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여섯 시 삼십오 분, 민세온과 강태민, 이재현은 영상보관실 앞 회색 문에 도착했다. 최인서가 그린 지도대로 파란 문 두 개를 지났고, 창문 없는 문 아래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태민은 손잡이를 잡기 전에 세 번 두드렸다. “병동에서 왔습니다. 최인서 씨가 당신 위치를 알려 줬습니다. 문을 열 수 있습니까?”
안쪽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세온은 곧바로 밀지 않았다. 문 아래로 연기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고, 복도 천장도 당장 흔들리지 않았다. 상대가 듣지 못했거나 대답하지 않기로 했을 가능성을 함께 남겼다.
이재현이 환기 덕트 소리를 들었다. 보관실 안쪽 환풍기는 멈췄지만 복도 쪽 배기구는 약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설비함을 열어 문 안의 공기를 완전히 빼낼 수 있는 우회 스위치가 있는지 찾았다.
두 번째로 두드리자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인서 씨는 살아 있나요?”
“병동에서 치료받고 있습니다.” 세온이 답했다. “당신도 나올 수 있습니까. 다쳤다면 필요한 도움을 말해 주세요.”
여성은 문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다. 안쪽 선반이 넘어져 문을 누르고 있고, 손으로 밀면 상자가 쏟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민은 힘으로 열려던 자세를 풀었다.
이재현은 보관실 옆 장비 반입구가 같은 공간으로 이어진다고 기억했다. 반입구는 바닥에서 허리 높이까지 철판으로 막혀 있었고 수동 잠금 두 개가 달려 있었다. 세온은 병동에 경로 변경과 예상 지연을 알렸다.
하린의 응답은 잡음 사이로 들어왔다. “현재 시각 여섯 시 사십 분. 복귀 한계 일곱 시. 넘으면 중단 신호 보내세요.” 그는 구조 성공을 묻지 않고 먼저 시각과 철수 기준을 확인했다.
태민과 재현이 반입구 잠금을 하나씩 풀었다. 두 번째 고리가 휘어 손으로 돌지 않자 재현은 운반 카트 렌치를 썼다. 태민이 철판을 받치고 세온이 안쪽 여성에게 문에서 떨어지라고 알린 뒤 천천히 틈을 열었다.
보관실 안은 종이 상자와 빈 필름 통으로 가득했다. 넘어져 있던 선반이 회색 문을 비스듬히 막았고, 여성은 안쪽 바닥에 젖은 천을 대고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그을음이 묻었지만 의식은 또렷했다.
“밖으로 나가면 어디로 갑니까?” 여성이 물었다.
세온은 안전지대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응급병동으로 돌아갑니다. 서쪽 게이트는 수용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진입을 중단했습니다. 병동도 전력과 산소가 부족합니다. 우리가 아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여성은 최인서의 상태를 다시 물은 뒤 스스로 일어났다. 두 걸음에서 휘청였지만 벽을 짚고 균형을 잡았다. 태민이 팔을 잡으려 하자 괜찮다고 손을 들었고, 세온은 그 선택을 존중하되 바로 뒤에서 넘어질 때 받을 거리를 유지했다.
반입구를 통과하는 순간 위 상자 하나가 미끄러졌다. 이재현이 팔로 막았고 태민이 철판을 더 열어 통로 폭을 만들었다. 누구도 여성을 먼저 끌어당기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속도로 몸을 낮춰 밖으로 나왔다.
여섯 시 오십 분, 세온은 이름을 물었다. 여성은 잠시 침묵하다 본명은 적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가족관계나 주소도 묻지 말아 달라고 했다. 신원을 숨기는 이유를 증명하라는 요구는 하지 않았다.
“호칭은 있어야 서로 부를 수 있습니다.” 세온이 말했다. “원하는 표기가 있습니까. 나중에 바꿔도 됩니다.”
여성은 복도 끝 작은 채광창에 남은 흐린 빛을 봤다. “은별이라고 해 주세요. 지금은 그 이름이면 됩니다.”
세온은 ‘은별, 본인 선택 식별명, 본명 공개 보류’라고 적고 그 문장을 읽어 줬다. 은별은 맞다고 확인했다. 임시 이름이라는 이유로 작은 글씨나 괄호 안에 밀어 넣지 않았다.
태민은 영상보관실 안을 마지막으로 살폈다. 다른 사람은 없고, 반입구와 회색 문 외 출구는 막혀 있었다. 은별도 자기와 최인서 외에는 누구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온은 그 확인 범위와 시각을 적어 막연한 잔류자를 남기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은별이 두 번 기침했다. 세온은 멈춤 신호를 보냈고 재현이 창문 가까운 벽으로 안내했다. 은별은 연기 냄새 때문에 목이 따갑지만 숨이 막히지는 않는다고 했다. 유리에게 정확히 넘길 수 있도록 증상 시작 시각을 물었다.
