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가 뜨기 전에 솥이 먼저 끓었다.
소령은 부뚜막 앞에 쪼그려 앉아 국물에 소금을 집어넣다가 손을 멈췄다. 어제 저녁 씻어둔 그릇이 세 개였다. 오늘 아침 꺼내놓은 그릇도 세 개였다. 취선객잔에 밥 먹는 사람은 팽노와 소령, 둘뿐인데 그릇이 세 개가 되는 날이 드물지 않았다. 그것이 언제부터 당연한 일이 되었는지 소령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그릇은 그냥 세 개였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채로.
"짜게 끓이지 마라."
팽노가 안방 문을 열지 않은 채 말했다. 벽 너머로 소리가 새어 나온 것이다. 소령은 소금 단지를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어제도 그 말 했습니다."
"어제도 짰으니까 오늘도 하는 거다."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소령은 솥 뚜껑을 덮고 불을 낮췄다. 팽노의 왼쪽 어깨는 보름이 지나도록 완전히 낫지 않았다. 아침 불 지피는 일, 저녁 그릇 씻는 일, 장 보러 가는 일이 모두 소령의 몫이 된 지 한참이었다. 불편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일들 사이사이에 자꾸 삼베 도포 사내의 손 흉터가 떠올랐다. 손등을 가로지른 그 흉터는 칼날이 아니라 쇠사슬에 쓸린 자국처럼 넓고 고르게 패여 있었다. 소령은 그것을 한 번 보고 두 번 기억했다.
파서진 저잣거리는 아침 일찍 움직였다. 소령이 채소 가게 앞에서 파 한 단을 고르는 동안, 건너편 노점 쪽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두부 장수가 저울추를 잘못 올려서 두부 한 모가 판 위에서 미끄러진 것이었다. 사람들이 웃고, 두부 장수가 손을 내저으며 욕을 한마디 했고, 그것도 웃음이 됐다. 파서진은 그런 곳이었다. 설리항이 떠나고, 막리연이 떠나고, 봄비가 한 차례 지나갔지만 저잣거리는 여전히 저잣거리였다. 흙먼지가 발등에 쌓이고, 생선 비린내와 참기름 냄새가 뒤섞이고,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흥정하는 곳. 소령은 그 안에서 파 한 단을 골랐다.
소령이 파 한 단을 집어 들고 엽전을 꺼내려는 순간이었다.
저잣거리 끝, 객잔 처마 아래 그림자 속에 사내가 서 있었다. 삼베 도포가 아니었다. 무명 바지저고리에 갓도 없는 행색이었다. 그러나 소령은 그 얼굴을 알았다. 닷새 전 저녁, 취선객잔 맞은편 골목에서 한 번 본 얼굴이었다. 흉터가 있었다. 왼쪽 턱에서 귀까지 가늘게 이어진, 칼날 흔적이 분명한 흉터. 사내는 움직이지 않았다. 장을 보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소령을 향해.
소령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사내도 거두지 않았다.
이 년을 넘게 몸으로 익힌 것이 하나 있다면, 눈이 마주쳤을 때 먼저 피하는 쪽이 불리하다는 것이었다. 소령은 천천히 고개를 파 단으로 내렸다. 엽전을 건네고, 잔돈을 받고, 파 단을 팔에 끼었다. 그 사이 사내가 처마 아래에서 사라졌다. 소령은 보지 않았다. 발소리는 동쪽으로 멀어졌다. 서두르지 않는 걸음이었다. 쫓기는 사람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취선객잔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령은 두 가지를 세었다. 하나, 사내는 소령을 먼저 보고 있었다. 둘, 사내는 도망치지 않았다. 자리를 옮겼을 뿐이었다. 그 차이가 작은 것 같아도 작지 않았다. 도망치는 사람은 다시 오지 않는다. 자리를 옮기는 사람은 돌아온다.
팽노는 마루에 앉아 약재를 고르고 있었다. 왼쪽 어깨는 여전히 움직임이 불편한지 오른손만 썼다. 소령은 파 단을 부엌에 내려놓고 손을 씻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뭘 봤냐."
팽노가 약재에서 눈을 들지 않은 채 물었다. 소령은 손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마루로 나왔다.
"파요. 한 단에 엽전 두 냥이더라고요. 지난달보다 비싸졌습니다."
팽노가 약재 한 줌을 내려놓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것만?"
"그것만입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소령은 파를 봤고, 파를 샀다. 흉터 가진 사내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 뿐이다. 팽노가 입을 열지 않는 것처럼, 소령도 때를 기다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기술이라는 것을, 소령은 어느 사이엔가 배워 두었다. 팽노는 소령을 한 번 바라보다가 다시 약재로 눈을 내렸다. 그 침묵이 이상하게 날카롭게 느껴졌다. 소령은 부엌으로 돌아가 솥 뚜껑을 열었다. 국물이 잘 우러나 있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점심 때였다. 낯선 손님이 하나 들어왔다. 중년의 사내로, 가죽 행전을 차고 허리춤에 작은 보따리를 묶은 차림이었다. 행상인처럼 보였다. 소령이 국밥 한 그릇을 내갔을 때 사내는 팽노 쪽을 힐끗 봤다가 시선을 거뒀다. 팽노는 안방에 있었다. 문은 닫혀 있었다. 사내는 국밥을 받으면서 "고맙소" 한마디를 했다. 말투가 평평했다. 억양이 없었다. 파서진 사람은 말끝을 올리는 버릇이 있는데, 이 사내는 그렇지 않았다.
소령은 사내의 보따리 매듭을 무심코 봤다. 매듭이 특이했다. 두 번 꼬아서 안으로 집어넣는 방식이었다. 파서진 사람들이 쓰는 방식이 아니었다. 소령은 그것을 기억에 넣었다. 말하지 않았다. 사내는 국밥을 먹고 엽전을 탁자 위에 놓고 나갔다. 엽전은 딱 맞았다. 한 푼도 더 없이. 소령은 그 엽전을 집으면서 손가락 끝으로 동전의 온도를 느꼈다. 오래 쥐고 있던 것처럼 미지근했다. 주머니 속에서 오래 기다렸던 돈이었다.
저녁이 되었다. 소령은 뒷마당 우물가에서 그릇을 씻었다. 차가운 물이 손등을 타고 흘렀다. 하늘에 별이 드문드문 났다. 팽노의 방에서 호롱불이 켜지는 것이 울타리 너머로 보였다. 불빛이 흔들렸다가 잠잠해졌다. 바람이 없는 밤이었다.
소령은 씻던 그릇을 잠시 내려놓았다. 흉터 가진 사내. 특이한 매듭. 팽노가 닫고 있는 입. 그리고 그릇은 여전히 세 개였다. 연결되는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소령은 그 알 수 없음을 억지로 풀려 들지 않았다. 다만 기억해두었다. 기억은 공짜였다. 그리고 파서진에 자신이 모르는 눈이 깔려 있다면, 그 눈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했다. 그 전에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팽노에게 배운 것이었다. 직접 들은 말은 아니었지만.
그릇을 다 씻고 들어서는데 팽노 방 문틈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소령은 문 앞에서 멈췄다. 문 너머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팽노가 깨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잠든 사람의 방은 이렇게 조용하지 않다. 이것은 듣고 있는 사람의 조용함이었다.
"국밥 식기 전에 드십시오."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잠시 뒤 방 안에서 움직이는 기척이 들렸다. 소령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솥 뚜껑을 열었다. 김이 올라왔다. 그릇은 세 개였다. 소령은 두 개만 꺼냈다. 오늘은 그것으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