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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4화]

세 번째 이름

작성: 2026.05.24 12:37 조회수: 10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금요일 오전에는 비가 왔다. 굵지 않고 가늘게, 유리창에 줄을 긋듯이 내리는 비였다. 현우는 출근길에 우산을 반쯤 펼쳤다가 그냥 접었다. 맞아도 될 것 같은 비였다. 어깨가 조금 젖었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사무실 문을 열자 아라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모니터 불빛이 창밖 빗줄기보다 밝았다. 현우가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아라가 일어섰다. 서랍을 열고, 믹스커피 봉지를 꺼내고, 전기포트 버튼을 눌렀다. 동작이 익숙했다. 비 오는 날 루틴이 따로 있는 사람처럼.

"믹스커피. 비 오는 날엔 이게 맞아."

종이컵을 건네받으면서 현우는 한 모금 마셨다. 달았다. 생각보다 훨씬 달았다. 혀끝에 설탕이 먼저 닿았고, 그다음에야 커피 향이 올라왔다. 종이컵 표면이 손바닥에 따뜻하게 붙었다.

"저 설탕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알아. 그래서 두 봉 넣었어."

아라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면서 덧붙이지 않았다. 현우도 더 말하지 않았다. 그냥 마셨다. 달아도 따뜻했고, 따뜻하니까 나쁘지 않았다. 빗소리가 유리창 쪽에서 가늘게 이어졌다. 오전 상담 예약은 없었다. 오후에 한 건. 그것도 기존 고객 서류 정리 수준이었다. 현우는 수첩을 펼쳐서 일정을 한 번 확인하고, 볼펜 뚜껑을 열었다가 닫았다. 쓸 게 없었다.

전화가 온 건 오전 열한 시 이십 분이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현우는 잠깐 화면을 봤다가 받았다. 요즘은 모르는 번호가 오면 일단 받는 버릇이 생겼다. 예약 문의가 그쪽에서 먼저 오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수화기를 귀에 대는 순간, 볼펜이 어디 있는지 눈으로 먼저 찾았다.

"여보세요, 이현우 설계사님 맞으시죠?"

목소리가 단단했다. 나이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낮지 않은데 낮은 것 같기도 했다. 발음이 뚜렷했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안녕하세요도, 실례지만도 없었다. 바로 이름이었다.

"네, 맞습니다."

"저는 오 대리라고 합니다. 김정호 이사님한테 말씀 들으셨을 것 같아서요."

현우는 볼펜을 들었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이사님. 현우가 아는 김정호 씨는 이사라는 호칭을 쓴 적이 없었다. 아니, 그 사람이 어느 회사 무슨 직급인지 현우는 정확히 몰랐다. 고마운 소개자. 그 이상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볼펜 끝이 수첩 위에서 잠깐 멈췄다.

"아, 네. 연락 주실 거라고는 들었는데요.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현우는 말하면서 수첩을 폈다.

"혹시 언제쯤 시간이 되실지요?"

"다음 주 화요일 오후 두 시 어떠세요? 사무실로 찾아뵐게요."

빠르다. 현우는 생각했다. 예약 날짜를 바로 제시하는 사람은 두 종류다. 바쁘거나, 목적이 분명하거나. 오 대리는 전화를 건 지 삼십 초 만에 날짜와 시간과 장소를 확정했다. 현우가 뭔가를 더 물어볼 틈이 없었다.

"네, 가능합니다. 화요일 두 시로 잡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그게 끝이었다. 통화 시간은 일 분이 넘지 않았다. 현우는 수첩에 받아 적었다. 오 대리. 화요일 오후 2시. 그리고 잠깐 손을 멈췄다. 뭔가를 더 써야 할 것 같은데 더 아는 게 없었다. 이름 전체도 몰랐다. 어느 회사인지도, 왜 보험 상담을 원하는지도. 볼펜이 빈칸 위에서 맴돌다가 내려왔다.

아라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소개?"

한 마디였다.

"네."

현우는 수첩을 덮었다.

"김정호 씨 쪽에서요."

아라는 잠깐 눈을 내렸다가 다시 모니터를 봤다.

"오 대리요?"

