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가 처마 위로 올라오기 전에 취선객잔 부엌에는 이미 연기가 피어올랐다. 소령은 솥 뚜껑을 열어 김을 확인하고 국자로 바닥을 한 번 저었다. 쌀알이 아직 덜 퍼져 있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솥에서 올라오는 김이 얼굴을 덮었고, 소령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열기를 버텼다. 어제 저녁 팽노가 한 말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다음에 그 행상인이 오면 네가 먼저 물어봐라. 그게 전부였다. 허락인지 시험인지, 소령은 밤새 그것을 되씹었고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어차피 행동은 해야 했다. 그게 지금 소령이 놓인 자리였다.
팽노는 이른 아침부터 자리에 없었다. 마당 한편에 짚신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문은 바깥에서 걸쇠가 닫혀 있었다. 언제 나갔는지 소령은 알지 못했다. 솥이 끓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소령은 그릇을 두 개만 꺼냈다. 어제도 두 개였다. 오늘도 두 개였다. 세 번째 그릇을 꺼내지 않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 있었다. 그 습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령은 일부러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하면 손이 느려졌다. 손이 느려지면 아침 장사를 망쳤다.
손님이 들기 시작한 것은 해가 한 뼘쯤 올라왔을 때였다. 파서진 저잣거리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철물 두드리는 소리, 생선 파는 목소리, 짐수레 바퀴가 흙 위를 구르는 소리. 취선객잔 안에는 낯익은 얼굴 두셋이 자리를 잡았다. 소령은 국밥 그릇을 나르며 탁자 위를 눈으로 훑었다. 어제 행상인이 남긴 흙 자국은 소령이 아침 일찍 닦아냈다. 탁자는 깨끗했다. 그러나 그 자국의 색, 파서진 흙보다 훨씬 건조하고 옅었던 그 빛깔은 소령의 눈 안에 아직 남아 있었다.
철물점 주인이 국밥 그릇을 비우고 나가면서 탁자 모서리에 팔꿈치를 찧었다. 그릇이 기울었다. 소령이 재빠르게 받아냈다.
"조심하시오."
철물점 주인이 멋쩍게 웃으며 엽전을 놓고 나갔다. 소령은 빈 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돌아오다가 문 쪽을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다시 솥 앞에 섰다. 국자를 들고 저으면서 소령은 자신이 문 쪽을 몇 번이나 확인했는지 세어보다가 그만두었다. 세는 것 자체가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행상인이 들어온 것은 객잔이 반쯤 찼을 때였다. 어제와 같은 행색이었다. 등에 멘 보따리, 낡은 삿갓, 발목까지 내려오는 도포. 소령은 부엌 입구에서 그 사람을 보았다. 행상인은 안쪽 자리를 한 번 훑어보더니 어제와 같은 쪽에 앉았다. 창가에서 두 번째 탁자. 팽노가 있는 부엌 쪽이 잘 보이는 자리였다. 소령은 그것을 어제도 알아챘고 오늘도 알아챘다. 우연히 같은 자리를 고르는 사람은 없었다.
소령은 손에 든 국자를 솥에 걸쳐두고 앞치마에 손을 닦았다. 먼저 물어봐라. 팽노의 말이 다시 울렸다. 소령은 숨을 한 번 고르고 탁자 쪽으로 걸어갔다.
"국밥 드시겠습니까."
물음이 아니라 확인처럼 들렸을 것이다. 소령은 그걸 알면서도 고쳤다.
"어제도 오셨지요."
행상인이 소령을 올려다보았다.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 사십 줄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눈빛이 바짝 마른 흙처럼 빛이 없었다.
"국밥 주시오."
짧았다.
소령은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멀리서 오셨습니까. 짐이 무거워 보여서."
행상인의 손이 잠깐 보따리 끈 위에 얹혔다가 내려왔다. 소령은 그것을 보았다. 보따리 매듭이 눈에 들어왔다. 세 번 꼬아 한 번 당기는 방식. 파서진에서는 쓰지 않는 방법이었다. 소령이 그것을 안다는 사실을 행상인은 모를 것이다. 아직은.
