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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9화]

가짜 수레의 무게

작성: 2026.05.24 01:21 조회수: 9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마렉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접견방 탁자 앞에 앉혀 놓으니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시선을 바닥 어딘가에 고정한 채 한 문장씩 뽑아냈다. 협곡 입구에서 수레가 멈춘 것은 오시 초각이었다. 습격대가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반각 뒤였다. 엘리안은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하르트가 옆에서 장부에 시간을 받아쓰는 동안, 엘리안은 마렉의 손을 보고 있었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거짓말하는 사람의 손은 대개 더 조용하거나 더 분주한데, 마렉의 손은 그냥 지쳐 있었다.

"협곡 어느 지점에서 첫 발이 날아왔는지 기억하나."

"이암 절벽 밑입니다. 돌 위로 그림자가 먼저 지고, 그다음에 투창이 왔습니다."

엘리안이 고개를 들어 하르트를 봤다. 하르트는 장부 위에 줄을 긋고 있었다. 이암 절벽이라면 협곡 서쪽 삼 분의 일 지점이었다. 수레가 완전히 협곡 안으로 들어선 다음에야 공격이 가능한 위치였다. 기다렸다는 뜻이었다. 군량 수레가 그 협곡을 지날 것을 미리 알고 있던 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마렉이 나가고 나서 방은 한동안 조용했다. 하르트가 장부를 덮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접견방 화로는 이미 꺼진 지 오래였고, 창틀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발목 쪽에서 느껴졌다. 엘리안은 그 자리에 서서 마렉이 앉았던 의자를 잠시 내려다봤다. 등받이에 손이 닿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오래 버텨 온 사람의 흔적 같았다.

"누군가 알렸겠지요."

"알렸거나, 추정했거나."

하르트는 깃털 펜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수송 일정을 아는 자가 몇이나 됩니까."

엘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탁자 모서리를 짚었다가 뗐다. 일정을 아는 자를 세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 목록 안에서 의심이 될 만한 자를 고르는 것이 문제였다. 목록이 짧을수록 사람이 더 아프게 들어오는 법이었다.

엘리안은 창가로 걸어가 바깥을 내다봤다. 안마당에는 세라가 대원 두 명과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발로 눈을 긁어내는 자세였는데, 그 와중에도 시선은 성문 쪽을 향하고 있었다. 다음 수송 일정을 머릿속에서 이미 뜯어고치는 중일 것이었다. 하르트가 조용히 물었다.

"마렉을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엘리안은 창에서 손을 뗐다.

"당분간 성 안에 둔다. 내보내면 그 입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세라를 부른 건 점심 무렵이었다. 탁자 위에 협곡 약도를 펼쳐 놓고 마렉의 진술 요점을 세 줄로 정리해 놨더니, 세라는 그것을 보자마자 약도에서 이암 절벽 위치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서 기다렸다면, 북쪽 능선에 사전 배치가 있었다는 거야."

"그렇게 봐야 한다."

세라가 손가락을 옮겨 협곡 동쪽 출구 쪽을 건드렸다.

"그러면 퇴로도 여기일 거야. 이쪽 사면이 겨울에 얼면 말이 내려가기 어렵거든. 동쪽으로 빠지는 게 유일하게 빠른 길이야."

세라의 손가락이 약도 위를 움직이는 동안, 엘리안은 그 경로를 눈으로 따라갔다. 협곡 지형을 이렇게 빠르게 읽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 회색늑대가 변경에서 살아남은 이유가 있었다.

"카이런 측이 다시 칠 거라고 본다면?"

"다음 수송 일정 전에, 그것도 같은 협곡으로."

세라의 목소리는 단정에 가까웠다.

"한 번 먹혔으니까. 상대가 계속 같은 길로 다닌다고 생각하면 다시 같은 자리에 깔아 놓겠지."

거기까지 듣고 엘리안은 탁자에 팔꿈치를 짚었다. 머릿속에서 뭔가가 맞물리는 소리가 났다. 가짜 수레. 협곡에 먼저 미끼를 흘려 보내고, 진짜 수송로는 다른 경로를 쓴다. 습격대가 가짜 수레를 치러 내려오는 순간 협곡 동쪽 출구를 막으면, 쫓는 쪽이 쫓기는 쪽이 된다.