중앙 복도 바닥이 갑자기 기울어진 곳에서 재현의 이마 상처가 다시 배어 나왔다. 태민은 구조받은 사람이 곧바로 구조자 역할을 한다고 상태를 무시하지 않았다. 거즈를 바꾸고 재현이 계속 걸을 수 있는지 확인했다.
일곱 시 이 분, 네 사람은 병동에 돌아왔다. 최인서는 은별을 보고 숨을 길게 내쉬었고, 은별은 그가 살아 있는 것을 직접 확인한 뒤에야 의자에 앉았다. 약속이 한쪽의 전언으로 끝나지 않았다.
차유리는 은별의 호흡, 체온, 눈과 목 자극, 피부 상처를 확인했다. 연기 노출 가능성은 있었지만 지금 증상만으로 감염이나 중독을 확정할 수 없었다. 깨끗한 물로 눈과 얼굴을 씻고 환기되는 자리에서 재평가하기로 했다.
은별은 의료 기록에도 같은 이름을 써 달라고 했다. 유리는 본명 칸을 억지로 채우지 않고 식별명과 본인 확인 시각을 적었다. 필요한 처치가 신원 공개와 맞바뀌지 않게 했다.
정윤호는 재난안전과 내부 지침 일부를 꺼냈다. 신원 미확인자를 임시 번호로 분리하고 수용 뒤 확인하도록 적힌 문장이었다. 그는 그 문장을 근거로 번호를 붙이려 했던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은별이 종이를 읽고 말했다. “번호가 필요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번호만 남으면 누가 내 말을 들었는지 없어져요.”
윤호는 지침 아래에 ‘본인 선택 호칭 우선, 임시 번호는 중복 방지용 보조’라고 수정안을 적었다. 자기 문서가 명령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읽고 반론할 수 있는 자료가 되게 원장을 바닥에 펼쳤다.
세온은 총원을 계산했다. 출발할 때 아홉 명, 이재현과 조성우, 최인서, 은별이 차례로 합류했다. 아직 누구도 다른 곳에 인계되지 않았으므로 현재 병동과 확인 이동 중 인원은 열세 명이었다.
은별은 원장에 자기 이름이 어디 있는지 직접 확인했다. 박미숙과 박무성, 최병호의 상태도 유리가 허락한 범위에서 들었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로 환자 반응 시각을 읽어 주겠다고 했다.
일곱 시 오 분, 영상보관실 구조 항목은 닫혔다. 최인서 구조, 은별 구조와 합류, 현장 잔류자 없음, 문과 선반 위험 표식 완료. 새 비밀을 남기지 않고 다음 문제는 열세 명의 물과 의료, 이동 방법으로 명확해졌다.
은별은 영상보관실에서 가져온 작은 손전등을 공동 물자 위에 내려놓았다. 자기 것이지만 이동 때 함께 쓰게 하겠다고 했고, 세온은 소유자와 사용 동의를 적었다. 합류한 사람이 가진 물건을 자동으로 빼앗아 공동 재산으로 만들지 않았다.
최인서는 은별이 남아 있던 이유를 대신 설명하지 않았다. 은별은 선반이 문을 누르고 연기 방향을 알 수 없어 움직이지 않았다고 직접 말했다. 구조를 기다린 선택을 겁이나 비협조로 이름 붙이지 않았다.
유리는 은별에게 목과 눈 자극이 심해질 때 알릴 신호를 정했다. 말하기 어려우면 손을 두 번 들고, 호흡이 갑자기 나빠지면 주변 사람이 먼저 환기 구역으로 이동시킨 뒤 이유를 기록한다. 본명 공개 여부와 처치 신호는 완전히 분리했다.
정윤호는 내부 지침 원본을 자기 가방에 다시 넣기 전에 모두가 볼 수 있게 페이지 번호를 적었다. 은별이 제안한 수정은 별도 종이에 두지 않고 지침 사본과 함께 묶었다. 나중에 번호 표기가 다시 사람 이름을 덮지 않도록 반론도 같은 기록으로 남겼다.
세온은 열세 명의 위치를 세 구역으로 나눴다. 의료 구역, 부상 관찰 구역, 통로·설비 확인 구역. 어느 구역도 출입 금지 감금으로 쓰지 않고 이동할 때 다음 확인자에게 알리는 표식으로만 운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