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 전, 훈련장 쪽에서 목재 두드리는 소리가 아직 끊기지 않았다. 재건 인력들이 서쪽 창고 골조를 올리는 중이었다. 엘리안은 그 소리를 들으며 복도를 걸었다. 흙먼지 냄새가 안쪽까지 들어와 있었다. 보름 전만 해도 그 자리는 무너진 벽돌 더미였다.
복도 끝에서 병사 하나가 지나쳤다. 시선을 살짝 낮추고 걸음을 늦추는 것이 고참 병사의 예절이었다. 엘리안은 그 동작을 놓치지 않았다. 예의 바른 복종인지, 아니면 익숙해진 위장인지. 베론 건이 터진 뒤로 그 구분이 자꾸 눈에 걸렸다. 그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회의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루키안이 동판을 꺼낸 것은 기름 램프 하나가 탁자 끝에 놓인 직후였다. 하르트가 램프를 올려두고 심지를 조절하는 동안 루키안은 동판을 손가락으로 밀어 불빛 쪽으로 보냈다. 금속이 나무 위를 긁는 소리가 짧게 났다. 탁자 중앙은 여전히 어둑했고, 네 사람의 얼굴이 각자 다른 각도의 그늘을 달고 있었다.
"연락은 오늘 밤 넣어야 합니다."
루키안이 먼저 말했다.
"베론이 이미 사라진 마당에 마도회가 이쪽을 주목하고 있다면, 우리가 먼저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기다리는 쪽이 항상 더 많이 잃거든요."
세라가 팔짱을 꼈다. 오늘 하루 서쪽 출입구 경비 기록을 뒤진 탓인지 얼굴에 피로가 남아 있었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당신이 먼저 움직이면 마도회는 당신이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다음은 우리 문제가 되고요."
"처음부터 우리 문제였습니다."
루키안이 동판을 한 번 집어들었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이 동판이 반납 목록에서 빠진 게 서기 실수라고 생각하십니까? 처음부터 추적하려고 기록에서 뺀 거라면, 마도회는 이미 이쪽을 보고 있는 겁니다."
엘리안은 동판을 집어들었다. 손가락 두 마디 너비, 표면에 얕게 긁어낸 문양 하나. 실제로 보면 별것 아닌 물건이었다. 그는 동판을 램프 불빛 쪽으로 기울여보았다. 문양의 선이 아주 얕았다. 손톱 끝으로 긁어낸 것처럼. 이것이 마도회 거점과 연결되는 열쇠라는 게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문양 위를 한 번 훑었다. 금속의 냉기가 손끝에서 손바닥까지 올라왔다.
"연락을 넣었을 때,"
엘리안이 물었다.
"상대방이 응답하기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루키안이 잠깐 생각했다.
"이틀에서 사흘. 거점 위치에 따라 다릅니다. 다만 연락이 닿는 순간부터 이쪽 위치가 특정됩니다. 로벨 영지라는 게 알려지는 거죠."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하르트가 말했다. 그는 방 구석에 서 있었고, 오늘 저녁 내내 거의 말이 없었다.
"베론이 빠져나간 것이 사흘 전이라면, 그가 가져간 것들이 이미 어딘가에 닿았을 시간은 충분합니다."
세라가 짧게 숨을 뱉었다. 동의한다는 표시였다. 그는 접어둔 종이 한 장을 탁자 위에 폈다. 손으로 옮겨 적은 경비 교대 기록이었다. 잉크가 군데군데 번져 있었고, 몇 줄은 밑줄이 두 번 그어져 있었다.
"서쪽 출입구 경비 교대 기록을 다시 봤습니다. 이틀 전 이경, 원래 교대 담당이 아닌 병사가 두 시진 동안 자리를 채웠습니다. 기록에는 질환으로 인한 대체 배치라고 적혀 있는데, 그 병사가 아픈 거 봤다는 사람이 지금까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두 시진이 베론 실종 추정 시각과 겹칩니다."
탁자 위가 잠시 조용해졌다. 엘리안은 동판을 내려놓았다. 소리 없이.
"경비 병사 이름이 누굽니까."
"드론."
세라의 목소리가 평탄했다. 감정을 깔아둔 목소리였다.
