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안개가 성벽 위쪽에서 아직 걷히지 않은 시각이었다. 훈련장 쪽에서 목검 부딪히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지만 아직 기상 나팔이 울리기 전이었다. 루키안이 식당에 들어선 것은 조리 인부들이 솥을 거는 소리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는데, 그의 얼굴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엘리안이 먼저 알아챘다. 평소에는 빈 탁자를 찾아 자리를 고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탁자를 찾는 대신 엘리안이 앉아 있는 쪽으로 곧바로 걸어왔다. 장화 끝에 흙이 묻어 있었다. 밤새 어딘가를 걸어 다닌 사람의 발이었다.
"밤새 잠 못 잔 얼굴이군요."
루키안이 의자를 당기지도 않고 탁자 끝에 기댔다.
"응답이 왔습니다."
그게 전부였다. 설명도, 전후 사정도 없었다. 엘리안은 빵을 내려놓았다.
"언제요."
"새벽 두 시 조금 전."
루키안이 품 안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잉크가 덜 마른 것인지 가장자리가 번져 있었다.
"동판이 반응하면 기다려야 한다고 했는데, 한 시간도 안 됐습니다. 마도회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얘기죠."
엘리안은 종이를 받아 펼쳤다. 짧았다. 한 문장, 그리고 이름 하나. 문장은 이랬다.
'원본은 이미 옮겨졌다. 그것을 알고 싶다면 아래 이름을 먼저 찾아라.'
이름은 엘리안이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루키안의 표정은 달랐다. 그는 종이를 보지 않았다. 이미 외운 사람처럼 탁자 위 나뭇결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이름 압니까."
루키안이 대답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압니다."
그가 손을 뻗어 종이를 도로 가져갔다.
"봉인 파손 사건 당시 마도회 내부 감찰을 맡았던 사람입니다. 제 추방 심문을 주도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엘리안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솥에서 물 끓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조리 인부 한 명이 장작을 더 던져 넣는 소리가 뒤따라왔다. 루키안이 그 이름을 어떤 얼굴로 기억하고 있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심문을 주도한 사람의 이름은 몸이 먼저 기억한다.
"마도회가 장부 원본 위치 대신 사람을 줬다는 건,"
엘리안이 천천히 말했다.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원본을 아직 협상 카드로 쓸 생각이거나, 아니면 그 이름이 원본보다 더 위험한 정보라는 걸 알고 흘린 거거나."
"셋째 가능성도 있습니다."
루키안이 종이를 다시 접었다.
"그 사람이 마도회 안에서 이탈한 상태라면, 마도회는 우리가 그 이름을 추적하는 동안 우리 위치를 역으로 확인하려는 거죠. 서로 이용하는 겁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식당 문이 열렸다. 세라였다. 그녀는 문을 닫는 것도 생략하고 엘리안 옆에 자리를 잡았다. 장화 밑창에 진흙이 묻어 있었다. 아직 훈련 시간 전이었는데 외투 소매 끝이 젖어 있었다. 마구간 쪽 담벼락 근처는 새벽이면 안개가 내려앉아 돌 틈마다 물기가 맺혔다.
"드론이 편지를 썼습니다."
엘리안이 고개를 들었다.
"새벽 당직 교대 직후에요. 성 바깥으로 나가는 척 쓰레기 처리를 자청했는데, 막사 담벼락 쪽에 쪽지를 끼워 두고 들어왔습니다. 우리 쪽 순찰이 아니라 바깥 방향으로 찾는 사람이 있다는 뜻입니다."
세라가 식판을 당기지 않고 팔짱만 꼈다.
"내용은 못 확인했습니다. 건드리면 드론이 눈치채니까요."
"위치는."
"서쪽 담벼락 두 번째 기둥, 돌 틈."
세라가 짧게 말했다.
"오늘 오후 안에 누군가 찾아가거나, 아니면 드론이 다시 꺼낼 겁니다."