현우는 멈췄다. 아라가 먼저 이름을 말했다. 묻지 않은 이름을. 현우는 아직 오 대리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통화 내용을 들었을 리도 없었다. 사무실이 좁기는 해도 아라 자리와 현우 자리 사이에는 파티션이 있었다.

"어떻게 아세요?"

아라는 화면을 보는 채로 대답했다.

"아는 거 아니야. 김정호 씨 소개라면 그쪽 계열일 거라고. 거기 실무자 직급이 대리 많거든."

그게 설명이 되는 말인지, 현우는 판단하지 못했다. 거기. 거기가 어딘지를 현우는 몰랐고, 아라는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현우는 한 번 더 물으려다가 입을 닫았다. 물어도 아라가 얼마나 대답해줄지 알 수 없었다. 종이컵을 집어 들었다. 커피는 이미 미지근해져 있었다.

오후 상담은 예상대로 짧게 끝났다. 기존 계약 내용 확인이었고, 변경 사항도 없었다. 고객은 서류에 사인하면서 "수고해요"라고 했고, 현우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했다. 돌아오는 복도에서 창밖을 봤다. 비는 그쳐 있었다. 아스팔트가 젖어 반짝이고 있었다. 빗물이 햇빛을 받아 번지는 것처럼 보였다. 현우는 잠깐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뭔가를 정리하고 싶었는데, 정리할 말이 없었다.

책상으로 돌아오면서 현우는 아까 통화를 다시 떠올렸다. 오 대리가 먼저 날짜를 제시했다는 것. 이사님이라는 호칭. 그리고 묻지도 않은 것까지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짧고 군더더기 없이 끊어낸 말투. 박미경이 조용하고 단단했다면, 오 대리는 조용하지 않았다. 단단하기만 했다. 수화기 너머에서도 그 밀도가 느껴졌다.

현우는 수첩을 다시 펼쳤다. 오 대리. 화요일 오후 2시. 그 아래에 이사님이라고 적었다. 그 단어가 계속 걸렸다. 김정호 씨가 이사라면, 그건 어느 회사의 이사인가. 그리고 그 회사와 현우의 고객들 사이에는 어떤 거리가 있는가. 볼펜을 내려놓으려다가 다시 들었다. 수첩 여백에 물음표를 하나 적었다. 그러고는 멍하니 그 물음표를 바라봤다. 뭘 모르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물음표를 적은 것이었다.

퇴근 무렵, 현우는 아라에게 한 가지를 더 물었다.

"김정호 씨가 소개해준 사람들, 원래 이렇게 빠르게 연락 와요?"

아라는 가방을 들면서 잠깐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진짜 생각하는 건지, 어떻게 말할지 고르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그 침묵이 대답보다 먼저 왔다.

"빠르면 빠를수록 목적이 있는 거야. 나쁜 뜻이 아니라."

그리고 덧붙였다.

"좋은 뜻도 아니고."

현우는 그 말을 붙잡으려 했는데 아라는 이미 자리를 떴다. 좋은 뜻도 나쁜 뜻도 아니라면 뭔가. 그냥 뚜렷한 용건이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다른 뭔가인가. 아라의 발소리가 복도에서 멀어졌다. 현우는 아라가 나간 문을 잠깐 봤다가 수첩으로 눈을 내렸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혼자였다. 현우는 수첩을 꺼내서 다시 봤다. 오 대리. 화요일 오후 2시. 이사님. 그 아래 물음표. 세 줄과 물음표 하나가 나란히 있었다. 고마움과 경계심이 같은 페이지 위에 올라와 있는 것 같았다. 현우는 수첩을 닫으려다가 멈췄다. 덮어도 물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층수가 내려갔다. 로비에 닿기 전에 현우는 수첩을 닫았다. 화요일까지는 시간이 있었다. 오 대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만나봐야 안다.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생각의 끝이었다. 다만 그 끝이, 끝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로비는 퇴근 인파로 시끄러웠다. 현우는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도 오 대리의 목소리를 한 번 더 떠올렸다. 짧고, 단단하고, 빈틈이 없었다. 그 빈틈 없음이 오히려 이상하게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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