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어도 장시 북쪽 골목 끝은 냄새가 먼저였다. 혜륜은 막힌 콧등을 두 번 눌렀다가 손을 내렸다. 철 냄새였다. 핏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생선 비린내나 기름 탄 냄새와 헷갈릴 수도 없는 것이었다. 혜륜은 골목 입구에서 한 발짝도 더 들어가지 않은 채 그 냄새가 어느 방향에서 짙어지는지를 먼저 가늠했다. 소림에서 전장을 훑는 법을 배운 사람의 습관이었다.
진무백은 혜륜 뒤쪽에 서서 팔짱을 낀 채 점포 행렬을 훑었다. 열두 칸. 오늘은 문이 전부 닫혀 있었다. 어젯밤에 열렸던 다섯 번째 점포도, 불빛이 새어 나왔던 일곱 번째도, 쪽지가 오갔던 세 번째도. 자물쇠 하나 없이 그냥 닫혀 있는 문들이 도리어 더 단단해 보였다. 어젯밤 거래가 끝난 자리에는 빈 가마니 하나와 끊어진 끈 토막 두 개가 남아 있었다. 치운 것치고는 너무 깨끗했고, 남긴 것치고는 너무 무심했다.
"냄새가 나는데."
혜륜이 먼저 말했다.
"저도 맡았습니다."
청연도인이 혜륜 옆으로 다가서며 낮게 받았다.
"어디서 나는지 특정이 됩니까."
"된다."
혜륜은 짧게 답하고는 골목 안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발소리가 없었다. 사람이 걷는 것인지 바람이 지나가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 조용했다. 진무백은 그 뒷모습을 보면서 소림 무승이 전장을 걷는 방식이 저런 것이구나, 라고 생각했다가 금방 거뒀다. 구칠이 그 옆에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대사님은 냄새로 사람 찾는 거야, 짐승 찾는 거야."
아무도 웃지 않았다. 구칠도 웃지 않았다.
당소연은 다섯 번째 점포 앞에 멈춰 섰다. 어젯밤 들어간 사람이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그것부터가 확인이 안 됐다. 문 아래 틈새를 내려다보았다. 안에서 빛이 새는 것도, 발소리가 들리는 것도 없었다. 다만 문짝 왼쪽 아래 귀퉁이에 손바닥 크기만 한 흔적 하나가 남아 있었다. 먼지를 밀어낸 듯한 모양이었다. 손이 아니라 무릎으로 짚은 것 같은 형태였다. 당소연은 그 자리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소매 안쪽을 손으로 가볍게 눌렀다. 두 번째 쪽지가 거기 있었다. 아직 꺼낼 때가 아니었다.
"여기."
당소연이 소리 없이 진무백을 불렀다.
진무백이 다가와 그 자리를 보았다. 잠깐 쪼그려 앉아 손가락으로 테두리를 따라가 보았다. 먼지는 밀렸고 그 안쪽은 다른 것으로 닦여 있었다. 물이 아니라 헝겊 같은 것으로. 닦은 방향이 안쪽에서 바깥쪽이었다. 문 안에서 누군가 닦고 나온 것이었다.
"닦은 거야."
진무백이 일어나며 말했다.
"피를."
당소연은 대꾸하지 않았다. 남궁현이 뒤에서 그 흔적을 내려다보다가 시선을 들었다.
"닦을 시간이 있었다는 뜻이군요. 급하게 처리한 게 아니라."
청연도인이 조용히 받았다.
"여유가 있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계획된 자리였거나."
두 가지 모두 좋은 쪽이 아니었다.
혜륜이 골목 안쪽 막힌 벽 앞에 서 있었다. 벽이라기보다는 창고 측면이었다. 이 골목으로 들어온 사람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자리였다. 혜륜은 그 벽 앞에 한동안 서 있다가 천천히 몸을 낮췄다. 손가락으로 바닥을 짚었다. 돌 틈 사이였다. 손끝에 뭔가 걸렸다. 실이었다. 혜륜은 손가락 두 개로 그것을 조심스럽게 집어 올렸다.
"구칠."
혜륜이 불렀다.
구칠은 골목 입구에서 팔짱을 끼고 시장 방향을 보고 있었다. 심심한 척하고 있었지만 귀는 골목 안을 향해 있었다. 혜륜이 부르자 지체 없이 걸어 들어왔다. 혜륜의 손끝이 돌 틈 사이 어두운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구칠이 허리를 굽혔다. 조금 더 가까이. 그리고 멈췄다.
