도 하지 않았다.

서하는 사람들의 손을 먼저 봤다. 도윤은 컵의 종이 이음선을 엄지로 누르고 있었고, 수진은 빈 화면 아래 적힌 파일 번호를 확인하고 있었다. 지우의 손에는 펜도 없었다. 어제 같았으면 그 작은 움직임들마다 뜻을 붙였겠지만, 오늘은 입으로 나온 설명과 남아 있는 기록만 듣기로 했다.

“내가 먼저 말할게.”

자리에 앉자마자 지우가 두 손을 탁자 위에 올렸다. 금요일 오후 네 시에 복사한 두 장은 2019년 통화기록 색인과 현재 수리업체 작업지시서였다고 했다. 서하의 서랍을 열거나 수리완료확인서 한 장을 가져간 적은 없다고 했다.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그 사본은 내가 옮겼다고 어제 보고했어.”

지우의 시선이 도윤에게 갔다가 서하에게 돌아왔다. “그래서 네가 어제 내 이름 보고 있었구나.”

“기록만 보고 의심했어요. 물어보진 못했고요.”

“물어봤어도 기분은 나빴겠지. 그런데 내가 의심받을 일을 안 한 것도 아니야.”

준법 담당자가 말을 끊었다. “책임과 추측을 섞지 않겠습니다. 한지우 선임은 두 장의 원자료와 복사 목적을 설명해 주세요. 강도윤 선임은 사본을 옮긴 시각과 보관 장소를, 윤서하 사원은 파일을 받은 경위를 확인합니다.”

지우가 보낸 파일의 이름은 ‘2019 현장통화기록 삭제 전 백업’이었다. 그러나 ‘삭제 전’이라는 이름만으로 누군가 증거를 없애려 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오래된 상담 시스템을 옮길 때 임시 녹음 파일이 일괄 정리 대상이 되었고, 지우는 본 사건철에서 빠진 통화가 그 목록에 있다는 걸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럼 정식 보존 요청을 했어야죠.” 수진이 말했다.

“알아. 그때는 요청 올리면 또 보류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먼저 잡아 둔 거야.”

“잡아 둔 것과 개인 메신저로 보내는 건 달라.”

지우는 대꾸하지 않았다. 입술을 한 번 문질렀다. 준법 담당자는 원본 저장 위치와 생성시각, 시스템 이관 목록을 확인한 뒤에야 재생을 허락했다. 스피커에서 마른 잡음이 먼저 흘렀다.

첫 번째 통화의 남자는 2019년 당시 수리업체 현장 직원이었다. 그는 공사는 끝났지만 임차인은 자리에 없었다고 말했다. 보상 담당자가 완료확인서의 이름을 묻자 잠깐 침묵한 뒤 관리 쪽에서 처리해도 된다고 해서 적었다고 답했다. 누구에게 어떤 권한을 확인했는지는 말하지 못했다.

‘가게 사장님은 못 만났습니다.’

녹음 속 보상 담당자가 다시 물었다. ‘그럼 확인란의 이름은 누가 썼습니까?’

잡음이 길게 끼었다. ‘관리소장님이 그냥 정리하라고 했습니다. 서류가 오늘 마감이라서요.’

준법 담당자가 재생을 잠시 멈췄다. “이 통화는 작성 경위를 확인할 단서입니다. 이 말만으로 현재 확인서를 같은 사람이 썼다거나, 형사상 판단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음 통화는 열한 시간 뒤였다. 같은 건물 1층 점포에서 물이 다시 샜고, 젖은 계단에서 손님 한 명이 넘어져 병원으로 갔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사건철에는 점포의 재물손해와 배관 수리 기록이, 별도로 열린 상해 사건철에는 넘어진 손님의 치료와 민원이 담겨 있었다. 두 파일은 사건번호도 담당자도 달랐지만 업체명과 작업반은 같았다.

당시 점포 주인은 현재의 민주가 아니었고 건물도 다른 곳이었다. 같은 것은 수리업체와 3반, 임차인이 없는 자리에서 완료됐다고 적힌 확인서였다. 서하는 화면에 뜬 ‘3반’을 바라봤다. 전날 민주가 보여 준 작업복의 표시와 같았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좁았고, 같은 잘못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넓었다.

수진이 세 번째 자료를 열었다. 병원 원무과 접수기록이었다. 환자가 처음 들어온 시각은 업체가 ‘재누수 없음’이라고 보고한 뒤였다. 민주 남편의 병원 질의 메일 참조란에서 서하가 낯설게 봤던 이름은 당시에도 접수기록을 관리했던 원무과 직원이었다. 그는 판단을 내린 사람이 아니라 시간을 보존한 사람이었다.

