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산 기슭은 아침 안개가 아직 걷히지 않아 발아래 흙길이 절반쯤 잠겨 있었다. 진무백은 앞서 걷는 청연도인의 등을 보면서, 이 길이 공식 산문으로 이어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세 번째 굽이에서야 알아챘다. 처음에는 잡목이 성기게 자란 것이 계절 탓이겠거니 했는데, 두 번째 굽이를 돌자 돌계단이 끊겨 있었고 세 번째에서는 아예 길이 보이지 않았다. 청연도인은 멈추지 않았다. 발끝이 풀뿌리 사이를 정확하게 골랐다. 여기를 이전에도 걸어 본 사람의 발이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남궁현이 가지를 한 손으로 걷어내며 물었다. 청연도인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수련동입니다. 공식 산문 쪽에서는 들어갈 수 없어요."
"폐수련동이라고 했잖습니까." "폐쇄된 것과 사라진 것은 다릅니다." 그게 끝이었다. 남궁현은 진무백을 한번 보았고 진무백은 어깨를 으쓱했다. 구칠은 두 사람 사이에서 나뭇가지에 도포 끝이 걸리자 조용히 낮은 욕설을 뱉었다.
수련동 입구는 바위 두 개가 맞닿은 틈이었다. 바위 자체가 워낙 커서 처음에는 그냥 절벽의 일부처럼 보였다. 청연도인이 왼쪽 바위 면을 손바닥으로 한 번 짚자 미세한 진동이 돌아왔다. 청연도인의 손이 세 곳을 짚고, 네 번째에서 멈췄다. 틈이 벌어졌다. 소리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열려 있었던 것처럼. 혜륜이 가장 먼저 안으로 들어섰고, 당소연이 그 뒤를 따랐다.
안은 냄새가 먼저였다. 오래된 먼지와 습기가 섞인 냄새였는데, 그 아래에 뭔가 더 오래된 것이 깔려 있었다. 묵은 향. 선향 태운 재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혜륜이 그 자리에 서서 천장을 한번 훑었다. 석회가 일부 떨어져 나갔지만 벽은 온전했다. 「사람이 쓰던 곳입니다.」 혜륜이 짧게 말했다.
"언제까지요."
진무백이 물었다. 혜륜은 바닥에 쌓인 먼지를 손가락 끝으로 찍어 보고 대답했다.
"십 년은 됐습니다."
청연도인이 앞장서서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수련동은 생각보다 깊었다. 초입에서 열 발짝을 더 들어가자 좁은 통로가 나왔고, 통로 끝에 방 하나가 있었다.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수련대도, 무기 걸이도, 탁자도. 딱 하나, 벽 북쪽 면에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아니, 붙어 있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가장자리를 얇게 깎은 석회로 발라 고정한 것이었다.
"저게 뭡니까."
구칠이 앞으로 한 발짝 다가섰다. 청연도인이 손을 들어 막았다.
"불을 먼저."
당소연이 소매에서 납작한 부싯돌을 꺼냈다. 진무백이 벽 구석에서 반쯤 녹은 초 하나를 집어 불을 붙였다. 빛이 번지는 순간, 벽 종이가 드러났다.
종이는 퇴색했지만 글씨는 선명했다. 먹이 두껍게 눌려 있었다. 상단에 날짜가 있었다. 전쟁이 끝난 해의 가을, 구월 초순. 그 아래에 짧은 문장들이 줄을 이었다. 진무백은 첫 줄을 읽고 멈췄다. 두 번째 줄에서 숨을 들이켰다. 세 번째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용은 간단했다. 그래서 더 끔찍했다.
'전쟁 중 강호 질서 보전을 위해 일시 이탈한 자들의 명단은 이후 어떤 기록에도 남기지 않는다. 이 결정은 오대 세력의 합의에 따른 것이며, 각 문파의 명예와 강호의 안정을 위한 것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 아래에 다섯 개의 수결이 찍혀 있었다. 당. 남궁. 소림. 무당. 개방.
