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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8화]

명분은 산 자의 것이고, 이름은 죽은 자의 것이다

작성: 2026.05.26 13:18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무당 객사의 아침은 차 냄새로 시작됐다. 묵은 죽엽청이 아니라 갓 덖은 녹차, 산 아래까지 내려오지 않아도 될 급의 차였다. 진무백은 그 냄새를 맡는 순간부터 이 자리가 편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좋은 차를 내는 자리에는 반드시 듣기 싫은 말이 따라왔다. 강호에서 배운 가장 확실한 경험 중 하나였다.

복도를 걸어오는 동안 구칠이 작게 중얼거렸다.

"무당산 새벽 차가 이렇게 좋은 줄 알았으면 진작 올 걸 그랬네."

남궁현이 눈으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구칠은 개의치 않고 코를 한 번 더 킁킁거렸다. 진무백은 그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 앞에 서는 순간, 발바닥 아래 마루가 삐걱거렸다. 그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현허진인은 창가 쪽에 앉아 있었다. 도포 자락이 정갈하게 접혀 있었고, 흰 수염을 쓸어내리는 손이 느리고 조용했다. 예순은 넘었을 얼굴에 주름보다 눈이 먼저 들어왔다. 맑고 깊었다. 그게 진무백은 더 불쾌했다. 죄를 품고 있는 눈이 저렇게 맑을 수 있다는 사실이. 청연도인은 현허진인의 오른쪽에 비스듬히 서서 창밖을 보고 있었다. 어젯밤부터 그가 시선을 정면으로 두지 않는다는 것을 진무백은 이미 알고 있었다.

"어젯밤 수고가 많았소."

현허진인이 먼저 말을 열었다. 경어였다. 진무백에게 경어를 쓰는 어른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실이 오히려 신경에 걸렸다. 구칠이 옆에서 작게 헛기침을 했다.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방 안에서 유독 선명하게 울렸다.

"수고는 저희가 했는데 불편하신 분은 도장이신 것 같군요."

남궁현이 입을 열었다. 공손했지만 가시가 있었다. 현허진인은 그 가시를 느꼈는지 아닌지, 표정이 달라지지 않았다. 그 무표정이 진무백에게는 또 다른 종류의 압박이었다. 흔들리는 사람은 반응이라도 있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상대가 어디를 찔러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게 만든다.

"자네들이 발견한 것이 무엇인지는 안다오."

현허진인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보일지도."

진무백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손이 움직이려 했다. 검집 쪽이 아니라 품 안 쪽으로. 매화 문양 절반이 거기 있었다. 그는 손을 무릎 위에 그대로 눌러 두었다. 청연도인이 돌아보지 않았지만 그 방향에서 숨이 한 박자 멈추는 것을 느꼈다. 아주 짧은 멈춤이었다. 그러나 진무백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어떻게 보이는 게 아닙니다."

당소연이 말했다. 목소리가 낮고 또렷했다.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지웠습니다. 기록이 아니라 존재를."

그녀는 소매를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손가락이 천 위로 가볍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진무백만이 그 동작을 봤다. 소매 안에 베껴 둔 기록이 거기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당소연이 그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꺼낼 생각이 없다는 것을, 그는 동시에 알았다.

현허진인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말했다.

"전쟁이 끝난 직후였소. 일시 이탈자라 불린 자들 중에는 실제로 적에게 붙은 자도 있었고, 두려워서 숨은 자도 있었소. 그 이름들이 기록에 남으면 강호 전체가 다시 피를 흘렸을 것이오. 오대 문파가 함께 결정한 것은 그 이름들을 지운 것이 아니라, 강호의 균열을 막은 것이오."

노인의 목소리는 낮고 고요했다. 설명이 아니라 판결문처럼 들렸다. 이미 내려진 결론을 다시 읽어 주는 목소리였다.