"반년 전 재건 인력으로 들어온 목수 보조입니다. 베론과 같은 시기에 들어왔습니다."
엘리안은 그 말이 방 안에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천장을 잠깐 봤다. 재건 인력. 같은 시기. 경비 교대. 그것들이 한 줄로 이어지는 그림이 너무 깔끔해서 오히려 불편했다. 너무 깔끔한 그림은 대개 누군가가 그려놓은 것이었다. 그는 종이를 손끝으로 한 번 눌렀다가 뗐다. 잉크 번진 자국이 손가락 끝에 묻었다.
"드론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막사에 있습니다. 오늘 낮 작업에 정상 출근했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세라가 팔짱을 풀었다.
"잡아다 물어볼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러면 우리가 뭘 알고 있는지가 드러나죠."
루키안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한 번 두드렸다.
"흥미롭군요. 베론은 도망치고, 드론은 남아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편이라면 드론은 남아서 뭔가를 계속 보고하는 역할일 겁니다. 아니면,"
그는 잠깐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
"베론이 사라진 것을 드론은 아직 모르는 거겠죠. 계획이 틀어진 채로 자기 역할만 하고 있는 겁니다."
그게 맞다면 드론을 건드리기 전에 시간이 있었다. 엘리안은 그 계산을 머릿속에서 한 번 돌렸다. 드론이 보고하는 경로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편이 먼저였다. 그리고 그 경로가 카이런 공작가로 이어진다면, 지금까지 조각조각 떠다니던 의심들이 하나의 윤곽을 갖게 된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윤곽이었다. 하지만 윤곽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달랐다.
밖에서 목재 두드리는 소리가 멈췄다. 저녁이 되면 인부들이 연장을 내려놓는다. 엘리안은 그 침묵을 한 박자 들었다가 입을 열었다.
"동판 연락은 오늘 밤 넣겠습니다."
그는 루키안을 봤다.
"연락 방식은 당신이 정하되 거점 특정이 이쪽으로 넘어오기 전에 저한테 한 번 더 확인받아요. 그리고 세라, 드론은 건드리지 말고 감시만 유지해 주십시오. 움직이는 경로와 접촉하는 인물들을 기록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키안은 동판을 집어들어 외투 안쪽 주머니에 넣었다. 동판이 천 속으로 사라지는 소리가 작게 났다.
하르트가 램프를 조금 더 가운데로 밀었다. 탁자 위가 밝아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엘리안은 그 동작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어두운 데서 결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오래된 버릇이었다. 엘리안은 그것을 보면서 잠깐 입꼬리를 움직였다가 다시 폈다.
"한 가지만 더."
루키안이 일어서려다가 멈췄다.
"마도회가 이 동판의 위치를 이미 알고 있다면, 연락이 닿는 순간 상대방이 응답 대신 다른 것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장부 원본이 아니라 사람을 보내는 거죠."
그는 말을 끊었다가 덧붙였다. 목소리에 경고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그것도 계획 안에 넣어두십시오."
그 말이 방 안에 남았다. 루키안이 먼저 나갔고, 세라가 뒤를 따랐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두 번 났다. 하르트는 램프를 끄기 전에 엘리안을 한 번 봤다. 엘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는 표시였다. 하르트는 그것을 보고 나서야 방을 나갔다.
혼자 남은 방 안에서 엘리안은 잠시 탁자 위를 바라봤다. 동판은 없었다. 루키안의 외투 안에 있었다. 남은 것은 세라가 두고 간 경비 기록 종이 한 장과, 램프가 만들어내는 좁은 빛의 테두리뿐이었다. 그는 종이를 다시 한 번 펴봤다. 드론. 반년. 베론과 같은 시기. 손가락 끝의 잉크 자국이 아직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오늘 밤 동판이 처음으로 움직인다. 움직이는 순간, 이쪽이 먼저 손을 뻗었다는 사실을 마도회는 알게 된다. 엘리안은 그것이 도발인지 선제인지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다만 베론이 이미 빠져나갔고 드론이 아직 남아 있는 한,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는 착각은 오늘 저녁에 끝났다. 그것만큼은 분명했다. 그는 종이를 접어 외투 안쪽에 넣고 램프를 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