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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7화]

조항 7번, 그리고 네가 나를 믿지 않는다는 것

작성: 2026.05.24 09:51 조회수: 9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월요일 오전 열 시, 아르덴 2층 소회의실은 지난 주말의 냄새가 채 빠지지 않은 것 같았다. 누군가 마시다 둔 커피잔이 창가 선반에 남아 있었고, 소희가 금요일에 꽂아 놓은 유칼립투스 가지는 끝이 살짝 말려 있었다. 서린은 회의 자료를 프린트한 A4 묶음을 테이블 가운데 내려놓으며 클립을 두 번 눌렀다. 딸깍, 딸깍. 습관적인 동작이었지만 오늘은 그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렸다.

지민이 먼저 와 있었다. 태블릿을 펼쳐 놓고 커피를 홀짝이다가 서린이 들어오자 고개를 들었다.

"도윤 씨는요?"

서린이 물었다.

"주방에서 온다고 했어요. 삼 분 전에 문자 왔어요."

지민이 태블릿 화면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박준혁 팀장이 오늘 오후까지 서명본 달라고 또 연락 왔어요. 세 번째예요." 서린은 대답 대신 자료 묶음을 한 장 더 넘겼다. 세 번째라는 말이 귀에 걸렸지만 표정은 바꾸지 않았다.

도윤은 삼 분 늦게 들어왔다. 앞치마를 벗고 왔는데 소매 끝에 밀가루 자국이 남아 있었다. 지민이 그것을 발견하고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윤은 서린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자료 묶음을 집어 들었다. 의자를 당기는 소리가 났다. 서린은 그 소리에 잠깐 시선을 들었다가 다시 내렸다.

"루셀에서 조항 재검토 요청이 들어왔어요."

서린이 먼저 말했다.

"오늘 안에 양측 확인 서명이 필요하고, 이후 일정은 이 기준으로 재설계됩니다. 짧게 훑고 이견 있으면 말해 주세요."

"짧게."

도윤이 그 단어를 그대로 받았다. 반문도, 비아냥도 아닌 톤이었다. 그냥 확인하는 것처럼.

지민이 태블릿을 펼치며 끼어들었다.

"1번부터 6번은 지난번이랑 거의 같아요. 공개 일정 조율, 촬영 협조, SNS 연동 범위. 달라진 건 사실상 7번이에요."

서린은 자료를 한 장 넘겼다. 7번 항목은 다른 조항보다 길었다. 두 사람의 공개 동선, 외부 인터뷰 발언 범위, 그리고 한 줄이 새로 추가되어 있었다.

'파트너 일방의 사생활 언급 또는 개인 이력 공개는 상대방 사전 동의 없이 불가하며, 위반 시 계약 전체의 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린은 그 줄을 소리 내어 읽지 않았다. 읽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열 번은 읽은 문장이었다.

도윤이 그 줄에서 멈췄다. 서린은 그것을 봤다. 그의 시선이 페이지 중간에 고정되는 것, 그리고 넘기지 않는 것. 창밖에서 바람이 지나갔는지 유칼립투스 가지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 조항."

도윤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박자 낮았다.

"누가 넣은 거예요?"

"루셀 측에서 요청한 거예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

도윤이 그 단어를 한 번 씹듯이 말했다.

"내 이력이 리스크라는 거죠."

서린은 자료에서 눈을 들지 않았다.

"그런 뜻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어요. 양방향 조항이에요. 나도 포함됩니다."

"알아요."

도윤이 자료를 테이블에 내려놨다. 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냥 내려놓은 것뿐이었지만 지민이 잠깐 멈칫했다.

"근데 이 조항이 처음 초안에 없었다는 건 나도 알아요."

서린이 그제야 눈을 들었다. 도윤의 시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그게 더 어색했다. 화라면 대응할 수 있는데, 이 표정은 무엇으로 받아야 할지 몰랐다. 서린은 잠깐 말을 고르다가 입을 열었다.

"루셀에서 추가 요청이 들어온 건 맞아요. 하지만 내가 반려하지 않은 것도 맞고요. 계약 안정성을 위한 판단이었어요."

"판단."

도윤이 짧게 웃었다. 입꼬리만 살짝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종류의 웃음이었다.

"서린 씨가 이 조항을 보고 '이걸 넣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거잖아요. 내가 뭔가 터뜨릴 것 같아서."