"들어봐."

엘리안이 말했다.

세라는 팔짱을 풀지 않은 채 들었다. 계획을 다 듣고 나서도 바로 말하지 않았다. 약도를 다시 한번 내려다보고, 이암 절벽 위치를 손끝으로 짚었다가 떼고, 동쪽 출구 쪽을 다시 짚었다. 방 안에 잠깐 침묵이 깔렸다. 화로 없는 방이라 입김이 희미하게 피어올랐고, 세라의 가죽 갑옷에서 젖은 마구간 냄새가 났다. 아침 일찍 말을 직접 돌봤다는 뜻이었다.

"가짜 수레 안에 뭘 채울 건데."

"군량 포대 형태는 맞추되, 속은 흙이랑 짚이지. 냄새가 나야 하니까 쓰던 포대를 재사용하면 된다."

"그럼 저쪽에서 열어보기 전까지는 모르겠군."

세라가 짧게 웃었다. 비웃음이 아니라 계산이 맞는다는 쪽에 가까운 소리였다.

"동쪽 출구 차단에 몇 명이나 쓸 생각이야."

"네 쪽 대원 여섯. 영지 기마 셋. 루키안도 협곡 능선 위에 올려놓고 싶다."

세라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루키안이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였다.

"봉인 풀린 마도사를 협곡 능선에 세운다고."

"봉인을 쓰게 하겠다는 게 아니야. 눈에 보이면 상대가 계산을 바꾼다. 그게 필요한 자리야."

세라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약도를 손가락으로 두어 번 두드렸다.

"루키안이 동의하면."

그게 전부였다. 조건이라기보다 선을 긋는 말이었다. 루키안의 결정은 루키안이 내린다는 뜻이기도 했고, 자신은 그 결정을 대신 보증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세라가 나가기 전에 문 앞에서 멈추더니 돌아봤다.

"마렉 진술에서 이상한 거 없었어?"

엘리안이 고개를 들었다.

"어떤 부분이."

"협곡에서 투창 방향 말야. 이암 절벽 위에서 내려왔다고 했잖아."

세라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그 절벽은 서쪽 능선에서만 올라갈 수 있어. 북쪽에서 사전 배치가 됐다면 경로가 다르거든."

엘리안은 그 자리에서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세라도 더 설명하지 않고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생각보다 조용했다.

엘리안은 약도를 다시 펼쳤다. 이암 절벽. 서쪽 능선 진입로. 손가락으로 경로를 짚어보니 북쪽 배치에서 그 절벽까지 이동하려면 협곡을 한 번 더 가로질러야 했다. 겨울 협곡 지형을 그렇게 정확히 아는 외부 습격대는 없었다. 누군가 알려줬거나, 직접 안내했거나. 두 가지 가능성 중 어느 쪽이든 결론은 같았다. 이 작전을 설계하는 자리 안에 이미 적의 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방 안에 혼자 남자 엘리안은 의자를 당기는 대신 탁자 앞에 서서 약도를 내려다봤다. 협곡 선이 손때가 묻어 조금 흐릿했다. 이 지도를 처음 펼친 건 하르트였고, 수송 일정 경로를 빨간 선으로 표시한 건 영지 관리인이었다. 그 선을 알고 있는 자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려보니 목록이 생각보다 짧았다. 짧은 목록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그 안에서 의심이 사람 위에 올라앉기 때문이었다.

창 너머로 안마당에서 세라가 대원들 쪽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대원 하나가 무언가 말하자 세라가 손을 들어 짧게 끊었다. 웃음기 없는 동작이었다. 맹세문은 아직 세라의 이름이 없는 채로 탁자 서랍 안에 있었다. 가짜 수레가 협곡을 지나는 날, 그 이름이 더 가까워질지 더 멀어질지를 엘리안은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이 계획이 맞아떨어지는 것과, 그 이후에 치러야 할 대가가 같은 무게일 리는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수레 안을 흙으로 채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 흙이 협곡 바닥에 쏟아진 다음에 남는 것들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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