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은 제때 나왔다. 담소령이 미음 대신 된장국을 끓인 것도, 젓가락이 두 켤레 더 놓인 것도 어제와 달랐다. 서진해는 밥상 앞에 앉아서 그 변화를 하나하나 세었다. 된장국. 젓가락. 그리고 담소령이 자기 자리에 앉기 전에 방 쪽을 한 번 돌아본 것. 세 가지였다. 세 가지 모두 작은 것이었지만, 작은 것이 쌓이면 방향이 생긴다는 것을 서진해는 알고 있었다.
막금산은 국을 두 숟가락 떠먹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밥은 손도 안 댔다.
"안 드세요?"
서진해가 물었다. 막금산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먹었다."
"방금 앉으셨잖아요."
"어젯밤에."
서진해는 잠깐 젓가락을 멈추었다. 어젯밤에 밥을 먹었다는 말이 어떻게 아침을 대신할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막금산의 얼굴에는 그 질문을 더 받을 생각이 없다는 표정이 선명했다. 서진해는 다시 국을 떴다. 된장국이 진했다. 담소령이 평소보다 된장을 한 숟가락 더 넣은 것 같았다.
담소령은 부뚜막 쪽에 서서 국자를 씻고 있었다. 등을 보이고 있었으므로 표정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국자를 씻는 속도가 느렸다. 씻는 것인지 그냥 물을 흘려보내는 것인지 구분이 어려울 만큼 천천히,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 볼 거요?"
막금산이 말했다. 담소령에게 하는 말이었다. 담소령은 국자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밥 먹고 나서."
"밥을 안 먹고 있으니 지금 봐도 되겠소."
담소령이 그제야 돌아섰다. 국자를 행주로 닦으면서 막금산을 보았다. 그 눈빛에는 짜증도 없었고 동의도 없었다. 그냥, 뭔가를 재고 있는 눈이었다.
"조건이 하나 있어요."
서진해는 숟가락을 든 채 멈추었다. 조건이라는 말이 공기 안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막금산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팔짱을 끼는 동작이 눈에 들어왔다. 방어도 아니고 거부도 아니었다. 들어보겠다는 몸짓이었다.
"그 이름을 보고 나서, 두 분이 어디 가든 나한테는 먼저 말하고 가세요."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게 조건이요?"
막금산이 물었다.
"그게 조건이에요."
서진해는 된장국을 마저 떴다. 진했다. 진한 것이 지금 이 자리에 어울렸다. 담소령의 조건은 이상하게 들렸지만,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당연한 말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왜 지금 이것을 조건으로 거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했다.
막금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소."
짧았다. 담소령은 행주를 개어 부뚜막 위에 올려놓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서진해는 밥상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 막금산의 밥그릇은 그대로였다. 된장국만 두 숟가락 비어 있었다. 서진해는 자기 밥그릇도 절반이 남았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밥상을 물릴 분위기가 아니었다.
담소령의 방 안에서 무언가 가벼운 소리가 났다. 보자기가 풀리는 소리였다. 서진해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막금산을 따라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지방 앞에서 잠깐 멈추었다. 들어가도 되는지 물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담소령은 문을 닫지 않았다.
방 안에 셋이 앉았다. 담소령이 무릎 위에 묶음을 올려놓았다. 인쇄된 종이 여러 장이 얇은 끈으로 묶여 있었다. 끈이 오래되어 색이 바랬다. 묶음 자체는 손바닥만 했다. 이것을 이틀이나 두고 이야기했나 싶을 만큼 작았다.
막금산이 손을 내밀었다.
담소령은 건네주지 않았다. 대신 자기가 직접 끈을 풀기 시작했다. 끈이 단단하게 묶여 있었는지 손가락이 두 번 미끄러졌다. 서진해는 도와줄까 하다가 참았다. 담소령이 원하면 말했을 것이다.
끈이 풀리자 종이가 펼쳐졌다. 첫 장에 고성 약방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다. 그 아래로 날짜와 수량처럼 보이는 숫자들이 줄을 지었다. 막금산이 종이를 받아 들고 두 번째 장으로 넘겼다. 서진해도 옆에서 보려 했지만 글자가 작았다. 고개를 기울였다.
세 번째 장에서 막금산의 손이 멈추었다.
서진해는 그 정지를 보았다. 손가락이 종이 위 어딘가에 닿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막금산이 담소령을 보았다. 담소령은 무릎 위에 손을 모으고 앉아 있었다. 막금산의 시선을 받고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 이름이요."
막금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담소령이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서진해는 그 종이의 세 번째 장을 보려 했다. 그러나 막금산이 종이를 손 안쪽으로 당겨 쥔 탓에 이름이 가려졌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서진해는 막금산의 손을 보다가 담소령의 얼굴을 보았다. 담소령의 눈이 잠깐 서진해 쪽으로 왔다가 다시 막금산에게로 돌아갔다.
"알고 계셨어요?"
막금산이 물었다.
"어릴 때 들은 이름이에요."
담소령이 말했다.
"그 이름이 여기 나올 줄은 몰랐어요."
창 밖에서 참새 한 마리가 울었다. 짧고 날카로운 소리였다. 방 안 셋은 아무도 그쪽을 보지 않았다.
서진해는 자신이 방금 무언가의 바로 앞에 서 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이름이 무엇인지, 그 이름이 이 묶음 안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아직 아무것도 들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막금산이 종이를 쥔 방식과, 담소령이 그 이름을 어릴 때 들었다고 말한 목소리의 온도가, 이것이 단순한 약방 명단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서진해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말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먼저 묻는 것이 옳은지 알 수 없었다.
막금산이 종이를 다시 담소령에게 돌려주었다. 담소령이 받아 묶음 위에 올려놓았다. 끈은 다시 묶지 않았다. 그 상태로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
"오늘 나가야 할 것 같소."
막금산이 말했다.
"말하고 가세요."
담소령이 대답했다. 조건 그대로였다.
막금산이 일어났다. 서진해도 따라 일어나려 했다.
"진해씨는 여기 있어요."
담소령이 말했다. 서진해는 반쯤 일어서다 멈추었다.
막금산이 방을 나갔다. 마당을 가로지르는 발소리가 들렸다. 담소령은 묶음 위에 손을 얹은 채 창문 쪽을 보고 있었다. 창호지 위로 오전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왔다. 어제 밤 등잔불이 있던 자리였다.
"담소령씨."
서진해가 불렀다. 담소령이 돌아보았다.
"그 이름, 저한테는 말 안 해줄 거예요?"
담소령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작게 말했다.
"막금산씨가 다녀오면 같이 들어요."
같이. 그 한 단어가 서진해의 귀에 걸렸다. 막금산이 어디를 다녀오는지, 그것이 그 이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담소령은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니면, 알고 싶지 않아서 막금산에게 먼저 가게 한 것인지도 몰랐다.
서진해는 방 안에 앉아 담소령과 마주했다. 묶음은 담소령의 무릎 위에 있었다. 끈은 여전히 풀린 채였다. 창호지 위의 햇살이 조금씩 각도를 바꾸고 있었다. 막금산이 돌아오기 전까지, 이 방 안에서 어떤 말이 더 나올지, 서진해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