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 홈 목록 ☰
[S2-9화]

감시망 안의 사람

작성: 2026.05.24 15:42 조회수: 9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오전 열한 시 삼십 분, 감사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먼지를 보여주는 각도였다. 이겸은 창가 자리에 앉아 전날 밤 서버실에서 뽑아 온 출력물을 다시 펼쳤다. 잔존 파일 조각에서 걸린 이니셜—두 글자—이 수첩 안 이름과 겹친다는 사실은 이미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 이름이 가리키는 사람이 지금 이 건물 안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에게 봉투를 들게 한 손이 어디서 뻗어 있는지, 이겸은 아직 잇지 못하고 있었다.

박시우가 오전 열 시에 이겸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은 해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였다. 내용은 짧았다.

'오늘 점심 전에 드릴 게 있습니다. 12층 계단실 쪽이면 좋겠습니다.'

이겸은 그 문자를 읽고 이십 초쯤 화면을 바라봤다. 박시우가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게 반가운 신호인지, 아니면 누군가 박시우를 다시 보낸 것인지, 이겸은 바로 판단하지 않았다. 대신 답장을 보내지 않은 채 외투를 걸쳤다. 사무실 문을 나서기 전에 출력물을 뒤집어 놓았다. 습관이었다.

12층 계단실은 엘리베이터에서 두 개 복도를 꺾어야 나오는 자리였다. 평소 점심 무렵이면 택배 수령 담당자들이 지나치는 통로지만, 그 시간대엔 계단을 쓰는 사람이 드물었다. 이겸이 계단참 문을 밀었을 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형광등이 한쪽만 들어와 있었고, 바닥에는 발자국이 두 방향으로 찍혀 있었다. 이겸은 그것을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오지 않은 것이다. 아니, 오지 못한 것이다. 그 차이가 지금 이겸에게는 전부였다.

열한 시 오 분에 박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 번 울리고 끊겼다. 네 번째는 연결이 됐지만 아무 말도 없었다. 이겸이 먼저 말했다.

"나야. 어디 있어."

수화기 너머로 배경 소음이 잠깐 들렸다가 사라졌다. 박시우의 목소리가 낮고 빠르게 나왔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못 갔습니다."

"왜." "누가 있었어요. 계단 올라오기 전에—제가 봤을 때 이미 있었어요. 봉투 못 가지고 나왔습니다." 이겸은 대답하지 않았다. 박시우가 말을 이었다. "봉투는 제 서랍에 뒀는데, 지금 없어요."

이겸은 전화를 끊고 계단참 문을 다시 밀었다. 복도는 비어 있었다. 택배 카트 하나가 복도 끝에 세워져 있었고, 그 옆에 아무도 없었다. 이겸은 그 카트를 오래 바라봤다. 카트의 바퀴가 살짝 비틀려 있었다. 누군가 최근에 밀고 온 방향이 아니라 끌어당긴 방향이었다. 그 차이를 이겸이 알아챈 것은 전날 밤 서버실에서 로그를 보다가 배송 카트 이동 기록을 눈에 담아 뒀기 때문이었다. 이 층 카트는 오전에 올라오지 않는다. 올라올 이유가 없었다.

카트 손잡이 쪽 금속 봉에 손을 얹었다. 차가웠다. 오래 세워 둔 것이 아니라 최근에 누군가 잡았다가 놓은 온도였다. 이겸은 손을 거뒀다. 봉투가 이 카트를 통해 이동했다면 계단실 아래로 내려갔을 것이다. 지하 주차장이거나 1층 물류 창구. 두 방향 모두 CCTV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이겸은 이미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 그 사각지대를 이용한 쪽이 이겸이었다. 지금은 반대였다.

해진은 이겸이 돌아왔을 때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겸이 외투를 그대로 의자에 걸치는 것을 봤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해진의 질문은 가볍지 않았다. 이겸은 자리에 앉으며 출력물을 덮었다.

"잠깐 위층."

해진이 화면에서 눈을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 "박시우 씨 서랍 비어 있어요. 제가 아까 총무팀 지나오다 봤는데, 열려 있더라고요. 뭔가 찾는 것 같았어요. 당사자는 없었고요." 이겸이 처음으로 해진을 정면으로 봤다. 해진의 눈이 이겸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모르겠어요. 등 보고 지나쳤는데 총무팀 소속은 아닌 것 같았어요."

