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리연이 떠난 아침에도 국밥은 끓었다.
소령은 부뚜막 앞에 쪼그려 앉아 솥 안을 나무 주걱으로 천천히 저었다. 팽노의 왼쪽 어깨가 아직 다 낫지 않았고, 국밥 끓이는 일은 자연스럽게 소령의 몫으로 굳어진 지 열흘이 넘었다. 솥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뼈 우린 국물 냄새와 젖은 장작 연기가 섞였다. 소령은 생각했다. 짜게 끓이면 팽노가 한마디 할 것이다. 그 한마디가 싫지 않았다. 적어도 아직 팽노가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취선객잔 안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막리연이 있던 자리—벽 쪽 두 번째 탁자—는 비어 있었다. 담여화도 어제 새벽에 짐을 싸서 나갔다. 남은 건 소령과 팽노, 그리고 간밤에 새로 들어온 손님 하나였다. 빈 탁자는 그냥 빈 탁자가 아니었다. 사람이 앉았던 자리는 사람이 떠나도 한동안 그 무게를 품고 있다. 소령은 그쪽을 보지 않으려 했지만 주걱을 젓다 보면 자꾸 시선이 갔다.
그 손님이 문제였다.
나이는 마흔 언저리로 보였다. 삼베 도포에 짚신을 신었고, 등에는 낡은 보따리 하나를 짊어지고 있었다. 어젯밤 늦게 들어와 팽노와 열 마디도 안 되는 말을 나눈 뒤 안방 옆 작은 방에 들어갔다. 소령이 이상하다고 느낀 건 그 열 마디 때문이었다. 팽노 노인은 처음 보는 손님에게 보통 방값 흥정을 오래 한다. 어젯밤에는 그러지 않았다. 흥정도, 눈치 보기도 없었다. 그냥 방을 내줬다. 마치 이미 약속이 되어 있었던 것처럼.
"짜지 않게 끓였냐."
팽노가 부뚜막 옆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왼쪽 어깨를 약간 기울이는 버릇이 생겼다. 부상 이후로 그렇게 됐다. 소령은 국그릇을 두 개 꺼내면서 대꾸했다.
"맛보고 판단하십시오."
팽노는 코웃음을 쳤지만 말리지 않았다. 소령은 국그릇 두 개를 탁자에 놓고 마주 앉았다. 봄볕이 취선객잔 창문을 비스듬히 통과하고 있었다. 파서진의 아침이었다. 조용하고, 그래서 더 수상한 아침이었다.
"막 주사(莫主事)는 어디까지 갔을 것 같소?"
팽노가 국그릇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물었다. 소령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막리연이 어디로 간다고 말하지 않았고, 소령도 묻지 않았다. 그것이 두 사람 사이의 마지막 예의 같은 것이었다. 물어보면 대답해야 하고, 대답하면 작별이 된다. 그 순서가 싫었다.
"남쪽이겠죠. 오방맹이 설리항 건을 정리하면 순찰사 직책도 정리될 테니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나?"
팽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소령은 국그릇을 내려놓고 노인의 얼굴을 봤다. 팽노는 창문 쪽을 보고 있었다. 어젯밤 손님이 묵은 방 쪽이었다. 그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소령은 알아챘다. 그러나 묻기 전에 방문이 먼저 열렸다.
삼베 도포의 사내가 나왔다. 아침에 보니 얼굴이 어젯밤보다 더 평범해 보였다. 강호에서 평범한 얼굴은 두 가지다. 정말 평범하거나, 평범하게 훈련된 것이거나. 사내는 소령과 눈이 마주쳤다. 잠깐 멈췄다가 팽노를 봤다. 그 순서가 소령은 마음에 걸렸다. 보통 사람은 주인을 먼저 본다.
"국밥 한 그릇 더 됩니까."
팽노가 소령을 봤다. 소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뚜막으로 가면서 소령은 두 사람의 침묵을 등으로 들었다.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나 국그릇을 들고 돌아왔을 때, 팽노의 국그릇 위치가 아까와 달라져 있었다. 탁자 가장자리로 조금 밀려나 있었다. 손님이 왔을 때 팽노가 무언가를 가렸던 자리였다. 소령은 그 자리를 한 번 보고 눈을 거뒀다.
