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십칠 분이었다. 처치실 안은 조용했다. 소독약 냄새가 아직 남아 있었고, 비상등 붉은빛이 천장 모서리에서 흔들리다가 다시 붙었다. 차유리는 48번 환자의 산소 마스크 줄을 조정하면서 손가락 끝이 차갑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장갑을 벗은 지 이미 한참이었다. 장갑을 낀 채로는 마스크 줄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이름 모름 환자는 그 옆에서 자발호흡을 유지하고 있었다. 얕았지만 끊기지는 않았다.
유리는 산소통 게이지를 한 번 봤다. 0.08. 어젯밤보다 내려가 있었다. 숫자를 보는 것과 그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유리는 알고 있었다. 두 환자가 이 속도로 산소를 쓰면 여섯 시간 안에 임계점이 온다. 그 계산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은 채로 마스크 줄을 다시 조였다.
소리는 복도 쪽에서 먼저 왔다. 두드리는 소리였다. 주먹이 아니라 손바닥이었다. 힘이 빠진 쪽이 내는 소리였다. 유리는 그것을 알았다. 응급실에서 일하다 보면 문 너머 소리만 듣고도 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된다. 저건 쓰러지기 직전이거나, 아니면 이미 쓰러진 사람이 간신히 올린 손이었다.
"들려요."
하린이 먼저 말했다. 벽에 등을 기대고 태블릿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었는데, 소리가 나자마자 상체를 세웠다. 유리는 대답하지 않고 처치실 문 쪽으로 걸어갔다. 복도 쪽 철문은 잠겨 있었다. 지난밤 계단실 균열이 또 진행됐다는 먼지 냄새가 났을 때, 윤호가 먼저 잠가 두자고 했다. 유리는 그때 반대하지 않았다.
"얼마나 돼요?"
유리가 물었다. 윤호는 명단 종이를 들고 처치실 안쪽 구석에 서 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모릅니다. 복도 쪽은 어젯밤부터 안 봤어요."
사실이었다. 어젯밤 균열 먼지가 내려온 뒤로 복도 쪽 점검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유리는 철문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찬 쇠 감촉이 손바닥에 그대로 박혔다. 잠금쇠 위에 먼지가 얇게 쌓여 있었다. 계단실 쪽에서 내려온 것이었다.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왔다. 이번엔 두 번이었다. 그리고 멈췄다.
"열면 안 돼요."
윤호가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명령이라기보다 기도에 가까운 톤이었다.
"산소가 0.08도 아직 못 버텨요. 거기다 사람이 더 들어오면 공기 자체가……."
"공기 얘기 말고요."
유리가 끊었다.
"지금 저 소리 들으셨어요? 저 사람이 얼마나 남았을 것 같아요?"
윤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리도 그것을 알면서 물었다. 대답을 원해서가 아니라, 그 침묵이 필요했다. 적어도 이 결정이 수치 계산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방 안의 세 사람 모두가 알아야 했다.
하린이 일어섰다.
"몇 명인지 먼저 확인해요. 열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잖아요. 처치실 옆에 작은 환기 창 있었는데."
유리가 하린을 봤다. 그 창은 유리도 기억하고 있었다. 어젯밤 공간을 다시 측량할 때 하린이 먼저 발견한 것이었다. 가로 삼십 센티미터, 세로 이십 센티미터짜리 환기 창. 유리는 그것을 동선 체크 용도로만 생각했었다.
세 사람이 처치실 북쪽 벽으로 이동했다. 환기 창은 철망이 끼워진 채로 잠겨 있었다. 하린이 손전등을 복도 쪽으로 비췄다. 빛이 좁은 철망 사이를 뚫고 나갔다. 복도 바닥에 그림자가 여러 개 생겼다.
복도에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이 아니었다.
유리는 숨을 한 번 뱉었다. 다섯 명이었다. 정확히 세지는 못했다. 비상등이 끊겨 있는 구간이라 실루엣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중 두 명은 앉아 있었다. 한 명은 벽에 기대어 있었다. 나머지는 서 있었는데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서 있는 것과 쓰러지는 것의 중간 어딘가였다. 하린의 손전등 빛이 그쪽으로 닿자 서 있던 사람 하나가 손을 들었다. 반사적인 동작이었다. 눈을 가리려는 것인지,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저 중에 감염자가 있을 수 있어요."
