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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3화]

두 번째 커피는 설탕 없이

작성: 2026.05.24 01:21 조회수: 7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목요일 오후 두 시, 현우는 자기 책상 앞에서 볼펜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었다. 상담 예약은 오늘 하나였고, 그마저 오전에 끝났다. 오후는 서류 정리와 팔로업 문자 작성으로 채워질 예정이었다. 즉, 손이 별로 바쁘지 않은 시간대였다.

문제는 그럴수록 박미경의 마지막 말이 더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것이었다.

'칭찬은 아직 아니에요.'

상담실 문을 열기 직전에 던지고 나간 그 한마디. 현우는 그날 저녁 집에 와서도 그 말을 세 번쯤 더 생각했고,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도 한 번 더 떠올렸다. 지금은 목요일이었다. 사흘이 지났는데도 그 말의 온도가 아직 남아 있었다. 칭찬이 아니라면 뭔지, 그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그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상담실 안은 조용했다. 에어컨 바람이 낮게 돌고, 누군가 아까 마시다 둔 종이컵 커피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현우는 볼펜 뚜껑을 또 열었다. 닫았다. 열었다.

"현우 씨, 그거 뚜껑 빠지면 잉크 샌다."

아라가 옆에서 말했다. 서류를 들여다보면서, 현우 쪽을 보지도 않고. 현우는 볼펜을 내려놓았다. 아라는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 말투로 뭔가를 전혀 모르는 척했다. 그게 그녀 특기였다.

"정리하고 있었어요."

"뭘."

"생각을요."

아라가 그제야 서류에서 눈을 들었다. 현우를 잠깐 봤다가 다시 시선을 내렸다.

"그건 퇴근하고 해."

짧게 잘라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서 반박이 안 됐다.

현우는 팔로업 문자 초안을 열었다. 화면에 이름 세 개가 떠 있었다. 박미경. 윤상철. 그리고 다음 주 첫 상담 예정인 낯선 이름 하나. 윤상철 씨는 지난 통화 이후로 연락이 없었다. 재방문 약속이 아직 열려 있는 건지, 그냥 흐지부지된 건지 현우도 정확히 몰랐다. 한 번 먼저 문자를 넣어볼까 생각하다가 매번 손을 뒤로 뺐다. 먼저 연락한다는 게 재촉처럼 보일 것 같아서였다. 그게 맞는 판단인지도 사실 잘 몰랐다. 펜 끝이 화면 위에서 멈춰 있었다. 누르지 않은 채로.

휴대폰이 진동했다. 책상 위에서 짧게 한 번. 발신자를 보는 순간 현우는 등이 살짝 곧아졌다.

김정호.

"여보세요."

"현우 설계사님, 저 정호예요. 잠깐 괜찮으세요?"

목소리는 여전히 편했다. 상담실 밖에서 듣는 그 목소리는 늘 이랬다. 뭔가를 부탁하는데 부탁처럼 들리지 않는 그런 톤. 현우는 의자를 살짝 돌려 창 쪽을 봤다.

"네, 말씀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박미경 씨 어떠셨어요? 잘 됐죠?"

짧은 질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간단히 대답이 안 됐다. 현우는 잠깐 멈췄다.

'잘 됐다'

는 게 뭘 의미하는 건지 기준이 불분명했다. 상담이 매끄러웠는지, 계약이 성사됐는지, 아니면 박미경이 만족했는지. 어떤 의미로 물어보는 건지를 모르겠다는 게 더 정직한 대답이었다.

"상담은 잘 마쳤어요. 다음 연락은 박미경 씨 쪽에서 주시기로 했고요."

"아, 그렇군요."

김정호 씨 목소리에 뭔가 살짝 묻어났다. 실망인지 안도인지 구분이 안 됐다.

"그분이 원래 좀 신중한 편이에요. 오래 생각하는 스타일이라. 그래도 연락하면 한다는 뜻이니까 기다려보세요."

"네."

"그리고 현우 설계사님, 한 분 더 연결해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으면 이번 주 안으로 따로 연락드릴게요."

전화가 끊겼다. 현우는 화면을 잠시 내려다봤다. 세 번째다. 김정호 씨가 소개를 이어오는 게 세 번째였다. 처음엔 윤상철 씨, 그다음엔 박미경, 그리고 또 한 명. 짧은 시간 안에 연달아. 현우는 고마워야 한다는 걸 알았다. 실제로 고마웠다.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전화를 끊고 나서 손 안에 뭔가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라가 서류 위로 시선을 들었다.

"김정호 씨?"

"어떻게 알았어요?"

"표정."

아라는 다시 서류를 봤다.

"무슨 얘기 했어?"

"소개 한 명 더 있다고요."

아라가 잠시 멈췄다. 한 박자, 딱 그만큼. 그러다 "음." 하고 짧게 내뱉었다. 그게 전부였다. 동의도 아니고 의문도 아닌 그 '음' 한 음절이 공기 속에 남았다. 현우는 그 음절의 뜻을 알고 싶었지만, 아라는 더 말하지 않았다. 현우도 더 묻지 않았다. 물어봐야 할 것 같은 기분과 그냥 넘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동시에 왔다가, 결국 둘 다 흐지부지됐다.

오후 세 시가 조금 넘어서 현우는 탕비실에 들어갔다. 커피믹스 봉지를 뜯으면서 오늘 오전 상담을 다시 떠올렸다. 이십 대 후반의 남자였는데, 직장을 바꾼 지 얼마 안 됐다고 했다. 전 직장 단체보험이 끊겼다는 걸 이직 후 한 달이 지나서야 알았다고. 아무 일도 없었으니 다행이었지만, 그 한 달 사이에 뭔가 생겼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는 말을 하면서 웃었다. 웃으면서 하는 말치고 꽤 무거운 내용이었다. 현우는 그 웃음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겁이 났는데 겁났다고 말하기 싫을 때 나오는 웃음. 현우는 그 자리에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웃음에 뭔가 한마디를 더 얹었어야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했어야 했는지는 여전히 몰랐지만.

커피를 들고 나오면서 현우는 박미경 얘기를 다시 생각했다.

'전부 정리하고 싶다'

는 말. 그 말을 상담 맥락에서 들으면 보험 전반을 재정비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꺼내보면, 그 말이 꼭 보험에만 관한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를 더 정리하고 싶은 사람의 말투였다. 현우가 그 자리에서 더 물어볼 수 있었는데 안 물어봤다. 그게 맞는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눈치 없이 넘어간 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종이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미지근했다.

책상으로 돌아왔을 때 아라가 커피를 하나 더 내밀었다. 탕비실 것과 똑같은 종류였다. 현우는 이미 손에 하나를 들고 있었다.

"저 이미 있는데요."

"두 개 마셔."

아라가 말했다.

"설탕 안 넣었어. 너 오늘 단 거 너무 많이 먹었잖아."

현우는 아라를 봤다. 아라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늘 단 걸 많이 먹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는 묻지 않았다. 어차피 알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어차피 알려줄 생각도 없을 테니까.

두 컵을 책상 위에 나란히 올려두고 현우는 창밖을 봤다. 오후 햇살이 건물 모서리에 걸려 있었다. 김정호 씨의 다음 소개가 이번 주 안으로 온다. 박미경은 '다음에 와서 확인해볼게요'라고 했고, 그 다음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윤상철 씨는 조용했다. 현우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설탕이 없었다. 생각보다 쓰지는 않았다. 그냥 커피 맛이었다. 그걸로 충분한 것 같기도 했고, 아직 뭔가 부족한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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