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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7화]

같은 자리, 다른 문장

작성: 2026.06.03 21:58 조회수: 3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서미라가 테이블 두 개를 붙여 놓은 건 오전 열한 시였다. 종이컵 열두 개를 꺼내다가 여섯 개만 올려놓았다. 몇 명이 올지 몰랐고, 많이 잡으면 빈자리가 더 눈에 띄었다. 편의점 냉장고가 벽 너머에서 낮게 윙윙거렸다. 이 건물 세 번째 칸, 원래 복덕방이었던 자리를 임시 회의실로 쓴 지 두 달째였다.

분식집 주인 조 씨가 제일 먼저 왔다. 의자를 끌어당기는 소리가 유독 크게 났다. 옆에 앉으면서 가방을 내려놓지 않았다. 걸치고 있다는 뜻이었다. 길어지면 일어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서미라가 물을 따라 내밀었는데 조 씨는 받지 않고 테이블 위에 손만 올렸다.

선우는 입구 쪽에 서 있었다. 자리를 잡지 않은 것은 의도였다. 어느 쪽이든 앉으면 그쪽 편으로 보일 수 있었다. 상인회 사람들은 왼쪽에 몰려 있었고, 세입자 대표로 나온 이정훈은 오른쪽에 혼자 앉아 있었다. 마흔 남짓, 인쇄소 임차인. 그는 들어오면서 선우와 눈이 마주쳤는데 먼저 고개를 돌렸다. 인사도 아니고 외면도 아닌 그 중간이었다.

마틴은 제일 마지막에 들어왔다. 셔터를 열어놓고 왔는지 공구 냄새가 옷에 배어 있었다. 어느 쪽에도 앉지 않고 창가 쪽 여분의 의자를 당겨 앉았다. 창밖으로 골목이 보였다. 어젯밤 비가 내렸고 바닥 틈새에 물이 아직 고여 있었다.

"왜 이렇게 앉아요?"

서미라가 테이블 가운데를 손으로 두드렸다.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봤다.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조 씨가 물컵만 들었다.

"같이 얘기하려고 부른 거예요. 각자 따로 있으면 내가 왜 두 번 얘기해요."

상인 쪽에서 누군가 낮은 소리로 웃었다. 긴장이 약간 풀리는가 싶었지만 이정훈은 표정이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테이블 위에 서류 한 장을 꺼내서 앞에 뒤집어 놓았다. 조합에서 받은 개별 합의 제안서였다. 뒤집어 놓은 것은 지금 당장 꺼낼 생각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가져왔다는 것 자체가 말이었다.

선우가 앞으로 나갔다.

"오늘 목적은 하나예요. 서로 뭘 잃었는지 같은 자리에서 들어보는 것. 합의 얘기는 오늘 안 합니다. 대신 각자 손해를 숫자로 얘기해 주세요. 임대료, 권리금, 영업 기간, 뭐든요."

조 씨가 가방 끈을 잡았다 놓았다.

"그거 다 말해서 뭐 해요. 조합이 듣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우리가 듣는 거예요."

짧은 침묵이 왔다. 서미라가 먼저 앉았다. 천천히, 마치 그 행동 하나로 분위기를 누르려는 것처럼. 조 씨가 그걸 보다가 가방을 의자 등받이에 걸었다. 내려놓은 것이었다.

처음 말을 꺼낸 건 상인회 쪽 신발 수선집 오 씨였다. 칠 년이었다. 권리금 사백만 원에 들어왔는데 조합이 제시한 이주 지원금은 백오십만 원이었다. 차이를 말하는 목소리가 담담했는데 그 담담함이 오히려 무거웠다. 이정훈이 뒤집어 놓은 서류 위에 손을 얹었다가 뗐다. 그다음은 이정훈이었다. 임대차 계약서에 묵시적 갱신이 됐는데 조합이 계약 종료를 통보할 때 그 조항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법적으로 갱신된 계약을 없는 계약 취급했다는 것이었다. 선우는 받아 적었다. 서미라도 받아 적었다. 테이블 양쪽에서 같은 행동이 나왔을 때 처음으로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마틴이 말한 건 그다음이었다. 그는 서류가 없었다. 임대차 계약서도 없었고 권리금 증빙도 없었다. 그냥 입으로 말했다.

