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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1화]

계약서는 모두 달랐다

작성: 2026.05.24 01:21 조회수: 1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비가 오기 전날 저녁의 골목은 이상하게 조용하다. 편의점 냉장고 소리만 문 밖으로 새어 나오고, 철물점 셔터는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내려와 있었다. 선우는 어머니 가게 유리문에 손을 얹고 잠깐 서 있었다. 안에서 어머니가 뭔가를 정리하는 소리가 들렸다. 의자 끄는 소리, 그릇 쌓는 소리. 시즌이 바뀌었다고 해서 골목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문을 열었다.

"왔어?"

어머니는 앞치마를 두르고 냉장고 문을 닫으며 선우를 봤다. 딱 두 글자였다. 선우도 "어." 하고 짧게 받았다. 이 모녀 사이의 대화는 원래 이 정도가 기본값이었다. 뒷방 불이 켜져 있는 걸 봤다. "아직 거기 두셨어요, 서류들?" "그냥 뒀지. 네가 정리한다길래." 어머니는 뒤도 안 돌아보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뒷방 책상 위에는 어젯밤 선우가 쌓아 놓은 서류 묶음이 그대로 있었다. 골목 세입자 열한 가구에서 받아온 임대차 계약서 사본이었다. 전부가 아니었다. 세 가구는 아직 원본을 못 찾겠다고 했고, 두 가구는 계약서 자체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선우는 의자를 당겨 앉으며 파일을 열었다. 그리고 첫 장과 두 번째 장을 나란히 놓는 순간 멈췄다. 같은 건물, 이 층과 삼 층이었다. 계약서 형식이 달랐다.

서미라가 도착한 건 이십 분 뒤였다. 마틴이 오토바이를 세우는 소리가 먼저 들렸고, 장하늘은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뒷방이 좁아서 마틴은 문 옆에 서 있어야 했다. 선우는 계약서들을 건물별로 묶어서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

"보세요. 이게 같은 건물 계약서입니다."

서미라가 허리를 굽혀 들여다봤다. 한 장, 두 장, 세 장. 그리고 네 번째 장에서 손이 멈췄다.

"이건 권리금 조항이 없잖아."

"예."

"같은 건물인데?" "같은 건물입니다. 같은 집주인이고요." 서미라가 몸을 일으키며 짧게 욕을 내뱉었다. 그게 분노인지 허탈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종류였다. "이거 임대인이 일부러 조항을 뺀 거야, 아니면 세입자가 몰라서 서명한 거야?" 선우는 대답을 잠깐 미뤘다. "둘 다일 수 있어요."

장하늘이 계약서 한 장을 들어 올렸다. 특약란이 완전히 공란인 계약서였다.

"이건 특약 자체가 없네요."

"그 집이 봉수 씨 아래층 가구예요. 월세 오십삼만 원에 계약서 두 장 썼는데 특약란은 비어 있고, 묵시적 갱신 규정도 빠져 있어요."

장하늘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선우가 손을 얹었다. "잠깐, 아직 당사자 동의 안 받은 거 있어요." 장하늘이 폰을 내렸다. "알아요. 찍은 거 아니에요. 확인한 거예요."

마틴이 문 옆에서 팔짱을 끼며 말했다.

"저도 하나 여쭤봐도 됩니까."

모두가 마틴을 봤다.

"저는 계약서가 없거든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서미라가 먼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계약서가 없어요. 구두 계약이에요. 이 년 전에 이사 올 때 임대인이 '일단 살다가 나중에 쓰자'고 했는데 그 나중이 아직도 안 왔어요." 마틴이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웃음기가 섞였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선우는 마틴을 잠시 바라봤다.

"전기세 영수증 있어요? 은행 이체 내역이나 카드 결제 기록이라도."

"이체 내역은 있어요. 매달 이십오일에 육십만 원."

"그걸로 점유 사실은 증명해요. 계약서 없다고 세입자 권리가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마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는 있었는데, 그냥 좀 답답하잖아요. 종이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거." 그 말이 뒷방에 한동안 남아 있었다.

서미라가 다시 계약서 묶음으로 시선을 내렸다.

"이걸 다 정리하면 뭐가 달라지는 거야, 선우 씨."

