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여덟 시 오십 분, 아르덴 2층 소회의실 유리벽에 날짜 세 개가 붙었다. 장지민이 노란 메모지를 일직선으로 맞추다가 두 번째 것을 떼어 손가락 한 마디만큼 옆으로 옮겼다. 날짜 사이의 거리가 실제 시간만큼 보이면 좋겠다고 했다.
첫 번째는 2019년 11월 14일이었다. 윤서린이 주말 내내 들여다본 입고 장부에서 배성재의 첫 투자금 집행과 식자재 납품 단가 변경이 같은 날 시작됐다. 냉장 설비 교체비가 두 번 잡혔고, 실제로 들어오지 않은 와인 상자가 객실 행사비로 처리돼 있었다.
"처음부터 호텔을 가져가려던 건 아닐 수도 있어요."
서린이 말했다. "그날 확인되는 건 장부 조작이 시작됐다는 데까지야. 의도는 다른 자료가 있어야 말할 수 있어."
지민은 메모지 아래에 '확인'과 '추정'을 나눠 적었다. 배성재의 투자 계약은 확인, 장부 조작을 직접 지시했다는 문장은 아직 추정이었다. 기사 대응 문서를 만들던 습관대로 선을 그었지만, 이번에는 회사가 아니라 자기들이 믿을 수 있는 순서를 세우는 일이었다.
두 번째 날짜는 2022년 8월 18일이었다. 강도윤의 첫 비방 기사가 올라온 날이었다. 도윤이 노트북을 회의실 화면에 연결했다. 기사 게시 시각은 오전 여섯 시 십이 분, 배포용 사진 파일이 만들어진 시각은 전날 밤 열한 시 사십 분이었다.
"이건 그때 원본을 받아 둔 겁니다."
도윤의 목소리는 평평했다. 화면에는 김명진 기자가 보낸 첫 질의서와 실제 기사 문장이 나란히 떴다. 질의서에는 음식 원가와 투자자 갈등을 묻는 내용이 있었지만, 기사에는 도윤이 협력업체 대금을 빼돌렸다는 익명 주장이 추가돼 있었다.
서린은 도윤을 봤다. 그가 이 자료를 이 년 가까이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보다, 한 번도 자신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먼저 와 닿았다. 도윤도 그 시선을 알았다. 그는 변명하지 않고 다음 파일을 열었다.
세 번째 날짜는 2023년 11월 24일이었다. 윤종필이 실종 신고 대상이 된 날이었다. 정확히는 그날 새벽부터 연락이 끊겼다. 한소희가 오래된 연회 예약대장에서 찾은 기록에는 전날 밤 윤종필 이름으로 11층 객실 하나가 회의 용도로 잡혀 있었다.
"숙박이 아니라 네 시간 대실로 처리됐어요."
소희가 복사본을 탁자에 놓았다. 꽃 납품 확인란에는 자신이 아닌 전임 직원의 서명이 있었고, 장식 주문은 없었다. 손님을 위한 방이 아니라 외부 눈을 피할 회의실로 쓴 흔적이었다.
지민이 당시 출입 카드 서버 백업을 불러왔다. 윤종필의 임시 카드가 밤 아홉 시 십칠 분에 객실 문을 열었다. 차우진의 차량은 아홉 시 이 분에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와 자정 열두 시 사 분에 나갔다. 윤종필 카드는 밤 열한 시 오십팔 분에 마지막으로 비상계단 문을 통과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차우진이라는 건 맞아."
서린이 말했다. 말하고 나서 유리벽의 세 번째 날짜를 오래 봤다. "하지만 그 사람이 아버지를 데려갔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 같이 나간 기록은 없으니까."
세 날짜 밑에 공통된 이름을 붙이자 배성재, 김명진, 차우진이 나왔다. 곧바로 하나의 공모라고 묶기에는 고리가 비어 있었다. 2019년의 장부 조작이 왜 2022년 도윤 비방으로 이어졌는지, 도윤의 추락이 왜 윤종필 실종 뒤 매각 압박으로 되돌아왔는지가 아직 설명되지 않았다.
2019년 자료에는 장부가 바뀐 뒤 아르덴의 손실률이 실제보다 높아진 과정이 보였다. 정상 납품 대금 일부가 시설 손실로 옮겨졌고, 같은 분기에 배성재의 우선매수 조건이 발동할 기준이 낮아졌다. 지민은 숫자를 다시 합산해 원래 분류와 수정 분류의 차이를 표로 만들었다. 투자와 장부 조작의 시작이 같은 날이라는 사실은 우연이라 부르기 어려웠지만, 지시자를 단정하지는 않았다.
