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일곱 시 이십 분이었다. 서린은 커피를 아직 끓이지 않은 채 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 침대 끝에 걸터앉은 자세로, 등도 펴지 않고. 알림이 세 번 연속으로 울렸을 때 이미 직감했다. 이 시간에 세 번이면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걸.
포털 메인 화면 상단에 굵은 글씨가 박혀 있었다.
'스타 셰프 강도윤, 2년 만에 재소환—아르덴 복귀 전 스캔들 진위 논란.'
그 아래 두 번째 기사가 거의 동시에 올라와 있었다.
'호텔 아르덴 매각 협상 수면 위로—투자자 배성재, 체인 그룹과 접촉 정황.'
서린은 두 기사를 번갈아 열어봤다. 두 번째 기사 댓글에는 이미 숫자가 붙어 있었다. 오전 일곱 시 이십 분에 댓글 삼백 개가 넘는 기사. 누군가 밤새 준비했거나, 새벽에 일제히 퍼뜨렸다는 뜻이었다.
전화가 울렸다. 지민이었다.
"봤어요?"
지민의 목소리가 낮고 빨랐다. 평소의 그 밝은 박자가 아니었다.
"방금."
서린이 짧게 답했다.
"첫 번째 기사 발췌 부분 있죠, 4단락. 인터뷰 출처가 '아르덴 관계자'로 돼 있는데. 그게 진짜 이상해요. 우리 팀이 인터뷰 한 게 없거든요. 루셀 협업 공지 이후로 외부 인터뷰 요청 전부 보류 상태였고, 도윤 씨도 공식 인터뷰 안 했잖아요."
"발췌 문장 캡처해서 보내."
"이미 보냈어요. 십 분 전에."
지민이 한 박자 멈췄다가 덧붙였다.
"서린 씨, 이거 내부에서 나간 거예요."
서린은 그 말을 듣고 창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바깥은 아직 회색이었다. 비가 오는 건지 흐린 건지 구분이 안 될 만큼 밋밋한 하늘.
아르덴 2층 홍보팀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는 여덟 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지민은 이미 와 있었다. 모니터 두 개를 켜놓고 한쪽엔 기사 원문, 다른 쪽엔 뭔가를 정리한 문서를 띄워두고 있었다. 서린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지민이 인사를 빠뜨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왜곡된 부분 정리했어요."
지민이 마우스를 움직이며 말했다.
"기사에서 도윤 씨가 한 발언으로 인용된 문장이 세 개인데. 첫 번째 문장은 작년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맥락 잘라낸 거고, 두 번째는 출처 자체가 없어요. 세 번째가 문제예요. '아르덴 재계약은 조건부이며 상황에 따라 백지화될 수 있다'는 발언인데."
지민이 서린을 쳐다봤다. "이건 내부 회의에서 나온 말이에요. 박준혁 씨한테 유예를 요청하면서 서린 씨가 썼던 표현이잖아요."
서린이 모니터 앞에 섰다. 기사 속 문장을 다시 읽었다. 토씨 하나 차이 없이 일치했다. 등줄기가 조용히 싸늘해졌다.
"그 표현이 담긴 메일 수신자 목록 확인해."
"하고 있어요. 근데."
지민이 잠깐 망설였다.
"법무팀이 참조로 들어가 있어요."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도윤이었다. 검은 후드 티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로 사무실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열었다. 서린과 눈이 마주쳤다. 도윤이 먼저 말했다.
"나 관련 기사, 내가 직접 봤어요."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농담을 섞는 박자가 없었다.
"두 번째 단락 인터뷰 발췌, 그 문장 저 한 말 아닙니다. 어디서 나온 건지는 알 것 같고."
"어디요."
서린이 물었다.
도윤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닫고 모니터 앞으로 다가섰다. 지민이 자리를 조금 비켜줬다.
"이 기사 쓴 기자, 김명진이죠. 스포츠서울 출신이다가 지금은 연예경제 쪽으로 넘어간 사람인데."
