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 홈 목록 ☰
[S2-10화]

지붕 위에서 세상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봤다

작성: 2026.06.01 23:37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오전 열 시 사 분이었다. 유리는 계단을 올라가기 전에 한 번 멈췄다. 처치실 문 앞에 서서 안을 돌아봤다. 박미숙이 벽 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고, 윤호는 그 옆에 앉아 무릎 위에 손을 얹은 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윤호 나름의 감시 방식이라는 걸 유리는 이제 알았다. 알면서도 찜찜했다. 종이가 주머니 안에 있었다. 네 번째 줄은 아직 비어 있었다.

"올라가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하린이 계단 입구 쪽에서 말했다. 태블릿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소리는 오전 아홉 시 이십 분부터 멈춰 있었다. 열두 초에서 열네 초 간격으로 반복되던 그 소리가 하린이 계단 문을 반쯤 열었을 때 갑자기 끊겼다. 그 뒤로 사십 분이 지났다. 아무것도 없었다.

"올라가는 거야."

유리가 말했다. 계단 문에 손을 얹었다.

"소리가 멈춘 게 더 수상해."

세온이 앞에 섰다. 태민은 이미 계단 입구 쪽 모서리에 붙어 있었다. 도혁은 뒤에서 기지개를 켜는 척하다가 아무렇지 않게 따라붙었다. 윤호만 처치실 안에 남았다. 박미숙 곁에 있겠다고 했다. 유리는 그 말을 듣고 잠깐 그를 봤다. 윤호는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유리는 문을 닫았다.

계단은 어두웠다. 비상등이 3층에서 하나 끊겨 있어서 2층과 4층 사이 구간이 통째로 암흑에 가까웠다. 세온이 손전등을 켰다. 태민이 뒤따라 켰다. 두 개의 불빛이 계단 벽면을 훑고 올라갔다. 아무것도 없었다. 젖은 시멘트 냄새와 오래된 먼지 냄새가 섞여 있었다. 발소리를 죽이고 올라가는데 자기 심장 소리가 들렸다. 유리는 그게 싫었다. 심장이 크게 뛰는 건 몸이 아직 살고 싶다는 뜻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런 계단에서 그 소리를 듣는 건 불쾌했다. 하린이 태블릿 화면을 계단 쪽으로 향하게 들었다. 주파수 선은 잠잠했다.

"여기서 난 거야?"

세온이 조용히 물었다.

하린이 4층 계단 중간 지점에서 멈췄다. 발끝으로 바닥을 한 번 두드렸다. 콘크리트 소리가 났다. 그리고 하린이 손가락으로 계단 난간을 가리켰다. 난간 아래쪽, 3층과 4층 사이 수직 지지대 중 하나가 아주 조금 흔들려 있었다. 나사가 빠진 것처럼. 바람 때문이 아니었다. 바람이 들어올 경로가 없었다. 누군가 잡고 올라갔거나 내려왔거나. 유리는 그 난간을 손으로 잡아봤다. 차가웠다. 오래된 차가움이 아니라 최근까지 손이 닿았던 차가움이었다. 손바닥 안에서 쇠의 온도가 천천히 올라왔다.

"생존자야."

태민이 먼저 결론을 냈다. 감염자는 난간을 잡지 않는다. 좁은 공간에서 몸을 기댈 대상을 찾는 건 피로가 쌓인 사람만 하는 행동이었다. 세온이 위쪽을 올려다봤다. 태민이 이미 한 층 더 올라가 있었다. 도혁은 난간 흔들림을 보고도 아무 말이 없었다. 유리는 그 침묵을 기억해뒀다.

지붕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세온이 밀자 단번에 열렸다. 빛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유리는 눈을 가리다가 손을 내렸다. 하늘이 있었다. 구름이 있었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유리는 그게 당연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가슴 어딘가가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열흘 가까이 창문 없는 처치실 안에 있었다. 하늘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건 아닌데, 이렇게 크게 보일 거라는 건 몰랐다.

"와."