2022년 자료에서는 도윤 기사 뒤 취소된 계약 네 건이 차례로 붙었다. 계약이 취소될 때마다 아르덴의 외식 사업 예상 가치가 낮아졌고, 배성재 측 평가 보고서에는 그 낮아진 숫자가 곧바로 반영됐다. 비방 기사는 한 사람의 평판만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호텔 가격표를 바꾸는 데 쓰였다.
지난가을 기록에는 '최종 협의'라는 차우진의 일정 제목이 남아 있었다. 윤종필의 메모에는 '지분 추가 양도 거절, 공동운영안 원본 보존'이라고 적혀 있었다. 두 기록과 출입 시각을 겹치자 2023년 11월 23일 밤 1107호에서 아버지와 차우진의 최종 충돌이 있었고, 자정을 넘긴 뒤 윤종필이 사라졌다는 순서가 확인됐다.
서린은 그 문장을 연표에 올리기 전에 '충돌'의 뜻을 제한했다. 의견과 이해관계가 맞섰다는 기록은 있지만 물리적 위협이나 강제 이동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지민은 굵은 글씨 아래 작은 글씨로 근거와 한계를 함께 적었다. 자극적인 제목이 사실의 범위를 넘어가지 않게 하는 일이었다.
도윤은 자기 이름 옆에 계약 취소 숫자가 붙는 것을 오래 바라봤다. 서린은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 미안함으로 자료 확인을 멈출 수 없었고, 도윤에게 위로받을 의무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자료를 어디까지 함께 볼지 물었다. 도윤은 끝까지 보겠다고 직접 답했다.
도윤이 2019년 기사 하나를 띄웠다. 지민이 전날 찾은 김명진의 아르덴 기사였다. 서린이 기사 보관소에서 내려받은 원문과 현재 공개된 수정본은 한 문장이 달랐다. 원문 파일에는 투자자 법무 자문을 언급하는 문장이 있었고, 수정본에서는 문단 전체가 매끈하게 이어지도록 삭제돼 있었다.
"김명진은 적어도 세 날짜 가운데 둘에 있어요."
지민이 말했다. "2019년 기사와 2022년 기사. 지금 올라온 기사까지 합치면 세 번이고요."
서린은 김명진에게 바로 연락하지 않았다. 먼저 원문 파일의 생성 정보와 기사 보관소 발급 확인서를 저장했다. 도윤의 자료는 복사하지 않고 읽기 전용으로 봉인했다. 누군가 자료를 바꿨다는 말을 또 만들지 못하게 각 파일의 확인 시각과 담당자를 적었다.
그때 법무팀 이하은에게서 내부 메신저가 왔다. 공식 질의가 아니라 만나서 설명하고 싶다는 한 줄이었다. 장소는 사내 법무실이 아니라 길 건너 카페였다. 지민이 화면을 읽고 서린을 봤다.
"이하은 씨도 날짜를 알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날짜가 만들어진 경로를 알고 있겠지."
서린은 답장을 보내기 전에 도윤을 봤다. 예전 같으면 혼자 카페로 내려갔을 것이다. 도윤도 예전 같으면 자신이 가진 파일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가 그러지 않을 것을 확인했다.
"같이 가요. 지민 씨는 여기서 원본 보관하고, 소희 씨는 객실 기록 담당자 확인 부탁해요."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민은 유리벽 사진을 찍되 외부 전송을 막은 내부 저장소에만 올렸다. 세 날짜 아래에는 아직 빈칸이 더 많았다.
카페로 내려가기 전, 서린은 세 번째 메모지를 손으로 한 번 눌렀다. 2023년 11월 24일. 아버지가 사라진 날짜를 누군가의 범죄 결론으로 쓰지 않고, 마지막 확인 시각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 차이가 아버지를 찾는 일과 아버지의 책임까지 묻는 일을 함께 가능하게 할 것 같았다.
유리벽 위 연표는 완성된 답이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사건이 기사 뜨는 순서대로 생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2019년 11월 14일 장부가 먼저 흔들렸고, 2022년 8월 18일 도윤의 이름이 무너졌으며, 2023년 11월 24일 윤종필이 사라졌다. 세 개의 날짜 사이에서 누군가가 아르덴을 싸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