"감사합니다, 소 낭자."
이름을 알고 있었다. 소령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국그릇을 사내 앞에 내려놓고 돌아섰다. 숟가락이 그릇에 닿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소령은 부뚜막 앞에 서서 솥 뚜껑을 닫았다. 손이 조금 느렸다.
오전 내내 소령은 마당에서 검을 닦았다. 닦는 척하면서 생각했다. 설리항이 쓰러진 이후 파서진은 표면상 조용했다. 오방맹 깃발도 광장에서 내려갔다. 그러나 조용한 것과 끝난 것은 다르다. 소령은 그것을 몸으로 먼저 배웠다. 청명문이 사라지던 날도 그 전날 밤은 조용했다. 훈련장에 흙먼지 하나 일지 않았고, 사형들은 평소처럼 검을 닦았다. 그리고 아침에 깃발이 없어졌다.
검집을 천 조각으로 닦으며 소령은 삼베 도포 사내가 자신의 이름을 어디서 들었는지 생각했다. 막리연에게서? 아니면 오방맹의 어느 서류에서? 아니면, 전혀 다른 곳에서? 이름을 아는 것과 이름을 부르는 것은 다르다. 사내는 굳이 불렀다. 그것은 확인이었다.
"거기 앉아 있으면 일 안 하는 것처럼 보여."
팽노가 마당 쪽문을 열고 나왔다. 왼쪽 어깨를 기울인 채 걷는 걸음이었다. 소령은 검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노인을 봤다.
"그 손님, 누구요?"
팽노는 대답 대신 마당 귀퉁이 화분 옆에 걸터앉았다. 오래된 화분이었다. 청명문이 무너지기 전부터 거기 있었을 화분이었다. 흙이 말라 있었고, 심어진 것도 오래전에 죽었다. 그런데도 팽노는 그 화분을 버리지 않았다.
"물어볼 때 대답 안 하는 건 대답이 없어서가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그럼 됐어."
팽노는 그것으로 끝냈다. 소령도 더 묻지 않았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팽노가 숨기는 것과 소령이 아직 모르는 것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그 거리를 성급하게 좁히려 하면 노인은 더 깊이 닫힐 것이었다. 소령은 검집을 다시 천으로 닦기 시작했다. 마당에 봄볕이 비스듬히 내려앉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불편하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소령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저녁 무렵, 삼베 도포 사내가 보따리를 들고 나왔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
팽노에게만 말하고 소령에게는 고개를 숙였다. 짧았다. 그러나 나가기 전에 사내가 취선객잔 문설주를 손으로 짚으면서 잠깐 멈추는 것을 소령은 봤다. 뭔가를 세는 것처럼, 혹은 기억하는 것처럼. 손가락이 나무 결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나갔다. 팽노는 그를 배웅하러 나가지 않았다.
소령은 저녁 국밥을 다시 끓이면서 그 장면을 머릿속에 접어두었다. 문설주를 짚는 손. 그 손에 묵은 흉터가 있었다. 손 위쪽, 엄지 뿌리 근처. 검을 오래 쥔 자의 흉터였다. 삼베 도포와 짚신은 꾸밈이었다. 그 손은 꾸밀 수 없었다.
밤이 내려앉을 무렵, 소령은 취선객잔 처마 밑에 서서 파서진 거리를 바라봤다. 봄이었다. 그러나 봄의 공기에는 뭔가 다른 냄새가 섞여 있었다. 오방맹의 냄새가 아니었다. 더 오래되고, 더 조용한 무언가의 냄새였다. 소령은 그 냄새를 어디서 맡은 적이 있는지 기억하려 했지만 잡히지 않았다. 기억이란 것은 항상 필요할 때 가장 늦게 돌아온다.
호롱불이 켜졌다. 팽노의 불이었다. 소령은 검집을 손에 쥔 채 안으로 들어갔다. 내일 아침 국밥을 짜지 않게 끓여야 했다. 그리고 문설주의 흉터에 대해, 팽노가 언제 입을 열지—그것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것도 일이었다. 소령은 그것을 이제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