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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8화]

지워진 줄 알았던 밤

작성: 2026.05.23 23:32 조회수: 1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자정이 막 넘었을 때 민가온이 문자를 보내왔다. 문장은 짧았다.

'나와 있어요. 서버실.'

마침표까지 찍혀 있었다. 이겸은 수첩을 덮고 재킷을 집어 들었다. 가온이 마침표를 찍는 경우는 흥분했을 때가 아니라 확신했을 때였다.

복도는 조용했다. 이 시각에 사무층을 걷는 사람은 없었다. 이겸의 구두 소리만 천장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이겸은 손목시계를 보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보다 가온이 무엇을 잡았는지가 먼저였다. 버튼 위 숫자가 내려오는 것을 보면서 이겸은 재킷 안쪽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뺐다. 수첩은 거기 있었다. 항상 거기 있었다.

지하 2층 서버실은 낮과 밤이 없는 공간이었다. 팬 소음이 바닥에서부터 올라오고, 형광등은 시간을 모르는 얼굴로 켜져 있었다. 이겸이 카드를 찍고 들어서자 가온이 노트북 두 대를 동시에 열어 두고 의자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있었다. 해진은 그 옆에서 팔짱을 낀 채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이겸이 들어온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서버 팬 소리가 귀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이겸은 문을 닫고 두 사람 뒤로 걸어갔다.

"뭐가 나왔어."

이겸이 먼저 말했다. 가온이 그제야 의자를 돌렸다. 눈 밑이 붉었다. 흥분한 게 아니라 오래 들여다본 눈이었다.

"삭제 처리된 파일이요. 정확히는 삭제 처리가 됐다고 시스템이 표시한 파일이요."

"됐다고 표시됐다는 게 실제로는 안 됐다는 뜻이야?"

"백업 스케줄이 삭제 명령보다 열네 분 빨리 돌았어요. 로그상으론 깨끗하게 지워진 것처럼 보이는데, 야간 자동 백업 사이클 안에 조각이 끼어 있었던 거예요. 누가 삭제를 실행한 사람이 백업 주기를 몰랐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시간을 잘못 계산한 거예요."

가온이 노트북 화면을 이겸 쪽으로 돌렸다. 로그 목록이 펼쳐져 있었다. 이겸은 화면 앞에 서서 날짜 컬럼부터 훑었다. 시선이 한 줄에서 멈췄다. 날짜는 칠 년 전이었다. 이겸은 그 숫자를 보는 순간 숨을 고르게 내쉬었다.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을 들키지 않으려는 동작이었다. 화면 안에 있는 파일 이름은 짧았다. 코드 세 자리, 그리고 이니셜 두 글자. 가온이 이전에 표시해 둔 것과 같은 두 글자였다.

"이니셜 확인은?"

이겸이 물었다. 목소리를 평탄하게 유지하는 데 드는 힘이 있었다.

"발송 코드 기준으로 동일 인물이에요. 수신 서명란에도 같은 이니셜이 들어 있어요. 같은 날짜, 같은 코드 계열, 발신과 수신이 모두 같은 두 글자예요. 이건 설계가 아니면 이렇게 나오기가 어려워요."

가온의 목소리가 한 박자 빨라졌다. 이겸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발신과 수신이 같은 이니셜이라는 것. 그 구조가 무엇을 뜻하는지 이겸은 이미 알고 있었다. 돈이 나간 쪽과 받은 쪽 모두에 같은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양쪽 끝을 모두 쥐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이겸의 손가락이 재킷 안쪽 주머니 방향으로 아주 조금 움직였다가 멈췄다.

해진이 조용히 끼어들었다.

"팀장님, 저 하나 물어봐도 되나요."

이겸이 고개를 들었다. 해진의 표정은 조심스러웠다. 조심스럽다는 건 이미 뭔가를 느꼈다는 뜻이었다.

"물어봐."

"이 이니셜이 가리키는 게 누구인지, 팀장님은 지금 이미 알고 계세요?"

