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국밥이 다 끓기도 전에 팽노가 부엌에 들어왔다.
소령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솥 뚜껑을 열었다. 김이 올라오는 사이로 팽노의 발소리가 멈추는 게 느껴졌다.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탁자 쪽으로 가지 않고 부뚜막 옆 기둥에 등을 기댔다. 소령은 국자를 들었다. 그릇은 두 개만 꺼내 두었다. 어제도, 그제도 두 개였다. 그 숫자가 이 집의 규칙이었다.
"짜지 않게 끓였나?"
팽노의 목소리였다. 소령은 국자를 내렸다.
"어젯밤에 간을 봤습니다."
"됐어."
짧았다. 언제나 그랬다. 팽노는 탁자 앞에 앉아 그릇을 앞으로 당겼다. 소령도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국밥을 먹었다. 취선객잔 처마 밖으로 파서진의 아침이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수레 바퀴 소리, 닭 울음, 어느 집에서 빨래를 두드리는 방망이 소리. 소령은 그 소리들을 들으며 국밥 한 술을 더 떴다. 국물이 뜨거웠다. 혀끝이 살짝 데이는 것을 느끼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행상 하나가 그저께 아침에도 지나갔다."
팽노가 말했다. 소령은 숟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봤습니다."
"그래?"
노인의 목소리에 아주 작은 변화가 있었다. 놀람인지 확인인지—소령은 고개를 들지 않고 국물을 한 모금 마셨다. 팽노는 더 말하지 않았다. 소령도 먼저 묻지 않았다. 그릇이 비워지는 동안 취선객잔 안에는 방망이 소리만 들어왔다 나갔다. 소령은 그 침묵이 무겁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먼저 손을 뻗어 들어 올릴 만큼 준비가 됐는지는 몰랐다.
설거지를 마친 뒤 소령은 마당 한쪽에서 나무를 패기 시작했다. 봄이 깊어졌어도 새벽 공기는 아직 차가웠고, 도끼를 쥔 손바닥에 수분이 올라오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장작이 두 쪽으로 갈라질 때마다 소령은 머릿속에서 뭔가를 함께 쪼개는 기분이 들었다. 낯선 행상의 보따리 매듭. 파서진 방식이 아닌 외지 방식. 억양 없는 말투. 흉터 사내가 저잣거리에서 자리를 옮길 때 발뒤꿈치를 먼저 드는 걸음걸이. 소령은 기억력이 나쁘지 않았다. 본 것들이 지워지지 않는 것은 때로는 자산이었고 때로는 짐이었다. 도끼를 내리칠 때마다 손목에 진동이 올라왔다. 그 진동이 기억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소령."
팽노가 마당 문설주에 기대어 있었다. 언제 나왔는지 몰랐다. 소령은 도끼를 내리고 등을 폈다.
"부르셨습니까."
"그 행상—다시 오면 네가 맞아라."
소령은 잠시 팽노를 바라봤다. 노인의 눈은 마당을 보고 있었다. 소령을 보지 않았다.
"맞아서요?"
"손님으로."
그것이 전부였다. 팽노는 돌아서서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소령은 도끼를 나무 기둥에 박아 두고 손을 닦았다. 손님으로 맞아라—그 말이 무슨 뜻인지 소령은 알았다. 동시에 몰랐다. 팽노가 그 행상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소령이 그 행상을 봤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인지. 두 가지는 비슷해 보였지만 전혀 달랐다. 소령은 도끼 자루에 남은 손바닥 열기를 바지에 문질러 닦으면서 그 차이를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뒤집어 봤다.
오전 내내 객잔은 한산했다. 점심 무렵 장사꾼 두 명이 들어와 국밥을 먹고 나갔고, 오후에는 빈 탁자만 남았다. 소령은 걸레를 빨아 마루를 닦으면서 문 밖을 슬쩍슬쩍 확인했다. 파서진 저잣거리는 오늘따라 유난히 조용했다. 아니, 조용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소령은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없었지만 몸이 먼저 알았다. 걸레를 짜는 손이 저절로 힘을 더 주고 있었다. 흉터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오늘 아침부터 그 사내가 보이지 않았다. 자리를 옮긴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위해 움직이는 것인지—그것도 알 수 없었다.
