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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10화]

붉은 깃발 아래서

작성: 2026.05.23 23:32 조회수: 8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작품은 판타지 성장 장르로, 폭력과 갈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모든 등장인물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 독자에게 깊은 사고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관문이 보였을 때 카일은 잠깐 숨을 놓았다.

사흘이었다. 수레바퀴가 진흙에 빠진 것만 다섯 번, 새벽에는 아이 하나가 열이 올라 이안이 직접 이마에 물수건을 얹어줬다. 보급 수레 한쪽 바퀴가 축이 어긋나 두 시간을 허비했고, 그 사이 레오는 아무 말 없이 바퀴 아래 어깨를 밀어 넣었다. 카일은 그 옆에서 같이 밀면서 레오의 얼굴을 슬쩍 봤다. 이를 악문 표정이었다. 다리우스를 잃었다는 말을 꺼낸 밤 이후, 레오는 그 이름을 다시 입에 올리지 않았다. 카일도 묻지 않았다. 물을 수가 없었다.

관문은 낡은 돌벽 두 개가 마주 보고 서 있는 형태였다. 북방 변경 도시 특유의 구조였다. 성문이라고 부르기엔 초라하고, 그냥 돌무더기라고 하기엔 군데군데 쇠심이 박혀 있었다. 카일은 선두를 이안 옆에서 걸으며 관문 위쪽을 훑었다. 망루에 병사가 보여야 했다.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관문 사이를 빠져나오면서 흙먼지를 일으켰다. 카일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안이 말 위에서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행렬이 멈췄다.

"깃발."

이안의 목소리가 낮고 짧았다.

카일이 시선을 돌렸을 때, 관문 너머 언덕 위에 붉은 깃발 세 개가 이미 펼쳐져 있었다. 바람을 타고 펄럭이는 깃발이었다. 검은 바탕에 붉은 테두리가 아니라, 붉은 바탕에 검은 기수 문장이었다. 정면으로 세운 것이었다. 도발이었다.

"기수단이 먼저 도착했어."

레오가 말 위에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평탄했다. 그러나 카일은 레오가 고삐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 것을 봤다.

검은 기수단은 스물 남짓이었다. 관문 앞 공터에 말을 세우고 이쪽을 기다리고 있었다. 갑주는 무겁지 않았다. 기동용이었다. 앞쪽에 선 인물 하나가 투구를 벗어 말안장에 걸었다. 사십 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얼굴은 넓고 턱이 방형이었다. 왼쪽 눈 아래에 낡은 흉터 하나가 가로로 그어져 있었다. 그가 천천히 말을 몰아 앞으로 나왔다. 갑주의 쇠 이음새가 움직일 때마다 낮게 삐걱거렸다. 조용한 공터에서 그 소리가 유독 또렷하게 들렸다.

카일의 옆에서 레오의 숨이 한 박자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그라스."

레오가 거의 소리 없이 이름을 뱉었다.

카일은 그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레오의 표정은 알았다. 이를 악문 것도 아니고, 굳어버린 것도 아니었다. 아무 표정이 없었다. 그것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카일은 레오 쪽으로 한 발짝 가까이 섰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호송단장."

그라스가 이안에게 말했다. 목소리는 낮고 느렸다. 서두르는 사람의 말투가 아니었다.

"이 길은 오늘부터 관리가 바뀌었소. 수레를 두고 가면 인원은 통과시켜 드리지."

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말 한 마리가 발굽으로 땅을 긁었다. 흙먼지가 낮게 피어올랐다.

"수레 안에 화물이 있소."

이안이 말했다.

"알고 있소."

그라스가 짧게 웃었다.

"그래서 두고 가라는 거요."

카일은 수레 쪽을 봤다. 천막 안에서 아이들의 기척이 없었다. 조용하라고 미라가 말해뒀을 것이었다. 숨죽이고 있는 것이었다. 카일은 그것을 알면서 다시 그라스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 순간, 그라스의 눈이 카일에게 왔다. 잠깐이었다. 일 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 눈이 카일의 손목 아래쪽을 한 번 훑고 지나갔다. 낙인이 있는 자리였다. 카일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쥐었다.

"비켜라."

이안이 말했다.

그라스는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신호였다.

기수단이 동시에 움직였다.

