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이십오 분, 박무성이 연달아 기침하다 상체를 앞으로 접었다. 차유리는 곧바로 등을 두드리지 않고 의식을 확인하고 상체 각도를 높였다. 호흡은 빠르고 얕았으며, 손끝 산소 측정기는 차가운 손 때문에 숫자가 계속 흔들렸다.
유리는 손을 따뜻하게 한 뒤 다른 손가락으로 다시 쟀다. 세 번의 수치가 서로 달라 하나를 정답처럼 쓰지 않았다. 박무성의 말하기 길이, 입술 색, 가슴 움직임, 어지럼을 함께 기록했다. 공업지대 연기 노출 뒤 호흡이 나빠졌다는 본인 진술도 원인 확정과 구분했다.
박미숙의 산소통 압력계는 붉은 구간 바로 위에 있었다. 그녀는 누워 있을 때는 짧게 말할 수 있었지만 몸을 돌리면 숨이 가빠졌다. 같은 산소가 필요한 두 사람처럼 보였지만 수술 후 상태와 폐 손상, 다리 고정이라는 조건은 달랐다.
“누구에게 남은 통을 줄 건지 먼저 고르지 않습니다.” 유리가 말했다. “농축기를 살릴 수 있는지 보고, 통은 이동과 전원 중단에 대비해 남겨요.”
정윤호는 전기가 얼마나 갈지 모른다고 반박했다. 유리는 그 말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발전기 연료와 소비 전력을 확인하지 않은 채 농축기를 계속 켜겠다고도 하지 않았다. 모르는 시간이 사람 하나를 포기할 근거가 되지 않게 필요한 확인을 나눴다.
하린은 배전판 전압 기록을 맡았다. 이재현은 세탁실 뒤 보조 회로가 병동 환기와 같은 분전함에 연결된 것을 기억했다. 오도혁은 발전기실까지 가는 짧은 물류 통로를 안다고 했지만 혼자 열쇠를 쓰지 않기로 했다.
민세온, 강태민, 이재현, 도혁이 발전기실로 향했다. 조성우는 다친 발목을 올린 채 병동에서 산소통 받침과 전선이 움직이지 않게 고정했다. 최병호는 의자에 앉아 박미숙에게 물을 건네며 자기 현기증이 심해지면 바로 말하겠다고 했다.
발전기실 문 앞 바닥에는 기름이 얇게 번져 있었다. 태민이 손전등을 낮춰 누출 경로를 살폈다. 도혁이 성급히 문을 열려 하자 세온이 멈췄다. 환기되지 않은 공간에서 불꽃이 튀면 남은 전원까지 잃을 수 있었다.
이재현은 벽의 수동 환기 레버를 찾았다. 봉쇄 전에 시설팀이 점검하던 방식이라며 위치를 가리켰고, 태민이 레버 축과 외부 배기구를 확인했다. 두 사람이 함께 당기자 천장 덕트에서 막힌 먼지가 쏟아지고 공기가 조금씩 움직였다.
다섯 시 삼십삼 분, 문을 열자 디젤 냄새가 강하게 났다. 바닥의 기름은 연료관이 아니라 윤활유 통이 넘어져 생긴 것이었다. 세온은 눈으로 본 통과 젖은 범위를 기록했다. 연료 누출이 아니라고 단정하지 않고 관 연결부도 확인했다.
발전기 연료계는 사분의 일 아래였고 정확한 운전 시간은 알 수 없었다. 계기의 오차도 확인할 수 없었다. 하린과 무전으로 현재 전압을 맞춰 보니 환기와 농축기, 조명 전부를 계속 켜면 흔들림이 컸다.
태민은 불필요한 복도 조명을 차단하고 환기와 의료 콘센트를 남겼다. 스위치를 내릴 때마다 세온이 회로 이름과 시각을 읽었고 하린이 병동 전압을 답했다. 한 사람이 어둠 속에서 임의로 전원을 끄지 않았다.
다섯 시 사십 분, 산소 농축기 표시등이 안정됐다. 유리는 박무성에게 먼저 마스크를 맞추고 반응을 봤다. 박미숙은 남은 산소통을 낮은 유량으로 유지하되 호흡이 안정되는지 짧은 간격으로 확인했다.
박무성은 숨이 조금 돌아오자 “미숙 씨 것을 뺏은 건 아니죠?”라고 물었다. 유리는 장비 배치를 설명했다. 농축기는 전원이 있는 병동에서 박무성에게, 이동 가능한 통은 박미숙에게 연결했고, 상태가 바뀌면 다시 평가한다고 말했다.
“내가 젊다고 버티라는 것도 아니고, 미숙 씨가 수술했다고 먼저라는 것도 아닙니다.” 유리가 원장을 보여 줬다. “지금 필요한 처치와 장비 조건을 각각 적은 겁니다.”