윤호가 말했다. 이번엔 명단을 내려놓고 있었다.
"들이면 우리 환자들이……."
"감염 기준이 뭔데요."
하린이 쏘아붙였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날카로웠다. 스스로도 놀란 것 같았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기침 한 번 하면 감염자예요? 기준이 있어요?"
"하린."
유리가 짧게 불렀다. 하린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눈은 윤호한테서 떼지 않았다.
"맞아요."
유리가 말했다. 윤호 쪽으로였다.
"감염 기준은 지금 우리가 가진 걸로는 확인이 안 돼요. 그러면 다른 기준으로 가야 해요. 저 다섯 명이 여기까지 걸어온 거잖아요. 그 자체가 정보예요."
윤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어떻게 할 겁니까."
"한 명씩 들어요. 처치실 말고 복도 안쪽 공간. 거기서 먼저 상태 확인하고, 이동 가능한 사람은 바로 계단 쪽으로 보내요. 여기서 처치해야 하는 사람만 안으로."
"그 계단 균열이 어젯밤에 또 진행됐어요."
"알아요."
두 사람 사이에 잠깐 공기가 멈췄다. 유리는 윤호의 표정을 읽으려다가 그만뒀다. 윤호가 반대하는 건지, 확인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말해야 한다고 느껴서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윤호는 매뉴얼을 꺼냈다. 지금은 꺼내지 않았다. 그게 변화인지, 피로인지도 알 수 없었다. 유리는 그 판단을 나중으로 미뤘다. 지금은 문이 먼저였다.
무전기가 울렸다.
이번엔 하린이 먼저 움직였다. 무전기를 집어 들고 응답 버튼에 손을 얹었다. 지난 몇 시간 동안 눌러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 누르지 못했던 그 버튼이었다. 유리가 고개를 돌렸다. 윤호도 멈췄다. 처치실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비상등이 한 번 깜박였다가 돌아왔다.
"온—."
잡음 속에서 그 음절이 또 나왔다. 하린이 버튼을 눌렀다.
"여기 응급병동이에요. 들려요?"
정적이었다. 이 초, 삼 초. 잡음만 이어졌다. 하린의 손이 무전기를 꽉 쥐고 있었다. 너무 세게 쥐어서 손가락 마디가 하얘졌다. 유리는 그 손을 봤다. 말하지 않았다.
그때 잡음 사이로 뭔가 들어왔다. 단어가 아니었다. 호흡이었다. 누군가 마이크 앞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러나 잡음이 아니었다. 하린이 유리를 봤다. 유리는 무전기를 봤다. 윤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 사람 모두 그 호흡이 끊기지 않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복도 쪽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시작됐다. 이번엔 세 번이었다. 같은 손바닥 소리였다. 힘이 더 줄어 있었다. 첫 번째 소리보다 확실히 낮았다. 유리는 그 차이를 들었다. 시간이 없었다.
유리는 철문 쪽으로 돌아섰다. 산소통 게이지는 보지 않았다. 어차피 숫자는 알고 있었다. 0.08에서 내려가고 있을 것이었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복도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변하지 않는다. 유리는 두 가지를 동시에 머릿속에 올려놓은 채로 걸었다.
"윤호 씨."
유리가 말했다.
"명단에 여백 있어요?"
윤호가 잠시 명단 종이를 내려다봤다. 매뉴얼을 꺼내지 않았다. 그냥 종이를 봤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다섯 줄이요."
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철문 잠금쇠에 손을 얹었다. 찬 쇠가 또 손바닥에 박혔다. 이번엔 오래 잡고 있었다. 손바닥이 쇠 온도에 익숙해질 때까지. 그게 이 결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열어요."
잠금쇠가 돌아갔다. 소리가 작았다. 그래서 더 분명했다. 무전기는 아직 잡음 속에 호흡을 머금고 있었고, 하린은 그것을 내려놓지 않고 있었다. 철문이 열리면서 복도의 차갑고 탁한 공기가 처치실 안으로 밀려들었다. 소독약 냄새와 섞였다. 유리는 그 공기를 한 번 들이쉬고 복도를 봤다. 다섯 개의 실루엣이 빛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