카일은 생각할 틈이 없었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말에서 뛰어내려 검을 뽑는 동시에 앞쪽에서 달려드는 기수단 병사의 옆구리를 밀어냈다. 갑주에 손이 긁혔다. 아팠다.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수레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두 번째 병사와 부딪혔다. 상대의 검이 카일의 어깨를 스쳤다. 가죽 위였다. 살은 안 닿았다. 카일은 몸을 낮추며 검을 옆으로 흘렸다. 발밑에서 흙이 뭉개졌다. 훈련장 흙과는 달랐다. 더 단단하고 더 미끄러웠다.

그때 그라스가 말에서 내렸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주변이 뒤섞인 난전 속에서도 그의 움직임은 달랐다. 검을 꺼내는 방식이 달랐다. 손목이 아니라 팔꿈치에서 힘이 나오는 방식이었다. 카일은 그것을 봤다. 봤는데 멈출 수가 없었다. 몸이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자세였다. 꿈에서 봤던 것도 아니었다. 훈련 중에 이안이 한 번 보여줬던 것도 아니었다. 카일의 손이, 손목이, 팔의 근육이 그 움직임을 알고 있었다. 언제 배웠는지 모르는 방식으로. 어디서 본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 방식으로.

그라스가 카일에게 왔다.

"어디서 익혔나."

그라스가 말했다. 싸우면서 하는 말이었다. 숨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 자세."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두 번째 공격을 막으면서 발이 뒤로 밀렸다. 흙이 발목까지 패였다. 세 번째, 네 번째. 그라스는 빠르지 않았다. 무거웠다. 검 하나하나에 무게가 실려 있었고, 막을 때마다 팔 전체가 울렸다. 카일의 이가 딱딱 부딪혔다. 손잡이를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레오가 옆에서 기수단 병사 둘을 막으면서 소리쳤다.

"뒤로 가, 카일!"

카일은 뒤로 가지 않았다. 물러서면 그라스가 수레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었다. 그것만큼은 알았다.

그라스의 다섯 번째 공격이 왔을 때, 카일은 막는 대신 옆으로 비켰다. 몸 전체를 틀었다. 팔꿈치에서 나오는 힘의 방향을 읽고, 그 힘이 지나가는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라스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카일의 검이 그라스의 팔 안쪽을 스쳤다. 갑주와 갑주 사이, 가죽이 얇은 자리였다. 피가 나왔는지는 몰랐다. 그라스의 표정이 바뀌지 않았으니까.

그라스가 한 걸음 물러섰다. 처음으로 물러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숨을 고르는 사이, 이안의 목소리가 공터를 가로질렀다.

"후퇴! 관문 안으로!"

기수단 쪽에서도 누군가 호각을 불었다. 그라스가 카일을 한 번 더 봤다. 그 눈이 아까와 달랐다. 흥미였다. 품정이 아니라 다음을 재는 눈이었다.

"다음엔 제대로 하자꾸나."

그라스가 말하고 돌아섰다.

기수단이 물러났다. 관문 안으로 행렬이 들어갔다. 카일은 마지막으로 들어가면서 그라스의 뒷모습을 끝까지 눈으로 쫓았다. 언덕 위의 붉은 깃발이 여전히 펄럭이고 있었다. 내려오지 않았다.

관문 안 마당에 수레가 멈추고, 아이들의 기척이 천막 안에서 다시 살아났다. 미라가 천막 끝을 들어 올려 안을 살폈다. 이안이 말에서 내려 부상자를 확인했다. 병사 하나가 팔을 감싸 쥐고 앉아 있었다. 깊지는 않았다. 이안은 아무 말 없이 붕대를 꺼냈다. 레오는 말 옆에 서서 고삐를 쥔 채 움직이지 않았다.

카일이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라스."

카일이 말했다.

"그 사람 이름이 그라스야?"

레오는 한참 뒤에 대답했다.

"다리우스를 죽인 놈이야."

그것뿐이었다. 레오는 더 말하지 않았다. 카일도 더 묻지 않았다. 관문 마당에 바람이 불었다. 마구간 쪽에서 말 냄새와 젖은 짚 냄새가 함께 흘러왔다. 카일은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그라스의 자세를 막아낸 손이었다. 언제 익혔는지 모르는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던 검이었다. 그 형상이 이제 이름 하나를 얻었다. 그라스. 그러나 그게 전부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붉은 깃발은 아직 언덕 위에 있었다. 내일도 거기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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