하린이 한마디 했다. 그게 전부였다. 그걸로 충분했다.

세온이 지붕 가장자리 쪽으로 걸어갔다. 난간 아래를 내려다봤다. 도시가 있었다. 무너진 것들이 있었다. 움직이는 것도 있었다. 사람인지 아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알 수 없었다. 태민은 반대쪽을 봤다. 공업지대 방향이었다. 연기가 아직도 낮게 깔려 있었다. 새로운 연기가 아니었다. 오래된 것이 아직 식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도혁이 그쪽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공업지대 방향에서 멀어지는 속도가 너무 자연스러웠다. 태민이 그 자연스러움을 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쓸 것처럼 눈 안에 넣어두는 표정이었다.

유리가 가방에서 신호탄 두 개를 꺼냈다. 릴레이 구조 첫 순환 때 복도 끝 비상구 옆 캐비닛에서 가져온 것들이었다. 유통기한이 삼 년 지났다고 도혁이 한 번 말했었다. 유리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신호탄과 아예 없는 신호탄 중에서 고를 수 있다면 선택지는 하나였다. 손 안에서 금속 케이스가 묵직하게 눌렸다. 녹이 슨 부분이 손바닥 살을 긁었다.

"쏜다."

유리가 말했다. 허락을 구하는 말투가 아니었다.

첫 번째가 불발이었다. 유리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두 번째를 잡았다. 세온이 옆에서 손을 내밀었다. 유리는 잠깐 봤다가 건넸다. 세온이 각도를 조정했다. 남동쪽. 이전 무전기 신호가 가장 강하게 잡혔던 방향이었다. 방아쇠를 당겼다. 굉음이 났다. 하린이 귀를 막았다. 붉은 신호탄이 하늘로 솟구쳤다. 연기를 끌면서 포물선을 그렸다. 유리는 그 궤적이 흩어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바람이 차가웠다. 귀가 먹먹했다. 그래도 눈은 떼지 않았다.

삼십 초가 지났다. 아무것도 없었다. 일 분이 지났다. 도혁이 뒤에서 "역시" 하고 중얼거렸다. 태민이 그쪽을 봤다. 도혁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남동쪽 방향, 목측으로 이 킬로미터 안쪽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가늘고 짧았다. 신호탄이 아니었다. 하지만 연기였다. 불길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만든 연기였다. 누군가 봤다는 뜻이었다. 누군가 답했다는 뜻이었다.

하린이 태블릿 화면을 그쪽으로 향하게 들었다. 주파수 선이 흔들렸다. 이번엔 계단에서 잡히던 것보다 훨씬 강하게. 하린의 손이 멈췄다.

"여기서도 잡혀요."

목소리가 달라져 있었다. 떨리는 게 아니라 처음으로 뭔가를 확신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세온이 그 화면을 들여다봤다. 태민이 옆에 붙었다. 세 사람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유리는 그 연기를 오래 봤다. 세상이 끝난 게 아니었다. 아직 누군가 거기서 살고 있었다. 그 사실이 가슴 안에 들어오는 데 시간이 걸렸다. 처치실 안에서 열흘을 버틴 것이 갑자기 다른 무게로 느껴졌다. 버텼기 때문에 지금 이걸 볼 수 있었다. 유리는 그것을 말로 옮기지 않았다. 말로 옮기면 가벼워질 것 같았다.

"방향 기록해."

세온이 하린에게 말했다. 하린이 이미 하고 있었다.

도혁이 그 연기 방향을 가만히 보다가 입술을 한 번 핥았다. 남동쪽. 유리도 세온도 태민도 그 방향이 어디와 겹치는지 아직 몰랐다. 도혁은 알았다. 민간 안전지대에서 박선묵이 운영하는 거점과 이 킬로미터 안쪽에서 겹쳤다. 도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붕 위의 바람이 차가웠다. 연기는 이미 흩어지고 있었다. 태민이 도혁의 옆얼굴을 한 번 봤다. 도혁은 그 시선을 느꼈는지 못 느꼈는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그 무표정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 전체 회차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