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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9화]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는 순서로 사람의 무게가 정해진다

작성: 2026.05.27 11:56 조회수: 3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오전 아홉 시 십일 분이었다. 처치실 안에서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은 채 십칠 분이 지났다. 차유리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손목에 찬 시계가 아니라 몸이 알고 있었다. 침묵이 일정 시간을 넘기면 질감이 달라진다. 처음엔 쉬는 것처럼 느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아무도 먼저 무너지고 싶지 않아서 버티는 것처럼 바뀐다. 지금은 후자였다.

릴레이 구조대가 돌아온 건 두 시간 전이었다. 세 명이 나갔고 세 명이 들어왔다. 숫자는 맞았다. 하지만 들어온 세 명 중 한 명은 오른쪽 팔목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한 명은 말을 하지 않았다. 처치실 안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물어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을 때 사람들은 오히려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유리는 그 침묵이 지속되는 동안 A4 절반 크기의 종이를 꺼내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앞면은 아래로 향해 있었다. 릴레이 구조대가 돌아오고 나서 쓴 것들이 그 면에 있었다. 이동 가능, 분리 기준, 이동 불가. 그리고 네 번째 줄. 그 줄만 유독 글자 간격이 좁았다. 급하게 눌러쓴 것처럼. 유리는 종이 뒷면을 손끝으로 짚으면서 이것을 언제 꺼낼지 생각했다. 꺼내지 않으면 논의가 시작되지 않는다. 꺼내면 논의가 시작된다. 두 가지 모두 두려웠다.

"이동 명단 얘기 해야 합니다."

유리가 먼저 말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평평하게 나왔다. 감정을 빼려고 노력한 게 아니라 이미 어느 정도 빠져 있었다. 처치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각자 다른 방향에서 시선을 거둬들였다. 윤호는 벽 쪽에 기대어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하린은 태블릿 화면을 잠갔다. 박미숙은 눈을 뜨지 않았다. 붕대를 감은 구조대원이 자기 손목을 내려다봤다. 말을 하지 않던 구조대원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이야기해야 하나요."

윤호가 물었다. 질문이라기보다 확인이었다. 유리는 그쪽을 봤다.

"지금이 아니면 늦어요. 릴레이 두 번째 순환 전에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기준이라는 게."

윤호는 잠깐 멈췄다.

"누가 먼저 나가는지를 정하는 건가요."

"맞아요."

방이 다시 조용해졌다. 조용해지는 속도가 말이 끝나는 것보다 빨랐다. 유리는 종이를 뒤집을까 생각하다가 그러지 않았다. 아직 보여줄 타이밍이 아니었다. 말로 먼저 가야 했다.

"이동 가능한 사람부터 먼저 내보내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유리는 천천히 말했다.

"그 상식이 이 공간에서는 제일 먼저 흔들립니다. 가장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여기 남아서 시간을 벌어야 하거든요."

붕대를 감은 구조대원이 작게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공기를 내뱉는 것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멀쩡한 사람이 마지막에 나간다는 얘기네요."

비꼬는 말투가 아니었다. 그냥 확인이었다. 유리는 그쪽을 봤다.

"그게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작동하는 순서예요."

하린이 무릎을 세워 안았다. 뭔가를 말하려다가 참은 것처럼 입술이 한 번 움직였다가 멈췄다. 윤호는 유리가 들고 있는 종이를 봤다. 정확히는 뒤집혀 있는 그 면을 봤다. 뭔가 쓰여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였다.

"박 선생님은요."

하린이 먼저 물었다. 직접적이었다. 돌려 말하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돌려 말하면 더 오래 걸린다는 걸 알아서인 것 같았다. 유리는 하린 쪽을 봤다.

"박미숙 씨는 이동 불가 판정입니다. 지금 상태로는."

"지금 상태로는이라는 게 바뀔 수 있다는 말인가요, 아닌 건가요."

"열여섯 시간 안에 바뀌지 않으면 이동 자체가 의미 없어져요."

하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릎을 더 세게 안았다. 박미숙의 숨소리가 처치실 한쪽에서 얕게 이어졌다. 규칙적이지 않았다. 들이쉬는 것보다 내쉬는 쪽이 조금 더 길었다. 유리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종이 위에 손을 얹었다. 뒤집지 않았다.