그 행상이 나타난 건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남자는 어제와 같은 차림이었다. 보따리를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발걸음은 느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소령은 마루 끝에 서서 그 사람을 바라봤다. 남자의 시선이 취선객잔 쪽으로 흘렀다가 돌아갔다. 소령은 반 발짝 앞으로 나섰다.
"들어오시겠습니까. 국밥이 있습니다."
남자가 멈췄다. 소령 쪽을 봤다. 표정이 없었다. 그러나 잠시 뒤 발길을 돌려 객잔 쪽으로 걸어왔다. 소령은 한 발 비켜서 길을 텄다. 남자의 어깨가 스쳐 지나갈 때 보따리에서 먼지 냄새가 났다. 파서진 흙 냄새가 아니었다. 더 건조하고, 조금 더 붉은 냄새였다.
남자는 안쪽 탁자에 앉았다. 보따리를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매듭은 역시 외지 방식이었다. 세 번 꼬아 한 번 당기는—파서진에서는 쓰지 않는 방법이었다. 소령은 국밥을 가져오면서 그 매듭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남자는 국밥을 받아 들었다. 숟가락을 들기 전에 잠깐, 정말 잠깐, 부엌 쪽을 봤다. 팽노가 있는 쪽이었다.
소령은 아무것도 본 척하지 않았다.
남자는 조용히 먹었다. 말이 없었다. 억양이 없다는 것은 억양을 지우는 훈련을 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소령은 마루를 닦는 척하면서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남자가 국밥을 반쯤 비웠을 때, 부엌에서 팽노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한 번, 짧게. 남자의 숟가락이 멈췄다. 그리고 다시 움직였다.
소령의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남자는 국밥을 다 먹고 동전 몇 닢을 탁자에 올려두었다. 보따리를 다시 어깨에 걸치며 일어섰다. 소령과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령도 하지 않았다. 남자가 문을 나섰다. 발걸음은 여전히 느렸다. 저잣거리로 섞여 들어가더니 곧 보이지 않았다. 소령은 그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지켜봤다. 눈을 깜빡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다 결국 깜빡였다.
탁자 위의 동전을 집어 들면서 소령은 그 자리에 무언가 더 남아 있지 않은지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국밥 그릇 옆, 남자가 보따리를 잠깐 내려뒀던 자리에 아주 작은 흙 자국이 있었다. 파서진의 흙이 아니었다. 색이 달랐다. 소령은 엄지손가락으로 그 흙을 살짝 눌러봤다. 건조했다. 파서진 흙보다 훨씬 더 건조했다.
소령은 그 흙 자국을 닦아내지 않았다. 부엌 문 쪽을 봤다. 팽노는 나오지 않았다.
저녁이 됐다. 솥에 국이 다시 끓고, 소령은 그릇을 꺼냈다. 두 개. 오늘도 두 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 개를 꺼냈다가 하나를 도로 넣은 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두 개만 손에 쥐었다. 그 차이가 소령 자신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마음의 무게를 옮겨 놓았다. 세 번째 그릇을 꺼내지 않았다는 것이 어떤 결정이었는지—소령은 그것을 아직 말로 만들 수 없었다.
팽노가 부엌에 들어왔다. 그릇 두 개를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소령이 국을 떴다. 두 사람은 또 아무 말 없이 먹기 시작했다. 국 냄새가 부엌을 채웠다. 파 냄새, 된장 냄새, 솥 바닥에서 올라오는 약간의 탄 냄새. 소령은 그 냄새들이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그러다 팽노가 입을 열었다.
"그 사람 다음에 또 오면."
소령은 숟가락을 들었다.
"이번에는 네가 먼저 물어봐라."
소령은 숟가락을 내렸다. 팽노를 봤다. 노인은 국물을 마시고 있었다. 소령이 뭔가를 물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어디서부터 물어야 하는지—그것이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았다. 소령은 숟가락을 다시 들었다. 먼저 물어봐라. 그 말이 허락인지, 시험인지, 아니면 팽노가 소령에게 처음으로 내미는 어떤 것인지—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말이 어떤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 문 앞에 서야 하는 것은 이제 소령이었다.
취선객잔 밖에서 파서진의 밤이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다. 흉터 사내가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낯선 행상인이 남긴 흙 자국은 탁자 위에 아직 있었다. 소령은 내일 아침 그것을 닦아낼 것인지, 아니면 그냥 둘 것인지—그것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