기록에는 진료 내용보다 단순한 시각이 더 많이 적혀 있었다. 접수, 영상검사, 보호자 도착. 그 세 줄은 수리업체의 보고와 손님의 민원이 어느 순서로 발생했는지 보여 줬다. 누가 책임질지는 정하지 못해도, 사고가 완료보고 뒤에 있었다는 사실은 지울 수 없었다.

“이걸 그때 왜 한 파일에 붙이지 않았어요?” 서하가 물었다.

도윤이 물컵을 내려놓았다. “내가 연결하지 않았어.”

2019년의 도윤은 현장 종결 검토를 맡고 있었다. 그는 완료확인서를 기준으로 배관 건을 닫았고, 계단 상해는 건물 관리 상태를 따로 조사할 일이라고 넘겼다. 수진이 원무과 시각과 재누수 통화를 붙여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도윤은 자료가 부족하다는 문구를 넣어 보류 의견에 동의했다.

“마감이 밀려 있었고, 위에서는 이미 끝난 수리라고 했어. 틀린 서류를 믿은 것보다 더 큰 잘못은, 다른 기록이 들어왔을 때 다시 보지 않은 거야.”

그때의 결재 화면도 보존돼 있었다. 도윤의 검토 뒤에 상위 승인자가 있었고, 마지막 상태는 ‘추가 자료 없을 시 종결’이었다. 누가 녹음을 사건철에서 빼냈는지, 시스템 이관 과정에서 왜 임시 파일로만 남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준법 담당자는 그 빈칸을 추측으로 채우지 않고 감사 항목으로 따로 표시했다.

수진이 도윤을 보지 않은 채 말했다. “나는 시스템에 다시 올리면 누가 또 내릴까 봐 종이로 먼저 알렸어.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공식 기록을 피한 건 똑같아.”

지우는 삭제 목록에서 통화를 발견한 뒤 두 사람에게 곧바로 묻지 않았다. 대신 파일을 따로 보관했고, 이번 민주 건에서 같은 업체명이 나오자 서하에게 보냈다. 그는 후배가 보면 도윤도 더는 모른 척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저를 증거처럼 쓴 거네요.” 서하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차분하게 나왔다.

지우가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네가 궁금해할 걸 알았고, 그걸 이용했어.”

준법 담당자는 2019년 자료를 공식 재검토 대상으로 전환했다. 삭제 목록의 생성 사유와 보류 결재 과정은 별도 감사로 넘기고, 현재 사건 판단에는 확인된 통화와 업체의 새 진술만 사용하기로 했다. 과거 파일에 접근할 사람도 회의 참석자 전부가 아니라 지정 담당자로 줄였다.

파일은 새 보존번호 아래 등록됐고, 지우가 보낸 사본은 임의로 지우지 않고 중복본으로 표시해 인계하기로 했다. 삭제도 보존도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서하는 자신의 메신저에 남은 전송 기록까지 제출 목록에 적었다.

오후에는 현재 수리업체와 짧은 사실확인 통화가 잡혔다. 업체 관리자는 화면 너머에서 오래된 관행이라는 말을 두 번 썼다. 임차인이 없으면 관리인이 현장 확인을 대신하는 경우가 있고, 작업반은 서류 마감을 서두르기도 한다고 했다.

도윤이 물었다. “현장 확인을 대신하는 것과 임차인 이름을 쓰는 것이 같은 권한입니까?”

관리자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 부분은 작업자한테 확인해야 합니다.”

“확인서 작성자, 지시한 사람, 실제 수리 범위를 서면으로 답해 주세요. 보상 여부와 별도로 사실 확인이 필요합니다.”

수진은 작업 범위를 다시 물었다. 교체한 배관 길이, 접합부 시험 여부, 완료 사진의 촬영 시각. 관리자는 작업지시서만으로는 압력시험까지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수리 완료’라는 네 글자가 실제로 무엇을 끝냈다는 뜻인지부터 다시 확인해야 했다.

통화가 끝난 뒤에도 회의실에는 스피커의 미세한 열이 남아 있었다. 서하는 새 보고서에 두 개의 사건번호를 나란히 적고 그 사이에 선을 그었다. 2019년에는 그 선이 없어서 목소리 하나가 다른 파일의 소음처럼 밀려났다.

도윤이 서하가 그은 선을 한참 보았다. “이번에는 보류라는 말로 덮지 않겠다.”

서하는 펜을 내려놓지 않았다. 보류하지 않는다는 건 빨리 결론 내린다는 뜻이 아니었다. 누가 이름을 썼는지, 누가 지시했는지, 수리가 실제로 끝났는지. 질문마다 답을 줄 사람과 기록을 붙여 두는 일이었다. 회의실 밖에서 지우가 종이컵을 모았고, 수진은 재생이 끝난 파일의 보존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그날은 누구도 기억만 믿고 방을 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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