조용했다. 차 향이 방 안을 채웠다. 혜륜이 눈을 감았다. 남궁현은 의자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한 번 두드렸다가 멈췄다. 구칠은 허리춤 안쪽을 엄지손가락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그가 말을 참을 때 하는 버릇이라는 것을 진무백은 알고 있었다.

진무백은 그 말이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가 말했다.

"균열을 막았다는 건 도장 생각이고."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낮고 느렸다.

"지워진 쪽 사람들은 균열이 막힌 게 아니라 자기가 없어진 거 아닙니까."

현허진인의 눈이 그를 향했다. 처음으로 정면으로.

"그것이 강호의 무게요, 젊은이."

노인은 천천히 말했다.

"한 사람을 지키려다 열 사람이 죽는 것보다, 한 사람의 이름을 지워 열 명을 살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진무백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더 느렸다. "한 사람의 이름을 지웠다면 그 한 사람이 지금 어디 있습니까. 살아 있습니까, 도장. 지워진 뒤에도 살아 있습니까."

현허진인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답이었다. 진무백은 그것을 알았다. 혜륜도, 당소연도, 남궁현도 알았다. 청연도인은 끝까지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의 목덜미가 굳어 있었다. 진무백은 그것을 보면서, 청연도인이 이 자리에 앉아서 무엇을 참고 있는지 처음으로 가늠해 보았다. 사제 간의 예의인지, 아니면 말할 수 없는 다른 이유인지. 그 경계가 지금 이 방 안에서 가장 불분명한 선이었다.

자리를 파한 것은 현허진인이었다. 일어서는 속도가 느리지 않았다. 도포 자락을 정리하고, 찻잔을 밀어 두고, 문 쪽으로 향하면서 한 번 더 말했다.

"기록은 남아 있소. 그러나 그 기록이 지금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데 쓰이기를 바라오."

마지막 말은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진무백은 그 말이 특히 불쾌했다. 기록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것을 어떻게 쓸지는 여전히 자신들이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문이 닫혔다. 방 안에 다섯 사람이 남았다.

구칠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안전하게 만드는 데 쓰이기를 바란다."

그는 현허진인의 어조를 흉내 냈다. 흉내가 꽤 닮았다.

"그게 우리한테 하는 말인지, 자기한테 하는 말인지."

아무도 웃지 않았다. 구칠도 웃지 않았다. 그가 그 말을 한 것은 웃음을 원해서가 아니라, 방 안의 공기를 한 번이라도 움직여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서였을 것이다.

당소연이 소매에서 손을 뺐다.

"기록은 내가 갖고 있다. 공개 시점은 내가 정한다."

그녀가 말했다. 진무백을 보지 않고 말했다. 진무백은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 말에 반박할 에너지가 없었다. 분노가 말이 되려다 끝내 말이 되지 못하고 손바닥 안에서 식는 느낌이었다. 포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꺼낼 수 있는 말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혜륜이 조용히 일어섰다. 문 쪽으로 걸어가다가 청연도인 옆에 잠깐 섰다. 말을 하지 않았다. 청연도인도 말을 하지 않았다. 혜륜이 먼저 나갔다. 청연도인은 창가에 조금 더 서 있다가, 진무백을 한 번 봤다. 짧은 시선이었다. 품 안 쪽이 아니라 얼굴을 봤다. 그것이 이상하게 진무백의 마음 어딘가에 걸렸다. 경계인지, 경고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무언가인지. 청연도인은 그 시선을 남겨 두고 나갔다.

진무백은 혼자 남은 방에서 찻잔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차가 식어 있었다. 창밖으로 무당산 안개가 아직 걷히지 않았고, 산 중턱 어딘가에서 아침 독경 소리가 낮게 흘러왔다. 지워진 이름들이 저 안개 속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스승에게로 이어졌다. 서백하. 증인 이름이 석회에 덮여 있던 그 자리. 그 이름이 스승의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처음으로 입 안에서 언어가 되려다 멈췄다. 아직 말할 수 없었다. 말이 되는 순간,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사실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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