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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4화]

결재선의 끝에 선 사람

작성: 2026.06.04 14:34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오후 두 시가 조금 넘었을 때 회의실 형광등 하나가 깜빡였다. 세 번 깜빡이다가 멈췄다. 가온은 그것을 보다가 노트북 화면으로 다시 눈을 돌렸고, 해진은 아예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겸만 천장을 한 번 올려다보고 나서 종이컵을 들었다. 커피는 이미 식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출력한 결재 로그가 넉 장 펼쳐져 있었다. 태성캐피탈 내부 시스템의 전자결재 이력이었다. 가온이 어젯밤 늦게 외부 감사 접근 권한으로 요청해서 오전 중에 받아낸 것이었다. 이겸은 그 서류를 받아 들면서 시각을 먼저 확인했다. 세 건이 모두 밤 열한 시 이후였다.

"이 세 건,"

가온이 손가락으로 짚었다.

"일반 결재가 아니에요. 위임 전결이고, 결재권자 이름이 없어요. 대리 결재인데 원결재자 표시가 없는 거예요. 시스템 오류면 한 건인데 세 건이 같은 날 밤이면."

말을 잠깐 멈췄다. "설계예요."

해진이 그 서류를 받아서 다시 들여다보았다. 날짜는 지난달 열사흘이었다. 사모펀드 제안서가 내부감사팀 검토 대상으로 올라오기 꼭 나흘 전이었다. 해진은 그것을 계산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겸은 해진의 손이 잠깐 멈추는 것을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흘 차이요."

해진이 말했다. 물음이 아니었다.

이겸은 종이컵을 내려놓았다.

"계속해."

가온이 노트북을 돌렸다. 화면에는 세 건의 결재 흐름이 도식화되어 있었다. 기안자는 태성캐피탈 운용본부, 승인 경로는 본부장 직결이 아니라 외부 법인 경유였다. 가온이 그 법인 이름 위에 커서를 올렸다. TCS-B였다.

이겸의 손이 테이블 위에서 한 번 당겨졌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다. 해진은 그것을 보았다.

"TCS-B가 결재 경로에 들어가 있다는 건,"

서다온이 어젯밤 문자에서 썼던 표현이 이겸의 머릿속에서 다시 겹쳤다. 결재 경로가 아니라 통제 경로. 이겸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 이 테이블 위에서 그 말을 꺼내는 순서가 문제였다. 너무 빨리 말하면 내가 어디서 알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TCS-B 등기 확인했어요?"

해진이 물었다. 이번엔 이겸을 보면서였다.

"다온 씨가 어젯밤에 확인 중이었어."

"지금은요?"

이겸은 휴대폰을 꺼내서 화면을 켰다. 서다온에게서 온 메시지가 오전 열 시 사십분에 와 있었다. 이겸은 그걸 아침에 이미 읽었지만 답장을 보내지 않은 상태였다. 메시지 내용은 짧았다. 『등기 외 경로 하나 더. 오늘 저녁 통화 가능해요?』

이겸은 화면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해진이 그 화면을 잠깐 보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이겸은 그 시선을 정면으로 받았다.

"오늘 저녁에 확인돼."

이겸이 말했다.

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끄덕이는 속도가 생각보다 느렸다. 가온은 그 사이에 화면을 다시 돌려 놓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회의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형광등이 다시 한 번 깜빡였다. 이번엔 멈추지 않고 꺼졌다. 자연광이 들어오기엔 창이 작은 쪽이었다. 가온이 "어," 하고 짧게 내뱉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벽 스위치를 눌렀다. 형광등이 켜지지 않았다. 가온이 두 번 더 눌렀다. 역시 켜지지 않았다.

"관리팀 불러야 하나요."

가온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해진이 "나 나갔다 올게요"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나가면서 이겸 쪽을 한 번 보았다. 이겸은 그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회의실에는 이겸과 가온만 남았다. 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테이블 끝부분까지만 닿았다. 가온이 자리에 앉으면서 노트북 화면 밝기를 조금 올렸다.

