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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4화]

산소통이 끝나기 전에 골라야 한다

작성: 2026.05.20 09:56 조회수: 1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새벽 네 시 오십이 분이었다. 차유리는 산소통 옆에 쪼그리고 앉아 게이지를 손전등으로 비추다가 손전등을 껐다. 불빛이 없어도 숫자는 알고 있었다. 0.08이었다. 어젯밤 확인했을 때 0.1이었고, 한 시간 반 전에 0.09였고, 지금은 0.08이었다. 숫자가 줄어드는 속도는 계산보다 빨랐다. 유리는 일어서지 않고 그 자리에서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손가락 끝이 차가웠다.

병동 동쪽 끝 처치실에는 환자가 두 명이었다. 한 명은 48번 남자였다. 세 시간 전 상태 확인에서 자발호흡이 가늘어졌고 산소 마스크를 떼면 입술이 청색으로 변했다. 다른 한 명은 이름 모름이었다. 하린이 명단에 1번을 기입한 그 환자. 의식은 간헐적이었지만 자발호흡이 아직 남아 있었다. 문제는 남은 산소통이 하나라는 것이었다. 두 사람에게 동시에 쓸 수 없었다.

유리가 처치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하린은 이름 모름 환자 발치 쪽 바닥에 앉아 태블릿을 무릎에 올려놓고 있었다. 화면은 꺼져 있었다. 하린이 고개를 들었다.

"게이지요?"

유리는 대답 대신 손전등을 잠깐 켰다가 껐다. 하린이 알아들었다.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름 모름 환자의 흉곽이 얕게 오르내리는 소리만 났다.

"48번 아저씨 지금 자발호흡이요?"

"거의 없어."

하린이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유리는 하린이 뒤이어 뭔가 말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린은 입을 닫았다. 그게 오히려 더 무거웠다. 열여덟 살짜리가 그 침묵을 이미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정윤호가 문틈에 서 있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유리는 몰랐다. 윤호는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문틈에 등을 기댄 채 팔짱을 낀 상태였다. 처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리가 48번 환자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그때서야 윤호가 낮게 말했다.

"명단 얘기, 아직 안 하셨죠."

유리가 멈췄다.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지금 그게 중요해요?"

"지금 해야 중요해질 것 같아서요."

유리는 48번 환자 마스크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윤호를 봤다. 윤호는 팔짱을 풀지 않았지만 눈은 피하지 않았다.

"빈 줄이요. 이름 모름 환자 이동 표시가 없던 거. 제가 뺀 겁니다."

유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윤호가 이어서 말했다.

"뺀 게 아니라, 못 썼어요. 이름을 모르면 행정 절차상 이동 동의 주체가 없어요. 보호자도 없고 신원 확인도 안 됐고. 재난안전과 매뉴얼에서 신원 불명 환자는 이송 우선 대상에서 보류 분류입니다. 제가 만든 기준이 아니에요."

하린이 뒤에서 조용히 일어서는 소리가 났다. 유리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

"그 매뉴얼, 지금 병원 밖 상황이 정상이라는 전제에서 만든 거잖아요."

"알아요."

"그러면요?"

윤호가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말했다.

"그러면 지금 저는 그 기준이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그 기준 말고 다른 기준을 제가 혼자 만들 권한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 말이 처치실 안에 가라앉았다. 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 수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지금 가장 서늘한 것이었다.

유리는 산소통을 48번 환자 쪽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무거웠다. 잔량이 0.08이어도 통 자체의 무게는 같았다. 바닥에서 끄는 소리가 났다. 하린이 다가와 반대쪽 손잡이를 같이 잡았다. 유리가 하린을 한 번 봤다. 하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같이 끌었다.

48번 환자에게 마스크를 다시 연결하고 밸브를 열었을 때, 이름 모름 환자 쪽 방향에서 짧은 숨소리가 났다. 유리가 고개를 돌렸다. 이름 모름 환자의 눈이 반쯤 뜨여 있었다. 의식이 온전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시선이 천장을 향하지 않고 약간 기울어진 방향으로 고정돼 있었다. 유리는 그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잠깐 따라가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벽이었다.

"자발호흡 유지 중이에요. 지금은."

유리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하린이 들었는지 모르겠다는 듯 태블릿을 다시 꺼냈다. 화면이 켜지는 소리가 났다.

"무전기 잡음, 아까보다 주기가 짧아지고 있어요."

하린이 태블릿 화면을 유리 쪽으로 기울였다. 시각 로그였다. 세 시 오십팔 분, 네 시 십이 분, 네 시 삼십 분, 네 시 사십칠 분. 간격이 처음엔 열네 분이었다가 열여덟 분이었다가 다시 열칠 분이었다. 불규칙했지만 끊기지 않았다.

"발신 방향이요?"

"서쪽이요. 게이트 방향인지 그쪽 너머인지는 모르겠어요. 신호가 너무 약해서."

유리가 로그를 다시 봤다. 네 시 사십칠 분이 마지막이었다. 지금 시각은 네 시 오십이 분이었다. 다음 잡음이 올 시간이 가까웠다.

윤호가 그제야 처치실 안으로 들어왔다. 문을 닫았다. 그가 이름 모름 환자 쪽을 잠시 바라보다가 유리에게 말했다.

"이 환자 자발호흡이 떨어지면요."

"그때 가서 결정해요."

"그때까지 기다리면 선택지가 없어요."

유리는 윤호를 봤다. 윤호는 비겁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냥 피로한 표정이었다. 사십 대 남자가 이틀을 거의 못 자고 앉아 있을 때 나오는, 감정이 소진된 얼굴이었다.

"알아요. 그래서 제가 지금 48번한테 산소통 연결한 거예요. 이름 모름 환자가 자발호흡을 유지하는 동안 이 통을 쓰는 거예요. 그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기준이에요."

윤호가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한 번 끄덕이거나 그런 것도 없었다. 그냥 서 있었다. 유리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무전기에서 소리가 났다. 하린이 먼저 반응했다. 태블릿을 옆에 내려놓고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잡음이었다. 처음엔 그냥 잡음처럼 들렸다. 그런데 그 안에 무언가가 있었다. 하린이 무전기를 귀에 바짝 붙였다.

"……온……."

단어가 될 것 같은 음절이 한 번 지나갔다. 세온이라는 이름의 뒷부분 같기도 했고, 그냥 주파수 충돌 같기도 했다. 유리가 하린에게서 무전기를 건네받았다. 잡음만 남았다. 하린이 숨을 참으며 유리를 봤다.

유리는 무전기를 손 안에 쥔 채 한 박자 있었다. 산소통 밸브 소리가 낮게 울렸다. 이름 모름 환자의 흉곽이 가늘게 오르내렸다. 계단실 방향에서 먼지 냄새가 또 났다. 균열이 밤 동안 더 진행됐다는 뜻이었다. 유리는 그 모든 것을 순서대로 계산하면서 무전기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다음 잡음 오면 응답 눌러봐."

하린이 무전기를 다시 받아 들었다. 유리는 처치실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윤호가 비켜섰다. 유리가 문고리를 잡으며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윤호 씨. 이름 모름 환자 이동 칸, 보류 말고 대기로 바꿔요. 매뉴얼 기준 아니라 지금 기준으로."

윤호가 잠시 있다가 말했다.

"네."

그 말은 짧았다. 하지만 어젯밤부터 이 방 안에서 그가 한 말 중에 가장 무거웠다. 유리는 그것을 알면서 문을 열고 나갔다. 복도에는 아직 어둠이 남아 있었고, 산소통 게이지는 0.08에서 멈춰 있지 않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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