서버실 팬 소음이 한 박자 더 크게 들렸다. 이겸은 해진을 봤다. 해진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 가온은 두 사람 사이를 번갈아 보다가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내렸다. 알아서 빠지는 눈치였다. 이겸은 해진의 눈 안에서 무언가를 읽으려 했다. 추궁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단순한 확인도 아니었다. 해진은 이겸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묻는 게 아니라, 이겸이 어디까지 말할 생각인지를 묻고 있었다.

"단정하긴 이르다."

이겸이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이니셜은 알고 있지만 이 파일의 맥락이 자신이 기억하는 것과 정확히 같은 선인지 아직 확인이 안 됐다. 그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해진이 묻고 싶었던 건 그게 아니라는 걸 이겸도 알았다.

해진은 잠깐 입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인수인계 서류 보셨을 때, 팀장님 표정이 딱 한 번 달라졌었어요.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진은 그 침묵을 무리하게 채우려 하지 않았다. 이겸은 그 점이 오히려 불편했다. 채우지 않는 해진 앞에서 설명을 찾는 자신이 더 분명하게 보였다. 서버 팬 소리가 계속 울렸다. 이겸은 시선을 화면으로 돌렸다. 그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대답이었다.

가온이 의자를 돌리며 끼어들었다.

"일단 파일 복구 가능한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해요. 조각이라서 전체가 살아 있는 게 아니거든요. 헤더랑 마지막 섹션이 남아 있는데, 중간이 날아갔어요. 날짜랑 이니셜은 읽히는데 금액이나 계좌 정보가 들어 있던 부분은 덮여 있어요."

"복구 가능성은."

"오늘 밤 안으로 단정 못 해요. 섹터 단위로 긁어봐야 해요. 시간이 걸려요."

이겸은 화면을 다시 한 번 봤다. 날짜. 이니셜. 코드 세 자리. 이 세 가지가 겹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방향은 있었다. 문제는 방향이 이겸이 이미 알고 있는 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선이 팀 안에서 드러나면 이겸이 어떻게 이것을 먼저 알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려다 더 큰 균열이 생기는 경우를 이겸은 이미 한 번 겪었다. 그 기억이 지금 이 서버실 안에서도 조용히 발목을 잡았다.

"가온, 복구 작업은 계속 해. 중간 결과 나오면 나한테만 먼저 줘. 팀 공유는 내가 판단하고 나서."

"알겠어요."

가온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화면으로 돌아갔다. 해진은 그 말을 듣고 있었다. 이겸과 해진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짧게 마주쳤다. 해진은 이의를 달지 않았다. 이겸은 그게 동의인지 유보인지 아직 읽히지 않았다. 해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시선을 먼저 거뒀다. 그 순서가 이겸에게는 작은 경고처럼 느껴졌다.

서버실을 나오는 복도에서 이겸은 혼자였다. 형광등 빛이 복도 끝까지 이어졌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동안 이겸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했다. 생각이 너무 빨리 가면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겸은 들어서면서 층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닫히는 순간, 이겸은 재킷 안쪽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이니셜. 날짜. 코드 세 자리. 수첩 맨 앞장에는 이미 그 이름이 적혀 있었다. 회귀한 직후 첫날 밤에 써 둔 것이었다. 손으로 눌러 쓴 글자라 종이가 약간 눌려 있었다. 이겸은 그 이름 옆에 숫자 하나를 더 적었다. 오늘 날짜. 그리고 수첩을 덮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이겸은 벽에 등을 기댔다. 천장을 보지 않았다. 그냥 문을 봤다.

해진이 표정을 눈치챘다. 그 사실이 이겸의 발목 어딘가에 조용히 걸렸다. 보호하려는 사람이 먼저 의심하기 시작하는 것. 그 순서가 이겸이 두려워했던 것과 정확히 같은 방향이었다. 알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생에서도 가장 먼저 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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