남궁현이 자기 가문의 수결을 보는 순간, 방 안에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구칠이 가장 먼저 시선을 피했다. 혜륜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당소연은 그 자리에 서서 종이 위 당문의 수결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손가락이 소매 안쪽을 꽉 쥐는 것이 옆에서 보였다. 진무백은 눈을 떼지 않았다.
"일시 이탈."
진무백이 그 두 글자를 입 안에서 굴렸다.
"사람을 버린 거잖습니까."
청연도인이 대답하지 않았다. 진무백이 청연도인을 돌아보았다. "도인께서는 알고 있었습니까." 청연도인은 잠시 후에 입을 열었다. "수결의 존재는 알고 있었습니다. 내용은 오늘 처음 읽었습니다." "그 차이가 얼마나 중요합니까." 청연도인의 눈이 움직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혜륜이 종이 가까이로 다가갔다. 손가락 끝으로 수결 하나를 짚지 않고 그 바로 옆 여백을 가리켰다.
"여기를 보십시오."
종이 오른쪽 가장자리에, 석회에 절반쯤 묻힌 작은 글씨가 있었다. 초불을 바짝 대서야 보이는 크기였다. 당소연이 초를 들고 가까이 다가갔다.
"'서명자 외 일인 증인.'"
당소연이 읽었다. 그 아래는 석회에 완전히 덮여 있었다. 이름이 없었다. 지워진 것인지, 처음부터 쓰지 않은 것인지, 석회가 덮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증인."
구칠이 혀를 한번 찼다.
"오대 세력이 합의해 놓고 증인까지 세웠다? 그 증인을 왜 지웠습니까."
"지운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당소연이 초를 천천히 옆으로 움직이며 말했다. "석회를 바른 것은 종이를 고정하기 위한 것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석회를 바른 사람이 증인 이름 부분에 일부러 더 두껍게 발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면 처음부터 숨길 생각이 있었다는 거잖습니까." "아니면." 당소연이 멈추었다. "증인이 나중에 자신의 이름을 지우러 왔다는 거겠죠."
진무백은 그 말을 듣고 매화 문양 절반이 들어 있는 품 안을 손바닥으로 한번 눌렀다. 말없이. 서백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그 이름이 방 안을 한 바퀴 도는 것 같았다. 청연도인이 그 손짓을 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만났다가 끊어졌다.
"이 기록."
남궁현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낮고 단단했다.
"가져가야 합니다."
"함부로 떼어내면 부서집니다." 혜륜이 말했다. "그렇다면 베껴야죠." 남궁현은 당소연을 보았다. 당소연은 이미 소매에서 작은 먹 조각을 꺼내고 있었다. "종이를 주십시오." 구칠이 도포 안쪽을 뒤적이다가 반접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거면 됩니까?" "됩니다." 당소연은 받아서 무릎 위에 올리고, 초불을 남궁현에게 넘겼다. 방 안이 잠시 그 작업 소리만으로 채워졌다. 먹이 긁히는 소리, 초가 타는 소리, 그리고 다섯 사람의 숨.
다 베끼고 나서 당소연이 종이를 들어 한번 훑어보고 접었다. 그걸 진무백에게 내밀지 않고 자기 소매 안에 넣었다. 진무백이 그것을 봤다. 당소연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아직 이 기록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확인이 안 됐습니다. 정보가 한 사람 손에 몰리면 위험합니다."
"지금 그 말이 나한테 하는 겁니까, 자기한테 하는 겁니까."
진무백이 물었다. 당소연은 잠시 후에 대답했다. "둘 다입니다."
폐수련동을 나올 때 안개는 조금 걷혀 있었다. 산 아래쪽에서 바람이 올라오고 있었다. 혜륜이 출구 바위 틈을 나서다가 멈추었다. 틈 안쪽, 바위와 바위가 맞닿는 경계 부분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만한 홈이 있었다. 오래된 홈이 아니었다. 돌 부스러기가 아직 주변에 남아 있었다. 누군가 최근에 이 입구를 열었다는 흔적이었다. 혜륜은 그것을 청연도인에게 보여주었다. 청연도인의 표정이 굳었다.
"저도 오늘이 처음입니다."
청연도인이 말했다. 혜륜은 대답하지 않았다. 진무백은 그 침묵을 뒤에서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