정윤호는 빈칸에 ‘다음 확인 다섯 시 오십 분’이라고 썼다. 그는 남은 산소량을 한 시간이라고 적으려다 멈추고 압력계 눈금만 기록했다. 사용 유량과 계기 오차를 모르면 시간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유리의 설명을 받아들였다.
그때 병동 환기구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 하린이 즉시 전압 변화를 읽었고, 조성우가 멀티탭 한쪽이 뜨거워진 것을 발견했다. 그는 맨손으로 뽑지 않고 전원 차단을 요청했다.
세온이 무전으로 발전기실 의료 회로를 잠깐 내렸다. 유리는 산소통을 박무성에게 옮길 준비를 했고 박미숙의 호흡을 다시 확인했다. 태민과 이재현이 돌아와 녹은 멀티탭을 분리하고 벽 콘센트에 의료 장비를 나눠 연결했다.
전원이 끊긴 시간은 사십칠 초였다. 하린은 체감으로 ‘잠깐’이라고 쓰지 않고 시작과 복구 시각을 남겼다. 박무성은 그 사이 마스크 없이도 짧은 지시에 반응했고, 유리는 산소통을 실제로 열 필요는 없었다고 기록했다.
다섯 시 오십 분 재평가에서 박무성의 호흡은 완만해졌지만 기침과 피로는 남았다. 박미숙은 안정 시 호흡이 유지됐고 몸을 움직일 때 악화됐다. 둘 다 완치나 안전으로 표시되지 않았다.
최병호의 체온도 다시 쟀다. 열감은 있었으나 측정값은 직전보다 크게 오르지 않았고 물을 마신 뒤 현기증이 조금 줄었다. 유리는 감염과 탈수 어느 쪽도 확정하지 않고 다음 구조 릴레이가 닿으면 의료 인계를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하린은 배전판 옆에 공개 운전표를 붙였다. 켠 장비, 끈 장비, 전압, 확인자, 다음 점검 시각. 누군가 몰래 조명을 켜거나 환기를 끄면 기록과 바로 비교할 수 있었다.
오도혁은 박선묵 거점에 연료가 있다는 말을 꺼냈다가 입을 다물었다. 태민이 이유를 묻자 도혁은 전에 물류를 옮기며 본 적이 있다고만 답했다. 세온은 사실 확인 전의 진술로 원장에 남기고, 단독 연락로를 열지는 않았다.
다섯 시 오십오 분, 처치실에는 낮은 기계음과 사람 숨소리가 함께 이어졌다. 산소는 누군가의 몫으로 정해진 상이 아니었다. 전력과 이동, 증상과 재평가를 연결해 그 순간 필요한 사람에게 닿게 해야 하는 공동 장비였다.
유리는 마지막으로 박미숙과 박무성에게 기록을 읽어 줬다. 두 사람은 자기 상태와 다음 확인 시각을 고쳤고, 원장은 그 수정까지 남겼다. 제한된 산소보다 먼저 바닥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상태를 묻지 않고 한 사람이 결정하는 권한이었다.
세온은 발전기실 열쇠를 도혁에게 돌려주지 않고 하린과 태민이 확인한 봉투에 넣었다. 비상 상황에는 두 사람 가운데 한 명과 병동 의료 담당이 함께 열도록 했다. 길을 아는 사람의 기술은 남겼지만 혼자 전원을 고를 권한은 나눴다.
이재현은 윤활유가 번진 바닥에 흡수포와 모래를 깔았다. 태민은 발화원이 없는지 다시 보고 출입선 밖에 경고 천을 묶었다. 발전기가 돌아간다는 사실에 안심해 미끄럼과 화재 위험을 지우지 않았다.
하린은 십 분마다 전압을 적다가 수치가 같은데도 기계음이 달라진 구간을 표시했다. 계기 하나만 믿지 않고 소리와 냄새, 장비 경고등을 함께 확인하기로 했다. 조성우가 병동에서 그 점검표를 읽어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했다.
박미숙은 산소통 압력 눈금을 직접 보려고 상체를 들었다가 통증으로 멈췄다. 유리는 숫자를 대신 숨기지 않고 눈금을 읽어 주고 다음 교체 조건을 설명했다. 박무성에게도 농축기가 멎을 때 사용할 보조 통 위치와 신호를 알려 줬다.
정윤호는 연료가 얼마나 남았느냐는 질문에 시간을 만들어 답하지 않았다. 현재 눈금, 마지막 확인 시각, 켠 회로를 읽었다.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답은 불안을 없애지 못했지만 거짓 안전 시간을 만들지도 않았다.
여섯 시 직전, 전원과 의료표를 넘겨받을 두 번째 확인자가 정해졌다. 유리가 처치를 하면 은별이 오기 전까지 하린이 시각을 쓰고, 하린이 통신을 맡으면 윤호가 전압표를 읽는다. 한 사람이 쓰러져도 산소와 전원의 판단 근거가 함께 사라지지 않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