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영지 서쪽 끝 보초 자리는 바람이 유독 세게 불어왔다. 언덕 쪽에서 내려오는 바람이라 습기가 없었고, 그 대신 흙먼지를 얼굴에 바로 들이밀었다. 카일은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둠 너머를 살폈다. 잡목 몇 그루와 돌멩이뿐이었다.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불빛이 닿지 않아서 알 수 없었다. 창을 쥔 손이 차가웠다. 가죽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도 쇠 끝의 냉기가 손바닥까지 올라왔다.
야영지 안쪽에서는 간간이 말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마구간 쪽이었다. 젖은 짚 냄새와 말 땀 냄새가 바람에 섞여 흘러왔다. 카일은 그 냄새를 맡으면서 어깨를 한 번 돌렸다. 두 시간째 같은 자리였다. 발바닥이 흙에 눌려 굳어가는 느낌이었다.
"거기 서 있어봤자 기수단 눈에는 먼저 보인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레오였다. 카일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쪽 보초는 끝났을 텐데요."
"잠이 안 온다."
레오는 그렇게 말하면서 카일 옆에 서지 않고 두 걸음 뒤에 멈췄다. 카일은 그 거리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너무 멀고, 무시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였다. 두 사람은 한동안 그 상태로 서 있었다. 바람이 지나갔다. 레오의 외투 자락이 펄럭였다가 가라앉았다.
"서약한 거 들었다."
레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카일의 어깨가 약간 굳었다.
"훈련장에서요?"
"혼자 무릎 꿇는 거 보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나. 새벽 당직이 나 말고도 두 명 더 있었어."
카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 안에 쥔 창끝이 차가웠다. 창피하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 순간이 누군가에게 보였다는 것이 이상하게 가슴 안쪽을 건드렸다. 새벽 훈련장의 흙 냄새, 무릎이 닿던 차가운 지면, 그 감각이 다시 손끝에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웃겼겠군요."
"아니."
레오의 대답은 짧고 건조했다. 카일은 그제야 돌아봤다. 레오는 허리춤에 매달린 가죽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다. 닦다 만 단검이었다. 기름 먹인 헝겊이 손바닥에 놓여 있었고, 레오는 그것으로 단검 날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자려고 눕지 않고 무기를 닦는 사람. 카일은 그 손놀림을 잠깐 봤다가 다시 어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적이 길게 이어졌다. 헝겊이 쇠 위를 문지르는 소리만 낮게 났다. 규칙적이고 느린 소리였다. 잠을 쫓으려는 사람의 손놀림이 아니라, 손을 멈추면 생각이 밀려올까 봐 계속 움직이는 사람의 것처럼 들렸다. 카일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때였다. 레오의 손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카일이 반사적으로 내려다보자, 흙 위에 작은 것이 떨어져 있었다. 견장이었다. 낡아서 끝이 닳은, 검은 천에 붉은 실로 수놓은 문장이 있는 견장. 카일은 그 문장을 알고 있었다. 날개 꺾인 독수리. 검은 기수단의 표식이었다. 불빛이 거기까지 닿지 않았는데도 문양이 눈에 들어왔다. 한 번 본 것은 잊히지 않는 종류의 문양이었다.
레오가 천천히 몸을 굽혀 그것을 주웠다. 손가락이 망설이는 것처럼 한 박자 늦게 움직였다. 카일은 그 손을 봤다. 갑옷 마찰로 굳은 마디, 오래된 흉터 하나가 검지 위에 있었다.
"그게……."
카일이 말을 꺼내다 멈췄다. 레오는 견장을 손 안에 쥐고 일어났다. 표정이 없었다. 그러나 턱 선이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다리우스."
레오가 이름을 말했다. 아무 설명 없이 이름만. 카일은 그 이름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묻지 않았다. 레오가 계속 말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랑 같이 훈련받았어. 낙인은 없었지만 출신이 나빴다. 귀족 서자 중에서도 서자 쪽. 검은 잘 썼어. 나보다 훨씬."
레오는 단검 닦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손이 움직이는 동안 말이 나왔다. 헝겊 소리가 조금 느려졌다.
"검은 기수단이 우리 소대를 쳤을 때, 다리우스가 후위를 맡았다. 나는 앞에 있었고. 소대 절반이 빠져나오는 동안 뒤쪽이 버텼어. 버텼는데……."
말이 거기서 끊겼다. 카일은 기다렸다. 바람이 한 차례 세게 불면서 야영지 쪽 모닥불을 흔들었다. 불빛이 일렁이다가 다시 낮아졌다.
"빠져나오지 못했다. 나만 나왔어."
레오는 그 말을 하면서 시선을 낮췄다. 카일은 그가 견장을 아직 손 안에 쥐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검은 기수단의 표식을 가지고 다니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적의 문장을 품에 넣고 다니는 사람. 복수 때문인지, 기억 때문인지, 카일은 구분할 수 없었다. 어쩌면 둘 다였을 것이다.
"그 견장은요."
카일이 물었다. 레오는 잠깐 침묵했다.
"다리우스 것이었어. 나중에 전장 수습할 때 찾았다. 몸은 못 찾았고."
카일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무릎 꿇고 서약을 세운 새벽이 떠올랐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레오가 그걸 봤다는 것, 그리고 레오가 지금 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았다. 레오가 왜 지금 이 이야기를 꺼냈는지 카일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종류의 말인지는 알았다. 오랫동안 입 밖에 내지 않은 것을 처음으로 꺼낸 사람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날카롭지 않았다. 무거웠다.
"기수단 부장이 직접 지휘했어. 그 전투에서."
레오가 덧붙였다. 카일의 등이 서늘해졌다.
"이름은요."
"모른다. 얼굴만 기억해."
레오는 단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견장은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으로 이야기는 끝난 것 같았다. 레오는 돌아서려다가 멈췄다. 등을 보인 채로 잠깐 서 있었다. 어깨가 평소보다 낮아 보였다.
"낙인 아이들 버리지 않겠다고 했다는 거, 들었어."
"……네."
"그 서약이 네 목숨보다 오래갈 거라고 생각하나."
카일은 대답하기 전에 한 박자 멈췄다.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가 풀렸다.
"오래가야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요."
레오는 짧게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그 소리가 비웃음은 아니었다. 카일은 그 차이를 들었다. 비웃음과 무언가 다른 것의 경계에 있는 소리였다.
"그래."
레오는 그 한 마디만 남기고 천막 쪽으로 걸어갔다. 발소리가 흙 위에서 낮게 났다. 카일은 그 뒷모습을 잠깐 봤다. 어깨가 평소보다 낮아 보였다. 아니면 원래 그랬는데 카일이 처음으로 제대로 본 것일 수도 있었다.
바람이 다시 불었다. 카일은 다시 어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검은 기수단 부장. 레오가 기억하는 얼굴. 그리고 카일의 손이 기억하는, 아직 형체가 없는 검. 두 가지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인지, 카일은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레오의 목소리에서 패배의 냄새가 났고, 그것이 카일 자신의 손 안에 있는 것과 닮아 있다는 감각이 희미하게 남았다.
야영지 불빛이 흔들렸다. 이안의 천막 쪽이었다. 꺼지지 않는 불빛이었다. 카일은 그쪽을 한 번 봤다가 다시 어둠으로 눈을 돌렸다. 보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