"조합이 보상 협상을 시작할 때, 계약 조항이 다르면 세입자마다 보상액 계산 기준이 달라져요. 권리금 조항이 있는 사람이랑 없는 사람, 특약이 있는 사람이랑 없는 사람. 조합은 그걸 이용해서 개별 협상을 붙여요. 한꺼번에 묶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드는 거죠."

"그래서 목소리가 따로따로 나오게 되는 거구나."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하늘이 노트에 뭔가를 받아 적다가 고개를 들었다.

"조합이 계약서 조항을 다르게 맞춰 달라고 임대인한테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선우가 잠깐 생각했다.

"가능성이라고 하면 그렇죠. 그런데 증명이 안 돼요. 임대인이 단순히 귀찮아서 표준 계약서를 안 쓴 거일 수도 있고."

"차이가 있어요, 그 두 가지 사이에." "당연히요. 그래서 임대인을 직접 만나야 해요." 서미라가 두 사람의 말을 듣다가 끼어들었다. "임대인이 누구야, 이 건물." 선우가 파일에서 등기부 사본을 꺼냈다. "김 씨 성에 일흔두 살." "그 할아버지, 나 알아. 이 골목에서 이십 년 넘게 건물 갖고 있던 사람이야."

마틴이 조용히 물었다.

"그 분이 조합이랑 연결돼 있어요?"

서미라가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잘 모르겠어. 예전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선우는 그 말의 여백을 메우지 않았다. 잘 모른다는 게 아닐 수도 있었다. 알고 싶지 않다는 쪽에 가까울 수도 있었다. 골목에서 이십 년을 버텨온 사람 사이의 거래는 종이 밖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뒷방 형광등이 한 번 깜박였다. 아무도 올려다보지 않았다. 선우는 계약서 묶음을 세 더미로 나눴다.

"권리금 조항 있는 것, 없는 것, 특약 자체가 공란인 것. 이렇게 나눠서 각 가구에 현재 상태를 다시 설명해야 해요. 본인이 뭘 서명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절반이에요."

"그거 설명하러 다니면 며칠 걸려요?"

마틴이 물었다. "빠르면 이틀. 느리면 나흘." "제가 오토바이 있으니까 같이 돌아요." 서미라가 마틴을 봤다가 선우를 봤다. "일단 시작은 해야지. 조합 오후 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조합이 이의 신청 당일 오후에 긴급 회의를 잡았다는 건 어젯밤에 장하늘한테서 들었다. 회의 결과가 무엇인지는 아직 몰랐다. 알게 되는 건 내일이거나 모레였다. 그 사이에 조합이 세입자 개별 접촉을 시작하면, 계약서 조항이 다른 사람들은 각자 다른 조건으로 협상 테이블에 불려 나갈 수 있었다. 그 전에 사람들이 자기 계약서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했다.

장하늘이 수첩을 닫으며 일어섰다.

"저는 임대인 쪽 알아볼게요. 조합이랑 연결이 있는지. 없으면 없는 거고."

선우가 말했다.

"확인 전에 기사 쓰지 마세요."

"알아요." 짧게 대답했지만 눈이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선우는 그게 조금 불안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장하늘은 멈추지 않는 사람이었다. 멈추게 하는 건 사실이지 말이 아니었다.

마틴이 먼저 뒷방을 나갔고, 서미라가 그 뒤를 따랐다. 선우는 계약서 묶음을 파일에 넣고 잠깐 앉아 있었다. 세 더미로 나뉜 계약서들. 같은 건물 안에 살면서 서로 다른 조건으로 버티고 있던 사람들. 그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종이로 보니까 달랐다. 알고 있다는 것과 눈으로 확인하는 것 사이에는 늘 그만한 간격이 있었다. 어머니가 주방에서 냄비 뚜껑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선우는 파일을 닫았다.

다음 날 아침, 마틴한테서 문자가 왔다. 건물 이 층 세입자가 어젯밤 조합 직원한테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개별 면담 요청이었다. 장소는 조합 사무실이 아니라 근처 카페였다. 선우는 문자를 두 번 읽었다. 조합이 사무실 밖으로 나온다는 건 공식 채널을 피한다는 뜻이었다. 비공식 협상. 계약서 조항이 가장 취약한 가구부터 건드리는 것일 수도 있었다. 창밖에서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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