도윤이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배성재 쪽 인맥으로 엮인 기자예요. 2022년에 제 스캔들 첫 기사도 얘가 썼어요. 같은 소스 쓰는 패턴이 있어요."
지민이 이름을 받아 적었다. 서린은 도윤을 봤다. 그가 이 이름을 이렇게 빠르게, 이렇게 구체적으로 꺼낼 수 있다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2022년부터 정리해뒀다는 뜻이었다. 그게 단순한 기억인지, 아니면 더 오래 추적해온 무언가인지.
"배성재 쪽 소스라면 내부 유출도 설명이 돼요."
지민이 말했다.
"이하은 씨 경로로 법무팀 메일이 나갔을 가능성."
"아직 확인 전이야."
서린이 끊었다. 지민이 입을 다물었다.
도윤이 그 짧은 정적을 읽었는지 시선을 서린에게 옮겼다. 서린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도윤이 물었다.
"이하은 씨한테 직접 물어볼 거예요?"
"아직."
서린이 다시 짧게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물어보는 순간 저쪽이 알아요."
도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끄덕임이 동의인지 혹은 이미 예상했다는 표시인지 알 수 없었다. 서린은 그 애매한 반응이 마음에 걸렸다. 도윤이 배성재 경로를 이렇게 정확하게 짚는 건, 스캔들 배후와 매각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자기가 먼저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가능성이 처음으로 선명하게 머릿속에서 형태를 갖췄다.
기사에서 한 가지가 더 눈에 걸렸다. 아르덴 매각 기사 하단, 업계 관계자 코멘트로 인용된 문장 옆에 붙은 이름. 직함만 있고 실명은 없었지만, '과거 아르덴 자문을 맡았던 외부 전문가'라는 표현이 차우진의 이력과 정확하게 겹쳤다. 서린은 그 문장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가 뗐다.
"이 코멘트."
서린이 지민을 봤다.
"이 사람 누군지 기자한테 확인 요청해. 공식으로 말고, 우회해서."
지민이 메모했다. 도윤은 그 사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기사를 다시 읽는 것처럼 모니터를 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처음부터 이 이름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지민이 커피를 가져온다며 잠깐 나갔다. 사무실에 두 사람만 남았다. 서린이 의자를 당겨 앉으면서 말했다.
"도윤 씨가 알고 있는 게 뭔지, 지금 다 말해줄 수 있어요?"
도윤이 서린을 봤다. 잠깐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 거절인지 준비인지 서린은 읽지 못했다.
"지금 말하면 서린 씨가 바로 움직이려 할 거고."
도윤이 천천히 말했다.
"움직이는 순간 저쪽이 알아요."
서린이 그를 봤다. 방금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돌려받은 기분이었다. 도윤이 작게 웃었다. 진짜로 웃는 건지 아닌지 판단할 여유가 없었다.
문이 다시 열렸다. 지민이 커피 두 잔을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서린에게 건네면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 아까 자료실에서 2019년 장부 파일 찾고 있었는데요."
지민이 말했다.
"그게 서린 씨 책상에 있었죠? 제가 잘못 봤나 싶어서요."
서린이 커피 잔을 받는 손이 아주 잠깐, 거의 알아채기 어려운 속도로 굳었다.
"내가 보고 있던 거야."
서린이 평온하게 말했다.
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더 묻지 않았다. 그 '더 묻지 않음'이 오히려 이상했다. 지민이 궁금한 걸 넘기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서린은 알고 있었다.
창밖에 빗방울이 유리에 처음으로 맺혔다. 서린은 화면을 다시 내려다봤다. 왜곡된 인터뷰 발췌, 법무팀 수신자 목록, 차우진과 겹치는 코멘트, 도윤이 삼킨 말. 이 네 가지가 어딘가에서 하나로 이어질 것이라는 감각이 손가락 끝까지 번졌다. 아직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