"이거..."
구칠의 능청이 잠깐 사라졌다.
"실 아닙니까."
혜륜이 돌 틈에서 꺼낸 것은 손목 두께만 한 삼실 뭉치였다. 끊긴 것이 아니라 잘린 것이었다. 절단면이 반듯했다. 그리고 실 끝에 작은 것이 하나 묶여 있었다. 나무 조각이었다. 손톱만 한 크기에 숫자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진무백이 다가와 그것을 받아 들었다. 손 안에서 굴려 보았다. 새긴 것이 아니라 불에 지진 것이었다. 지워지지 않게.
남궁현이 뒤에서 들여다보았다.
"숫자가 육이군요."
"열두 칸 중 여섯 번째."
청연도인이 조용히 말했다.
진무백은 여섯 번째 점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닫혀 있었다. 다른 것들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문. 그런데 문 아래 그늘이 조금 달랐다. 다른 점포들은 문 아래에 먼지가 쌓여 있었는데, 여섯 번째만 그 선이 깨끗했다. 문이 최근에 열렸거나, 아니면 누군가 일부러 쓸어 낸 것이었다. 진무백은 그 차이를 눈으로 한 번 더 확인하고 나서야 발을 옮겼다.
혜륜이 일어섰다. 손에 쥔 나무 조각을 한 번 더 보고는 진무백에게 건넸다.
"어젯밤 거래에서 이 자리까지 온 사람이 있었다."
혜륜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리고 여기서 멈췄다. 멈추게 됐거나, 멈출 수밖에 없었거나."
"어느 쪽이든."
진무백이 나무 조각을 손 안에서 굴렸다.
"이 골목 밖으로 걸어서 나간 건 아니겠지."
구칠이 골목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처마와 처마 사이 간격이 좁았다. 사람 하나가 지나가기 빠듯한 틈이었다.
"지붕으로?"
구칠이 중얼거렸다.
"아니면 저기 쪽문."
그가 턱으로 가리킨 곳에 창고 측면 벽 아래 반쯤 가려진 문 테두리가 보였다. 쌓인 짐가지 뒤였다.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는데, 자물쇠에 채워진 방향이 안에서 잠근 형태였다.
"안에 잠근 거면 안에 있다는 뜻 아닌가."
남궁현이 말했다.
"안에 있는 사람이 지금 살아 있다는 뜻은 아니지요."
청연도인이 받아쳤다. 냉정한 말이었지만 틀리지 않았다. 남궁현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
진무백은 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귀를 가까이 댔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숨소리도 발소리도. 그러나 그 냄새는 여기가 더 짙었다. 철 냄새. 혜륜이 골목 입구에서 처음 맡은 것이 여기서 나오고 있었다. 진무백은 숨을 한 번 고르고 뒤로 물러섰다.
당소연이 뒤에서 말했다.
"문 열기 전에."
모두 그녀를 보았다. 당소연은 소매 안에서 두 번째 쪽지를 꺼내 펼쳤다. 진무백의 시선이 그 손에 고정됐다. 청연도인도 움직이지 않았다. 구칠조차 입을 다물었다. 당소연이 쪽지를 펼친 채 들어 보였다. 글자가 보였다. 숫자들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 짧은 문장 하나. 모두 읽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여섯 번째는 비어 있지 않다. 나가기 전에 먼저 확인하라.
진무백이 나무 조각을 쥔 손을 내렸다. 쪽문 자물쇠를 한 번 보고, 쪽지를 한 번 보고, 혜륜을 보았다. 혜륜은 이미 쪽문 앞에 서 있었다. 손을 문에 얹었다. 손바닥이 나무에 닿는 순간 골목 안이 완전히 조용해졌다. 시장 쪽 소음도, 바람도, 발소리도 없었다. 혜륜이 조용히 말했다.
"준비됐으면 열겠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진무백은 나무 조각을 손 안에 꼭 쥐었다. 당소연은 쪽지를 다시 접었다. 숫자들의 의미는 아직 해석되지 않았고, 청연도인이 동쪽에서 가져온 정보와 그 숫자들이 어디서 맞닿는지도 아직 몰랐다. 그러나 문은 지금 열려야 했다. 냄새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