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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4화]

먼저 말해야 할 사람

작성: 2026.08.29 23:51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화요일 아침 여섯 시 사십 분, 서하는 밤새 가슴 위에 올려 두었던 휴대폰을 식탁으로 옮겼다. 민주에게는 담당자와 동행 시간을 확인한 뒤 오전 중 찾아가겠다고 답했고, 도윤에게는 출근하면 바로 보겠다고 보냈다. 두 문장은 짧았지만, 보내고 나니 방 안의 공기가 조금 가벼워졌다.

여덟 시 십오 분의 사무실은 복사기 예열음만 들릴 만큼 조용했다. 도윤은 회의실 문을 반쯤 열어 두고 서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어제 보이지 않던 투명 문서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앉아.”

서하가 의자를 당기기도 전에 도윤이 봉투를 앞으로 밀었다. 안에는 민주 이름이 적힌 수리완료확인서 사본 한 장이 있었다. 오른쪽 위에 서하가 연필로 그어 둔 작은 표시까지 그대로였다.

“제가 찾던 겁니다.”

“내가 옮겼어. 금요일 저녁에 네 두 번째 서랍이 열려 있었고, 고객 정보가 적힌 종이가 보였어. 잠금장에 넣었다.”

서하는 봉투에서 손을 떼었다. 안도보다 먼저 어제의 대화가 떠올랐다.

“그런데 왜 어제는 제가 정리한 거니까 제가 찾으라고 하셨어요?”

도윤은 한동안 봉투의 모서리만 눌렀다. “피했다. 이 종이를 보자마자 예전 건이 떠올랐고, 네가 어디까지 봤는지부터 확인하려고 했어. 사본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는 말도 틀렸어. 원본이든 사본이든 고객 정보가 있으면 같아.”

“옮긴 기록은 남기셨어요?”

“안 남겼어. 그래서 지금부터 남길 거야.”

도윤은 사본을 다시 봉투에 넣고 봉인란에 시간을 적었다. 평소처럼 단정한 글씨였지만 마지막 획이 한 번 흔들렸다. 그는 파트를 맡고 있어도 이 일을 자기 선에서 끝낼 수 없다고 했다. 원본은 문서고에 있고 사본도 발견됐지만, 잠금 없는 서랍과 기록 없는 이동은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서하는 지우에게 받은 2019년 파일과 삭제 전 통화기록도 말했다. 집에서 열지는 않았지만 파일을 받은 사실, 토요일 사무실에서 수진의 메모를 본 사실, 확인서를 개인 판단으로 복사한 사실을 순서대로 적었다. 말할수록 목 뒤가 뜨거워졌다.

“혼날 일은 혼나야죠.”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혼나는 걸로 끝내면 또 생겨. 누가 뭘 봤고, 어디에 뒀고, 왜 공식 기록을 피해 갔는지까지 남겨야 해.”

아홉 시가 되자 부서 팀장과 준법 담당자가 작은 회의실에 들어왔다. 준법 담당자는 봉투를 열지 않은 채 접수번호부터 붙였다. 원본 보존, 사본 이동 경위, 내부 메신저 파일의 위치, 접근 가능한 사람을 따로 적었다. 복사 기록의 ‘한지우, 내부참고, 2매’도 확인했지만 그것만으로 서하의 한 장을 지우가 가져갔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사자에게 먼저 따져 묻지 마세요. 설명을 받을 때도 사실과 추정을 나눠야 합니다.”

그 말은 서하가 현장에서 고객에게 하던 설명과 닮아 있었다. 정작 팀 안에서는 지키지 못한 방식이었다. 팀장은 오늘 외근을 공식 일정으로 바꾸고 수진을 동행자로 지정했다. 민주가 보여 주겠다는 자료는 개인 휴대폰으로 촬영하지 말고, 동의를 받아 정식 접수 경로로 받으라고 했다.

회의실을 나오자 지우가 복사실 쪽에서 걸어왔다. 그는 봉인 스티커가 붙은 투명 봉투와 서하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입을 열려는 순간 도윤이 먼저 말했다. “오후에 설명 요청 갈 거야. 그전에는 이 건으로 누구하고도 맞추지 마.” 지우는 웃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서하는 그 침묵을 자백으로도 억울함으로도 해석하지 않기로 했다.

열 시 사십 분, 세탁소 앞 골목에는 전날 마르지 않은 물자국이 검게 남아 있었다. 셔터는 절반만 올라가 있었고 안쪽 건조대에는 비닐을 씌운 옷들이 간격을 두고 걸려 있었다. 민주가 두 사람을 보자 다리미 전원을 끄고 카운터 아래에서 푸른 파일을 꺼냈다.