"장사꾼이 멀리 다니는 건 흔한 일이오."
행상인의 목소리는 낮고 평평했다. 그러나 소령을 다시 한 번 위아래로 훑었다. 소령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재는 눈이었다.
소령은 그릇을 가지러 돌아서면서 말했다.
"그렇지요. 국밥 금방 나옵니다."
부엌에 돌아온 소령은 솥에서 국밥을 떴다. 손이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움직였다. 빠르게 움직이는 게 긴장 때문인지 집중 때문인지 소령 자신도 구분이 안 갔다. 국물이 그릇 가장자리에 조금 튀었다. 소령은 행주로 닦고 탁자로 돌아갔다. 그릇을 내려놓으면서 보따리를 다시 보았다. 바닥에 놓인 보따리 아래 흙이 묻어 있었다. 옅은 색이었다. 어제의 흙과 같은 색이었다. 소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행상인이 숟가락을 들었다. 국밥을 한 숟갈 뜨더니 멈추었다. 부엌 쪽을 한 번 보았다. 팽노는 없었다. 행상인의 숟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소령은 다른 손님 자리를 돌며 그 뒤를 주시했다. 행상인은 빠르게 먹었다. 말이 없었다. 먹는 내내 부엌 쪽을 두 번 더 확인했다. 팽노를 찾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팽노는 오늘 아침부터 자리에 없었다. 행상인이 그것을 알고 있는지, 아니면 모르고 왔는지, 그것도 소령은 알 수 없었다.
행상인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국밥 그릇이 반쯤 남았을 때였다. 다 먹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했다. 엽전 몇 닢을 탁자 위에 놓고 보따리를 들었다. 소령이 다가가자 행상인이 먼저 말했다.
"어린 것이 눈이 밝구나."
소령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꾸하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드러낼 것 같았다.
행상인이 문 쪽으로 걸어가다 멈추었다.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팽 어르신께 전하시오. 오래 기다리면 그쪽에서 먼저 움직인다고."
그리고 나갔다.
객잔 안의 소음이 그대로 이어졌다. 다른 손님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국밥을 먹었다. 소령은 탁자 위에 남은 엽전과 반쯤 남은 국밥 그릇을 바라보았다. 식은 국물 위에 기름이 얇게 떠 있었다. 행상인이 서두른 것은 팽노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부터였다. 그 말, 오래 기다리면 그쪽에서 먼저 움직인다, 가 팽노에게 전하는 말인지 아니면 소령을 통해 팽노의 반응을 보려는 것인지. 소령은 탁자를 닦으면서 그것을 되씹었다. 답은 나오지 않았다. 행주가 탁자 위를 두 번 지나갔다. 세 번째에는 멈추었다.
그릇을 부엌으로 들고 오면서 소령은 자신이 처음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는 것을 다시 생각했다. 팽노의 지시였다. 그러나 그 말을 꺼낸 것은 소령의 입이었다. 행상인은 그것을 알았다. 눈이 밝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었다. 네가 보고 있다는 것을 나도 보았다는 뜻이었다. 솥 앞에 서서 소령은 국자를 쥔 손에 잠깐 힘을 주었다가 풀었다. 부엌 천장에서 연기가 천천히 빠져나갔다.
해가 중천으로 오를 무렵 팽노가 돌아왔다. 짚신에 흙이 묻어 있었다. 파서진 흙 색이었다. 소령은 부엌 입구에서 팽노를 기다렸다가 조용히 말했다.
"오셨습니까. 아침에 그 행상인이 다녀갔습니다."
잠깐 멈추었다가 덧붙였다.
"전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팽노가 소령을 보았다. 눈빛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 오히려 뭔가 있다는 뜻이었다. 소령은 그것을 이제 알았다.
"들어오너라."
팽노가 말했다. 처음으로 먼저 부르는 말이었다. 소령은 앞치마를 벗으며 따라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취선객잔 바깥에서 파서진의 낮이 아무것도 모른 채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