"부장님."

가온이 낮게 말했다.

이겸은 로그 서류를 보고 있었다.

"이 세 건 결재 흐름에서요."

가온이 목소리를 한 층 더 낮췄다.

"기안자 이름 옆에 수신 확인 도장이 찍혀 있는데, 이게 전자결재 시스템 도장이 아니에요. 수동이에요. 누군가 직접 찍은 거예요. 밤 열한 시 넘어서 시스템 외부에서."

잠깐 멈췄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죠?"

이겸은 서류를 내려놓았다.

"시스템 로그 바깥에서 결재 승인이 났다는 거야."

"네."

가온이 노트북 화면을 가리켰다.

"그러면 이 사람이 누구냐는 건데요. 심야에 태성캐피탈 사무실에 들어와서 종이 결재에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은 운용본부 내부 인간이 아니에요. 외부에서 접근 권한이 있거나, 아니면 아예 그 건물 보안을 관리하는 사람이에요."

이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밖에서 차 소리가 한 번 지나갔다. 가온은 이겸이 침묵할 때 더 이상 묻지 않는 법을 지난 며칠 사이에 배운 모양이었다. 대신 화면을 스크롤해서 다른 페이지로 넘겼다.

"그리고 이게 세 번째 결재 건인데요."

가온이 말했다.

"금액이 달라요. 앞의 두 건은 오억 단위인데 이건 십이억이에요. 그리고 수취 계좌가 달라요. 앞의 두 건은 태성캐피탈 법인 계좌인데 이건 개인 명의 계좌 같은 형식이에요. 정확한 계좌 정보는 제 권한으로 안 나오는데."

이겸이 그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십이억. 수취 계좌 형식. 이겸은 그 숫자를 전생에서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다른 문서에서, 다른 이름 아래에서. 그러나 그 이름을 지금 이 테이블 위에서 말하는 건 아직 이르다.

문이 열렸다. 해진이 관리팀 직원과 함께 들어왔다. 직원이 형광등 아래 사다리를 받치고 올라갔다. 딸깍 소리가 나더니 불이 켜졌다. 갑자기 밝아진 회의실에서 이겸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해진이 자리에 앉으면서 이겸을 보았다.

"뭐 나왔어요?"

이겸은 로그 서류를 해진 쪽으로 밀었다. 세 번째 결재 건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이 건 수취 계좌 확인해줘. 공식 요청서 써서 내일 오전까지."

"가능한 경로가요?"

"다온 씨가 알아."

이겸이 말했다.

"오늘 저녁 통화할 때 같이 확인하면 돼."

해진은 서류를 받아 들었다. 그 서류를 보는 해진의 눈이 세 번째 결재 건 금액에서 잠깐 멈췄다가 수취 계좌 형식 쪽으로 이동했다. 이겸은 그것을 보았다.

오후 세 시가 가까워졌다. 이겸은 회의실을 나와서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서다온의 메시지를 다시 열었다. 『등기 외 경로 하나 더. 오늘 저녁 통화 가능해요?』 이겸은 답장을 썼다. 『여섯 시. 혼자 전화해요.』 보내고 나서 수첩을 꺼냈다. 오늘 날짜 아래에 짧게 썼다. 심야 결재 세 건. TCS-B 경유. 십이억. 수취 계좌 미확인. 그리고 그 아래에 작게 하나 더 썼다. 해진, 속도 다시 느려짐.

창밖은 아직 낮이었다. 여섯 시까지는 세 시간이 있었다. 이겸은 수첩을 닫고 모니터를 켰다. 서류 더미 아래쪽에 태성캐피탈 운용본부 조직도가 끼워져 있었다. 이겸은 그것을 꺼내서 세 번째 결재 건의 기안자 이름 옆에 동그라미를 쳤다. 아직 이름이 아니었다. 직함만 있었다. 그러나 그 직함이 연결되는 자리를 이겸은 알고 있었다. 전략실이었다. 장승민의 직함 바로 아래에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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