카운터 옆에는 손님에게 돌려보내지 못한 옷의 명세가 고무줄로 묶여 있었다. 민주는 오전에 세 사람만 전화를 받았고, 그중 한 사람은 결혼식 옷을 이번 주까지 꼭 찾아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수진은 그 이야기를 손해액에 바로 더하지 않았다. 수탁 의류의 훼손 여부와 긴급 세탁비, 영업을 못 한 기간은 서로 다른 자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어제는 말만 하면 또 제가 예민한 사람 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날짜부터 맞춰 봤어요.”

첫 장은 딸 수빈의 학교 상담 확인서였다. 지난달 22일 오후 한 시 사십 분부터 세 시까지 보호자 참석란에 민주 이름이 있었다. 다음 장에는 같은 날 건물 관리인과 주고받은 대화가 인쇄돼 있었다. 두 시가 조금 지난 시각, ‘열쇠로 들어가 수리 확인했습니다. 완료 확인은 관리실에서 정리해 둘게요’라는 문장이 남아 있었다.

“이 사진을 목요일 밤에 건물주가 보냈어요. 공사 끝난 증거라면서요. 아래에 제 이름이 보여서 그때 알았어요. 제가 쓴 글씨가 아니잖아요.”

민주가 내민 마지막 장에는 건물 출입구 영상의 정지 화면이 있었다. 작업복을 입은 두 사람이 공구함을 들고 들어가는 모습과 시간이 찍혀 있었다. 얼굴은 흐렸지만 조끼의 업체명과 작업반 표시는 읽을 수 있었다.

수진은 자료를 바로 가져가지 않았다. “이 화면은 건물 관리 쪽에서 정식으로 받은 건가요?”

“건물주한테 요청했어요. 처음엔 없다고 하더니, 관리인이 휴대폰으로 찍어 둔 게 있다고 보내 줬어요.”

“원본 파일 보관 여부와 제공 경위를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인쇄물만으로 누가 이름을 썼다고 단정하지는 않을게요. 다만 그 시간에 민주 씨가 자리에 없었다는 자료와, 열쇠로 들어갔다는 메시지는 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민주의 입술이 잠깐 굳었다. “그럼 또 기다려야 해요?”

서하는 카운터 옆에 쌓인 세탁물 명세를 바라봤다. “기다리시라는 말만 드리진 않겠습니다. 확인된 손해와 아직 원인이 더 필요한 항목을 나눠서 안내드릴게요. 오늘 자료도 접수번호를 드리고, 건물주와 수리업체에는 같은 질문을 서면으로 보내겠습니다.”

민주는 한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제 이름이 왜 거기 있는지만은 꼭 물어봐 주세요. 누가 돈을 주느냐보다, 그게 먼저예요.”

수진은 회사의 보안 접수함으로 자료를 보내는 과정을 민주와 함께 확인했다. 서하는 접수 시각과 제공자를 업무수첩에 적었다. 작업반 표시는 ‘3반’이었다. 돌아서는 순간, 2019년 파일 표지 아래쪽에서 본 같은 두 글자가 떠올랐지만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차 안에서 수진이 안전벨트를 매며 물었다. “지금 아는 건?”

“민주 씨가 그 시간에 학교에 있었다는 것, 건물 관리인이 열쇠로 들어갔다고 한 것, 현재 업체 3반이 출입한 것까지요.”

“모르는 건?”

“누가 이름을 썼는지, 민주 씨가 다른 방식으로 동의한 적이 있는지, 수리가 실제로 끝난 상태였는지요.”

수진은 시동을 걸었다. “그 셋을 섞지 않으면 돼.”

회사로 돌아가는 동안 서하는 민주가 마지막에 한 말을 되짚었다. 돈보다 이름이 먼저라는 말. 보험 업무에서 숫자는 늘 앞장에 있었지만, 사람은 자기 이름이 어떤 문장 밑에 놓였는지부터 묻기도 했다.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금액부터 계산하면 설명은 빨라도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오후 네 시 십 분, 사무실로 돌아온 서하는 보고서 첫 장을 세 칸으로 나눴다. 확인된 사실, 확인이 필요한 사실, 보상 판단과 별도로 보존할 자료. 도윤은 맞은편에서 문장을 읽다가 ‘서명 위조’라는 표현에 줄을 긋고 ‘본인 작성 여부 및 권한 확인 필요’라고 고쳤다.

“내일 2019년 기록을 같이 듣자. 준법 담당자 앞에서.”

서하는 수정된 문장을 다시 읽었다. 복사실 문은 닫혀 있었고 기계는 조용했다. 어제까지 사람의 이름을 의심하게 만들던 기록부는 이제 봉투 안에 들어가 있었다. 질문은 종이에서 사람에게, 추측에서 절차로 천천히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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