해진이 잠깐 멈췄다. "팀장님, 박시우 씨한테 연락받으신 거 맞죠?" 이겸은 대답하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진이 묻는 것은 사실 확인이 아니었다. 이겸이 이미 알고 있으면서 움직이고 있다는 확인이었다. 해진은 그것을 알면서도 답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묻는다. 이겸은 그 방식이 어디서 배운 것인지, 이번 생에서는 아직 모른다.

"잠깐 자리 비워."

이겸이 낮게 말했다. 해진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겸이 다시 말했다.

"자료 가지고 가온한테 가. 어제 밤 로그 복구 결과 나왔을 거야. 먼저 받아 와."

해진의 눈이 잠깐 좁아졌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닫았다. 아무 말 없이 나가는 해진의 뒷모습을 이겸은 보지 않았다. 그 침묵이 동의인지 유보인지, 이겸은 이번에도 읽지 못했다.

사무실에 혼자 남자 이겸은 수첩을 꺼냈다. 회귀 첫날 적어 둔 이름들이 페이지 절반쯤을 채우고 있었다. 그 아래 어제 추가한 날짜가 있었다. 이겸은 볼펜으로 한 줄을 더 그었다. 오늘 날짜 아래에 '12층 계단실—봉투 미수령'이라고 썼다. 그리고 그 옆에 작게 물음표를 하나 붙였다. 감시. 박시우가 봉투를 갖고 나오기 전에 서랍이 비어졌다는 것. 그건 박시우가 움직이기 전에 누군가 먼저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이겸이 박시우에게 접근한 경로는 해진 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아니, 몰라야 했다. 이겸은 그 확신이 흔들리는 감각을 느꼈다. 분노가 아니었다. 분노보다 더 조용하고 더 오래가는 것. 설계한 루트 자체가 이미 노출됐을 가능성. 이번 생에서 처음으로 이겸은 자신의 수가 먼저 읽혔다는 느낌을 받았다. 죽기 전 마지막 밤에 느꼈던 것과 온도가 같았다. 그날 밤도 이겸은 자신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고 믿었다.

오후 한 시가 지나 민가온에게서 문자가 왔다.

'복구 결과 일부 나왔어요. 해진 씨 오고 있는데, 팀장님도 오세요. 직접 보셔야 해요.'

이겸은 문자를 두 번 읽었다. 해진이 먼저 결과를 보게 된다. 이겸이 단독으로 먼저 받겠다고 한 것은 어제였다. 지금 그 순서가 바뀌었다. 민가온이 해진을 먼저 부른 것이 실수인지, 해진이 스스로 움직인 것인지, 이겸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결과물 안에 이겸이 이미 알고 있는 이름이 들어 있다면, 해진 앞에서 이겸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가 오늘 이후의 팀을 결정할 것이었다.

이겸은 외투를 다시 집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복도 끝 택배 카트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그 자리였다. 누군가 치우지 않았다. 이겸은 카트 쪽으로 걸어가 바퀴 방향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끌어당긴 방향. 계단실 쪽으로. 봉투가 없어진 방향과 일치했다. 이겸은 카트에서 손을 떼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몰랐던 것은 그 감시가 박시우처럼 작은 이름에까지 닿아 있다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이겸은 혼자였다. 금속 문에 이겸의 얼굴이 흐릿하게 비쳤다. 이겸은 그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시선을 내렸다. 수첩 안의 이름, 오늘 날짜, 물음표 하나. 감시망 안에서 먼저 움직이려 했는데, 이미 그 움직임이 읽혔다면 이겸이 다음에 둬야 할 수는 뭔가. 장승민이 직접 지시한 것인지, 아니면 이미 전략실 안에서 이 선이 그어져 있는 것인지, 아직 확정할 수 없었다. 다만 분명한 건 하나였다. 봉투는 없어졌고, 경로는 노출됐고, 해진은 이미 복구 결과 앞에 앉아 있다. 문이 열렸다. 민가온이 있는 층이었다. 이겸은 발을 내디뎠다.

☰ 전체 회차 목록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