"그게 아니라——"

"아니라고요?"

그의 목소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낮아졌다.

"그럼 뭐예요. 그냥 형식 조항이라고요?"

지민이 슬그머니 태블릿 화면을 끄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 자리에서 빠지고 싶다는 신호였지만 아무도 나가라고 하지 않았다. 서린은 손끝으로 A4 모서리를 눌렀다. 종이가 살짝 구겨졌다가 펴졌다.

서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이 없다는 것이 이미 하나의 대답이었고, 도윤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는 자료 묶음을 다시 집어 들어 1번부터 차례로 읽기 시작했다. 읽는 척이 아니라 진짜 읽었다. 서린은 그 옆모습을 보다가 자신도 자료로 시선을 내렸다.

회의는 계속됐다. 조항 하나씩 확인하고, 이견이 없으면 넘기고, 지민이 수정 사항을 기록했다. 7번 이후로 두 사람의 말수가 줄었다. 실무적으로 필요한 말만, 정확하게, 그리고 빠르게. 지민은 그 리듬이 오히려 더 불편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아무 말도 끼워 넣지 않았다. 창가 선반의 커피잔이 시야 끝에 걸렸다. 이미 다 식었을 것이었다.

서명은 오전 열한 시 삼십 분에 끝났다. 도윤이 펜을 내려놓으며 일어섰다.

"주방 들어가야 해서."

그게 전부였다. 서린에게 말한 건지, 지민에게 말한 건지 분명하지 않은 문장이었다. 그가 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복도를 지나 멀어졌다.

지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길지 않은 숨이었지만 서린은 들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민이 말했다.

"근데 솔직히, 7번 조항 서린 씨가 먼저 막을 수도 있었잖아요."

서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클립을 다시 눌렀다. 딸깍. 한 번만.

지민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태블릿을 챙겼다. 문 앞에서 한 번 돌아봤지만 서린이 자료를 정리하는 손을 멈추지 않자 그냥 나갔다.

방이 조용해졌다. 서린은 7번 조항이 있는 장을 테이블 위에 펼쳐 둔 채 창밖을 봤다. 5월의 하늘은 맑았다. 창문에 빗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지난주 비가 그 흔적을 남겼고, 아무도 아직 닦지 않았다. 서린은 그 자국을 한동안 바라봤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도 아닌 시간이었다.

그 조항을 막지 않은 이유를 서린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루셀의 요청이기도 했지만, 그 문장을 처음 봤을 때 '이게 있으면 더 안전하겠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었다. 도윤이 뭔가 터뜨릴 것 같아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의 과거를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아직 몰라서. 그 조항은 도윤을 통제하는 장치가 아니라, 서린이 자신을 지키는 방어선에 가까웠다.

그 차이를 도윤에게 설명할 방법이 있을까. 서린은 그것을 잠깐 생각했다가 멈췄다. 설명을 해야 할 이유가 있는 관계라면, 이미 이 계약 안의 관계가 아닐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은 계약 안에 있었다. 그것이 전제였다.

그런데 도윤의 그 눈빛이 자꾸 걸렸다. 화가 아닌 것. 화였다면 차라리 쉬웠을 텐데. 그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웃는 것도 아닌 입꼬리가, 자료를 내려놓던 손이 자꾸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아래층에서 주방 환풍기 소리가 올라왔다. 도윤이 다시 일을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서린은 A4 묶음을 클립으로 고정하고 가방에 넣었다. 오늘 오후에 루셀 측에 최종 서명본을 보내야 했다. 그다음은 이번 주 촬영 일정 확인, 그다음은 외부 인터뷰 스케줄 조율.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도윤이 남기고 간 자료 묶음이 테이블 가장자리에 걸쳐져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는 자기 것을 두고 갔다. 서린은 잠깐 그 묶음을 봤다. 7번 항목 페이지가 살짝 접혀 있었다. 그가 읽다가 접은 건지, 아니면 내려놓을 때 눌린 건지 알 수 없었다.

서린은 그것을 펴지 않았다. 그냥 그 위에 자기 자료를 올려놓고 방을 나갔다. 복도는 조용했다. 환풍기 소리만 낮게 깔려 있었다. 서린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손을 가방 끈에 얹었다. 손끝이 약간 차가웠다. 회의실 에어컨이 세게 틀어져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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