루키안이 종이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세 사람이 동시에 그것을 봤다. 마도회의 응답 문장과 이름 하나, 그리고 서쪽 담벼락 쪽지. 두 가지가 같은 아침에 쌓였다. 엘리안은 두 가지를 따로 보지 않았다. 같은 날 같은 방향에서 오는 압박이었다.
"쪽지를 건드리지 않고 수신자를 특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있으면 이미 했죠."
세라가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없으니까 이렇게 앉아서 보고하는 겁니다."
루키안이 나지막하게 끼어들었다.
"담벼락 쪽지를 찾아가는 사람은 성 안 사람이 아닐 겁니다. 드론이 성 바깥으로 연락을 넣으려고 한다는 건, 이쪽 내부에 공범이 없거나 아직 연결이 안 됐다는 의미입니다. 베론이 빠져나간 이후 드론이 혼자 남은 거라면, 지금 드론은 상황이 바뀌었다는 보고를 올리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신자가 카이런 공작가 쪽 인물이라는 게 더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고요."
엘리안이 말을 이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루키안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지만 반박하지도 않았다.
세 사람이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식당 안에 인부 두 명이 더 들어오면서 솥 냄새가 번졌다. 묽은 귀리죽과 절인 채소 냄새였다. 재건 인력들의 아침이었다. 그 인부들 사이에 드론도 있었다. 지금쯤 막사에서 나와 공사 현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을 것이었다. 쪽지를 끼워 두고 온 손으로 오늘도 벽돌을 나를 것이었다.
엘리안이 루키안을 봤다.
"마도회가 준 이름, 지금 어디 있는 사람입니까."
"수도라면 가망이 없습니다."
루키안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그러나 봉인 사건 이후 마도회 내부에서도 경계 대상이 됐다면, 수도 안에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도사가 자기 발로 거점을 벗어날 때는 대개 변경 쪽으로 내려옵니다. 눈에 덜 띄니까요."
"변경이라면 여기서 이틀 내외 거리 안에 들어오는 거점이 세 군데입니다."
엘리안이 말했다.
"그 중 한 곳에 루키안이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루키안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
"한 명."
그가 탁자에서 손을 뗐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보를 받아서 넘기는 사람이기는 합니다."
"충분합니다."
엘리안이 일어섰다.
"드론 쪽지는 오늘 오후까지 그대로 둡니다. 수신자가 나타나면 세라 쪽에서 먼저 확인하고요. 루키안은 오늘 안으로 변경 거점 쪽 연락 가능성을 확인해 줬으면 합니다. 마도회가 준 이름이 실제로 이쪽에 내려와 있는지 여부만이라도."
세라가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났다.
"드론이 쪽지를 다시 꺼내러 오면 어떻게 합니까."
엘리안은 잠깐 생각했다.
"그러면 드론이 먼저 움직인 겁니다. 그때는 건드려도 됩니다."
세라가 표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루키안은 종이를 다시 품에 넣으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마도회가 이 이름을 흘렸다는 건, 우리가 이 이름을 추적하는 동안 무언가를 보고 있겠다는 겁니다. 이걸 기억해 두십시오."
엘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기억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말이었다. 먼저 손을 뻗은 쪽이 먼저 드러난다는 것은 어제 동판을 눌렀을 때부터 각오한 일이었다. 각오와 현실이 같은 무게인지는 아침이 되어야 알 수 있었고, 지금 그 무게가 식당 탁자 위에 올라와 있었다.
식당을 나서면서 성벽 쪽을 잠깐 올려다봤다. 안개가 조금 걷혀 있었다. 그러나 서쪽 담벼락 방향은 아직 희뿌연 채였다. 담벼락 두 번째 기둥 돌 틈 안에 쪽지가 들어 있었다. 그것을 찾아올 손이 오늘 오후 안에 이쪽으로 올 것이었다. 혹은 오지 않을 것이었다. 어느 쪽이든 오늘이 끝나기 전에 알 수 있었다. 엘리안은 그것이 그나마 확실한 한 가지라는 사실에 잠시 기댔다가, 계단을 내려갔다. 훈련장에서 목검 소리가 다시 들렸다. 기상 나팔이 울리기 직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