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 사십팔 분, 북쪽 구역에서 다시 금속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조금 전 콘크리트가 떨어진 방향과 달리 일정한 간격이었다. 세 번, 멈춤, 다시 세 번. 민세온은 무너지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이 내는 신호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강태민은 바로 뛰어가지 않았다. 처치실에 남을 사람과 돌아올 시각을 먼저 정했다. 차유리는 환자 세 명과 하린 곁에 남고, 세온과 태민, 오도혁, 정윤호가 북쪽 방화문까지 확인하기로 했다.
하린은 손전등 두 개를 건네며 신호를 맞췄다. 짧게 두 번은 통과, 길게 한 번은 중단, 연속 점멸은 즉시 복귀. 태블릿의 시계가 맞는지 윤호의 손목시계와 비교한 뒤 출발 시각을 네 시 오십 분으로 적었다.
북쪽 계단 앞에는 먼지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태민이 방진 마스크를 눌러 쓰고 천장 균열을 비췄다. 콘크리트 조각 사이로 바람이 들어왔고, 바닥에는 병원 운반 카트 바퀴 자국이 반쯤 묻혀 있었다.
“여기 안에 사람 있습니까?” 세온이 외쳤다.
안쪽에서 쉰 목소리가 돌아왔다. “두 명입니다. 문이 안 열립니다.”
방화문은 위쪽 레일이 휘어 바닥에 비스듬히 박혀 있었다. 손잡이를 당기자 금속이 울렸지만 틈은 넓어지지 않았다. 도혁은 옆 설비함에 수동 해제 장치가 있다고 했고, 태민은 그 위치를 직접 확인한 뒤 함께 덮개를 열었다.
수동 체인은 녹이 슬어 한 번에 내려오지 않았다. 윤호가 두 손으로 잡아당기자 손바닥이 미끄러졌다. 세온은 천 조각을 감아 마찰을 만들었고, 태민은 문 아래에 쇠지렛대를 넣었다. 도혁은 혼자 번호를 누르지 않고 배선 표찰을 네 사람이 볼 수 있게 읽었다.
문이 손바닥 너비만큼 들렸을 때 안쪽 사람이 손을 넣었다. 태민이 즉시 멈추라고 소리쳤다. 문이 다시 떨어지면 손목이 잘릴 수 있었다. 그는 부러진 카트 축을 받침으로 밀어 넣고 하중이 걸린 것을 확인한 뒤에야 안쪽에 움직이라고 했다.
먼저 나온 남자는 오른쪽 이마가 찢어져 피가 말라 있었다. 그는 시설 운반원 이재현이라고 이름을 밝혔다. 뒤에는 조성우가 왼쪽 발목을 절며 나왔다. 두 사람은 지하 세탁물 창고에서 물자를 올리다 진동 뒤 방화문에 갇혔다고 말했다.
세온은 곧바로 원장에 넣지 않았다. 두 사람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 다른 동행이 있는지, 지금 질문에 답할 상태인지 확인했다. 재현과 성우는 함께 병동으로 가겠다고 했고, 안쪽에 남은 사람은 없다고 각각 따로 답했다.
태민은 창고 안을 짧게 확인했다. 넘어진 카트 둘, 밀봉된 담요 상자 하나, 빈 생수통, 다른 출구가 막힌 벽. 사람 흔적은 두 사람 외에는 없었다. 그는 확인한 범위까지만 무전으로 알렸다.
다섯 시 한 분, 천장 쪽에서 가루가 쏟아졌다. 받침으로 댄 카트 축이 밀리며 방화문이 다시 내려왔다. 도혁이 안쪽에 남겨 둔 담요 상자를 잡으려 하자 태민이 어깨를 끌어냈다. 물자보다 사람이 먼저 문 밖으로 나와야 했다.
윤호가 뒤로 물러나다 철판에 손등을 긁혔다. 그는 괜찮다고 했지만 세온은 출혈을 확인하고 거즈를 댔다. 윤호는 치료를 받는 동안 이재현에게 이름과 근무 구역을 다시 물었다. 심문처럼 들리지 않도록 자기가 왜 적는지도 설명했다.
이재현은 병원 시설팀 정규 직원이 아니라 봉쇄 직전 남은 운반 계약직이었다. 조성우도 같은 조였고, 둘은 환자용 담요를 올리다 통신이 끊겼다고 했다. 세온은 고용 형태를 구조 우선순위와 연결하지 않고 경로 확인 자료로만 적었다.
돌아가는 길에 조성우의 발목이 꺾였다. 태민과 재현이 양쪽에서 부축하려 했으나 성우는 먼저 멈춤을 요청했다. 차유리에게 보여 주기 전까지 체중을 덜 싣고 카트 손잡이를 지지대로 쓰겠다고 말했다.