윤호가 그 대화를 들으면서 손 안에 든 게 없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뭔가를 잡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가방을 향해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가방 안에 넣어 두었던 게 더 이상 거기 없다는 걸 기억했다. 별첨 B. 유리가 가져갔다. 그 생각이 나는 순간, 윤호는 유리가 뒤집어 쥔 종이를 다시 봤다.

이동 가능, 분리 기준, 이동 불가. 만약 그 종이에 그런 항목들이 적혀 있다면. 별첨 B 안에 있던 것들과 구조가 같다면. 윤호는 그 생각이 너무 빨리 완성되는 게 불편했다. 불편한 게 아니라 정확히는 무서웠다.

"명단에 기준이 있어야 하면,"

윤호가 말했다.

"그 기준을 우리가 다 같이 봐야 하지 않나요."

유리는 윤호를 봤다. 시선이 짧게 맞았다. 유리는 종이를 내려놓지 않았다.

"보여드릴 겁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고."

"왜 지금 당장은 아닌 거죠."

"기준을 먼저 말로 설명하고, 그다음에 문서로 공유하는 게 순서입니다. 종이 먼저 보여주면 기준이 아니라 판결문처럼 읽혀요."

윤호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불쾌했다. 맞는 말인데 자기가 원하는 걸 미루는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의도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입을 다물었다. 다물면서 시선을 종이에서 거뒀다. 거두는 척했다.

그때 하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일어난 게 아니었다. 태블릿을 쥔 채로 빠르게 일어서면서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었다. 소리가 처치실 안을 한 번 가로질렀다. 모두가 그쪽을 봤다.

"계단 쪽이요."

하린이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또 들려요. 아까랑 같은 간격이에요."

유리가 일어섰다. 명단 논의가 멈췄다. 멈추는 데 일 초도 걸리지 않았다. 처치실 안에서 이동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과 문 너머에서 무언가가 들린다는 사실은 무게가 달랐다. 지금 이 순간 무게가 더 큰 쪽은 분명했다.

"몇 초 간격이야."

"열두 초에서 열네 초 사이요. 규칙적이에요."

규칙적이라는 말이 처치실 안에 남았다. 감염자는 규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유리는 그것을 알고 있었고, 윤호도 알고 있었고, 하린도 알고 있었다. 아무도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 꺼내지 않아도 됐다. 이미 모두의 얼굴에 같은 계산이 올라와 있었다.

유리는 종이를 접어서 방호복 안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손동작이 빠르지 않았다. 급하게 숨기려는 게 아니라 일단 정리하는 것처럼. 하지만 윤호는 그 순서를 봤다. 종이를 접는 방향, 주머니에 넣는 손의 각도. 아까 유리가 별첨 B를 자기 주머니에 넣을 때와 같은 손이었다. 같은 방향으로 접혀 들어갔다. 윤호는 그것을 기억했다. 기억하지 않으려고 해도 이미 기억했다.

"내가 먼저 확인할게요."

하린이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안 돼."

유리가 말했다. 하린은 멈추지 않았다.

"소리만 들을 거예요. 문 열지 않고."

"하린."

하린이 처치실 문 바로 앞에서 멈췄다. 돌아보지 않았다. 귀를 문 쪽으로 기울이면서 태블릿 화면을 켰다. 주파수 그래프가 올라왔다. 선이 흔들렸다. 이번엔 이전보다 한 단계 더 분명하게. 하린의 손가락이 그래프 위를 천천히 짚었다. 선의 끝이 어디서 꺾이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올라가고 있어요."

처치실 안에 박미숙의 숨소리가 얕게 섞였다. 들이쉬고, 내쉬고. 규칙적이지 않은 숨소리와 문 너머의 규칙적인 소리가 같은 공간 안에 겹쳤다. 명단은 아직 아무 이름도 없었다. 종이는 유리의 주머니 안에 접혀 있었다. 윤호는 그 주머니를 보지 않으려고 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돌리면서도 손이 가방 쪽으로 가려는 걸 억눌렀다. 별첨 B는 거기 없었다. 그 사실이 지금 이 방에서 제일 무거운 것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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