"저는 명부에 없어요. 구청 제출 명부에. 제 이름이 없으면 저는 여기 없는 사람이에요. 근데 저 여기 있거든요. 오 년 있었어요."

웃음기가 없었다. 평소에 가볍게 농담을 섞던 말투가 아니었다. 테이블이 조용해졌다. 오 씨가 마틴을 봤다. 이정훈이 뒤집어 놓은 서류를 손끝으로 건드렸다.

"명부에 없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서미라가 물었다. 마틴은 창밖을 잠깐 봤다가 다시 테이블로 시선을 내렸다.

"조합이 구청에 낸 명부에 제 이름이랑 두 명 더가 빠져 있어요. 임시 세입자라고. 근데 임시라는 단어를 누가 붙였는지는 모르겠어요. 계약서에는 그런 말 없었는데."

이정훈이 뒤집어 놓은 서류를 천천히 바로 들었다. 뒤집지 않았다. 그냥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조 씨도 가방 끈에서 손을 뗐다. 오 씨는 자기 앞에 놓인 물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 그 침묵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침묵이었다.

선우는 그 순간을 노트에 받아 적지 않았다. 숫자로 정리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권리금을 잃은 사람과 계약서를 무시당한 사람과 명부에서 지워진 사람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처음으로 서로의 손해가 다른 층위에서 만난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같은 골목에서 다른 언어로 살아온 사람들이 처음으로 한 문장 안에 들어오고 있었다.

서미라가 말했다.

"명부 수정 신청은 할 수 있어요. 선우 씨가 방법 알 거예요."

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의 신청 기한이 있어요. 구청 접수 이후 열흘.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빠를수록 좋아요. 마틴 씨 오늘 자리에 나온 거, 이게 증거예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증인이고."

이정훈이 처음으로 선우 쪽을 제대로 봤다.

"그럼 오늘 이 자리가 기록으로 남아요?"

"남길 수 있어요. 동의하면."

짧은 침묵 뒤에 이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 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 씨는 아무 말 없이 자기 서류를 테이블 위에 꺼내서 앞으로 밀었다. 권리금 영수증 사본이었다. 그 행동 하나가 말보다 분명했다. 이정훈이 그걸 보더니 자기 서류도 바로 들었다. 이번엔 뒤집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건 두 시간 뒤였다. 박 씨는 끝까지 오지 않았다. 서미라가 문자를 두 번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선우는 그 사실을 입으로 꺼내지 않았다. 꺼내는 순간 분위기가 다시 흔들릴 것 같았다. 오늘 만들어진 것이 너무 얇아서 한 사람의 부재만으로도 균열이 갈 수 있었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 서미라가 테이블 위 종이컵을 한데 모으면서 말했다.

"박 씨한테 직접 가야 해요. 오후 다섯 시 전에."

선우가 시계를 봤다. 세 시 이십 분이었다.

"같이 갈게요."

서미라가 잠깐 멈췄다. 선우가 같이 가겠다고 먼저 말한 건 처음이었다. 서미라는 아무 말 없이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걸로 됐다는 뜻이었다.

마틴은 혼자 남아 있었다. 창가 쪽 의자에 그대로 앉아서 창밖을 보고 있었다. 골목 바닥에 고인 빗물이 낮 햇빛에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선우가 나가다가 멈췄다.

"셔터 이름, 당신이에요?"

마틴이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고 말했다.

"박인숙 씨 이름은 제가 안 썼어요."

선우는 그 말을 한 번 더 들은 것처럼 잠깐 있었다가 나갔다. 서미라는 이미 골목으로 나가고 없었다. 박인숙. 마틴이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름만 자기가 쓴 게 아니라고 했다. 나머지 이름은 자기가 썼다는 뜻이었다.

선우는 골목 바닥을 보면서 걸었다. 어젯밤 젖었던 바닥이 낮 햇빛에 거의 다 말라 있었다. 박인숙이라는 이름과 서미라의 반응, 그 두 개가 어디서 연결되는지는 아직 몰랐다. 오후 다섯 시까지 박 씨 서명을 받는 것이 먼저였다. 그 다음 질문은 그 다음에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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