세온은 그 선택을 받아들였다. 걷는 속도가 느려졌지만 복귀 시각을 맞추려고 끌지 않았다. 하린이 정한 연속 점멸 신호를 미리 보내 병동 쪽이 지연 원인을 알게 했다.
다섯 시 십 분, 세탁실 통로 끝에서 하린의 빛이 보였다. 하린은 돌아온 사람이 여섯 명이라는 것을 보고 즉시 원장을 펼쳤다. 출발 넷, 구조한 둘. 다친 곳과 자력 이동 여부를 먼저 적고 이름은 두 사람에게 직접 다시 확인받았다.
차유리는 이재현의 이마를 세척했다. 상처는 길었지만 깊지 않았고 의식과 동공 반응에 당장 뚜렷한 이상은 없었다. 그렇다고 괜찮다고 단정하지 않고 두 시간 동안 두통과 구토, 졸림을 관찰하기로 했다.
조성우의 발목은 붓기 시작했으나 모양이 크게 틀어지지는 않았다. 유리는 압박과 냉각, 높이 올리기를 시행하고 자력 보행을 중단시켰다. 정확한 골절 여부는 장비 없이 확인할 수 없다고 기록했다.
박미숙은 담요 상자가 문 안에 남았다는 말을 듣고 아쉬워했지만 누구도 다시 들어가자고 하지 않았다. 이재현은 다른 창고에 같은 규격 담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치는 기억과 현장 확인을 구분해 지도에 점선으로 표시했다.
오도혁은 재현과 성우를 본 적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도 도혁을 모른다고 했다. 그 대답은 신뢰의 증명도 거짓의 증거도 아니었다. 하린은 각자 진술로만 표시하고 서로 대신 확인했다고 쓰지 않았다.
다섯 시 십오 분, 세온은 총원을 다시 셌다. 기존 아홉 명에 이재현과 조성우가 합류해 열한 명. 이동 가능한 사람, 이동 보조가 필요한 사람, 관찰 중인 사람을 별도 칸으로 나눴다. 같은 사람이 상태 변화에 따라 칸을 옮길 수 있게 시각도 붙였다.
이재현은 자기가 들것 운반을 해 왔으니 환자를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유리는 도움을 환영하지만 상처 관찰이 끝나기 전 무거운 들것을 들지는 말라고 했다. 조성우도 앉은 상태에서 고정 줄을 점검하는 일을 맡겠다고 했다.
윤호는 새 이름 둘을 원장 아래쪽에 작게 쓰려 했다가 멈췄다. 그는 기존 이름과 같은 크기로 다시 적었다. 재현이 그 모습을 보고 “우리는 원래 명단에 없었죠?”라고 물었다.
“없었습니다.” 윤호가 대답했다. “그래서 지금 확인한 시각과 경위를 같이 넣습니다. 없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되, 계속 없던 사람처럼 두지도 않겠습니다.”
세온은 구조 경로를 바닥 지도에 추가했다. 북쪽 방화문, 수동 체인, 재진입 금지, 생존자 두 명 구조 완료. 문 안 담요는 미회수라고 끝을 닫았다. 누군가 남았다는 막연한 가능성은 만들지 않았다.
열한 명이 된 병동은 더 넓어지지 않았다. 물과 산소도 늘지 않았다. 그러나 명단의 두 줄은 자원만 소비하는 숫자가 아니었다. 이재현은 설비 운반 경로를 알았고 조성우는 고정 장치를 다룰 줄 알았다. 두 사람의 기술보다 먼저 적힌 것은 이름과 상처, 그리고 함께 움직이겠다는 자기 선택이었다.
하린은 구조에 쓴 수동 체인과 카트 축의 위치를 사진으로 남겼다. 다음 사람이 같은 문을 확인하러 가더라도 녹슨 체인을 맨손으로 잡거나 문 아래로 먼저 기어들지 않게 위험 순서를 적었다. 방화문에는 안팎에서 보이는 붉은 천을 묶었다.
태민은 회수하지 못한 담요 때문에 다시 들어가자는 의견이 나오지 않도록 문 앞에 ‘인명 확인 완료, 물자 미회수, 천장 낙하 위험’이라고 썼다. 물자가 남았다는 사실과 재진입하지 않는 결정을 함께 남겼다.
이재현은 자기 이마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 했지만 두통 질문에 솔직히 답했다. 은별이 합류하기 전까지 하린이 십오 분 간격으로 이름과 장소를 물어 의식 변화를 확인하기로 했다. 조성우는 시간표를 읽어 주며 친구가 잠들면 깨우겠다고 했다.
다섯 시 십팔 분, 북쪽 방화문에서 더 이상 신호가 오지 않았다. 현장 확인과 두 사람의 진술, 내부 수색 범위를 대조해 잔류자를 새로 추정하지 않았다. 구조 항목은 두 명 구조 완료와 재진입 금지로 닫혔고 병동은 다음 의료 문제로 시선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