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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2화]

물 한 모금의 무게

작성: 2026.05.23 23:32 조회수: 13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수요일 오전 열 시 이십 분이었다.

서하는 박 상무실 문 앞에서 잠깐 멈췄다. 복도 끝 형광등 하나가 미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고장 난 건지 원래 그런 건지, 매번 오면서도 확인하지 못했다. 손에 든 파일 끄트머리가 살짝 구겨져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눌렸나 싶어 손바닥으로 한 번 폈다. 딱히 펴지지는 않았다.

박 상무실 안은 생각보다 좁았다. 서하는 들어올 때마다 그 생각을 하는데, 오늘도 그랬다. 파일 캐비닛이 창문 쪽 벽을 절반 넘게 차지하고, 남은 공간에 회의용 테이블이 억지로 끼워 넣어진 모양새였다. 의자는 네 개, 사람은 다섯 명이었다. 서하는 벽 쪽 보조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면서 괜히 파일 끄트머리를 정렬했다. 딱히 정렬할 것도 없었는데.

한재원은 이미 테이블 왼쪽 끝에 앉아 있었다. 서하보다 먼저, 도윤보다 먼저, 아마 오늘 아침 이 방에서 제일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이었다. 그가 가져온 파일은 탁자 위에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표지는 뒤집어져 있었다. 서하는 그 파일을 보지 않으려다 결국 한 번 더 봤다. 코드가 보이지 않았다. 어제 복도에서 잠깐 스쳐 보았던 것과 같은 색 바인더였다.

도윤이 들어온 건 회의 시작 삼 분 전이었다. 자리에 앉으면서 노트를 펼쳤고, 필기구를 꺼내는 손이 조용했다. 서하는 그 손을 보다가 눈을 거뒀다. 회의 전 도윤의 손은 항상 저렇게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오늘은 뭔가 달랐다. 손가락 끝이 노트 가장자리에 살짝 걸쳐진 채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두드리는 것도 아니고 긁는 것도 아닌, 그냥 어딘가 갈 곳을 찾는 것처럼.

"자, 다들 왔으면 시작하죠."

박 상무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그게 서하는 더 신경 쓰였다. 잔뜩 올라간 목소리보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경험상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말을 예고했다. 에어컨 바람이 서하의 목덜미 쪽으로 흘렀다. 창밖은 맑았는데 실내가 이렇게 서늘한 건 항상 이상했다.

박 상무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 침묵이 생각보다 길었다.

"강민주 씨 건."

그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다들 기억하죠?"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기억하지 못할 리 없었다. 세탁소 화재, 오승우와 대리인 교체 시점, 배당 경로 이상. 서하는 지난 몇 주 동안 그 이름 주변을 얼마나 많이 맴돌았는지 생각했다. 강민주. 그 이름이 다시 회의실 공기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뒤통수가 조용히 긴장했다.

"재검토 요청이 올라왔습니다."

박 상무가 말을 이었다.

"위에서요."

"위에서요?"

도윤이 물었다. 목소리가 평평했다. 감정의 기복 없이 딱 그 두 음절만.

"본사 쪽에서 내부 감사 이후에 몇 건 추가 검토 요청이 내려왔어요. 강민주 씨 건이 그중 하나입니다."

박 상무가 한재원 쪽을 잠깐 보며 말했다.

"한 팀장이 지원 형태로 내려온 것도 그 맥락이고."

서하는 숨을 참았다. 지원 형태. 그 단어가 어제부터 마음에 걸렸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박 상무 입으로 직접 들으니 다르게 들렸다. 지원이라고 했지만, 그 안에 다른 역할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처음으로 이름을 얻은 것 같았다.

한재원은 그 말을 들으면서 표정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파일 위에 손을 얹은 채 박 상무를 보고 있었다. 서하는 그 얼굴을 옆에서 슬쩍 확인했다. 놀란 것도 아니고, 당연하다는 것도 아닌 표정이었다. 그냥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사람의 얼굴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다시 보는 건가요?"

도윤이 물었다.

박 상무가 잠시 손을 들어 파일을 집었다. 열지는 않았다.

"배당 시점과 대리인 교체 시점 사이에 문서 누락 여부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가 잠깐 멈췄다—"최초 접수 단계에서 고객 확인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는지."

최초 접수 단계. 서하의 뒤통수가 다시 한 번 조용히 당겼다. 그건 지우가 메모에 써놓은 것과 같은 층위였다. 6개월 공백, 그리고 그 공백이 시작된 지점.

"그럼 기존 담당자 확인도 들어가나요?"

서하가 물었다. 말이 나오고 나서야 자기가 입을 열었다는 걸 알았다.

박 상무가 서하를 봤다. 잠깐이었지만 시선이 정확히 꽂혔다.

"필요하면요. 일단 파일 정리부터."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는 '필요하면'이라는 말을 한 번 더 되뇌었다. 그 말이 문을 닫는 건지 열어두는 건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회의는 삼십 분을 조금 넘겼다. 구체적인 재검토 범위는 다음 주까지 가이드라인이 내려온다고 했고, 그전까지는 기존 파일 정리와 관련 문서 목록 작성이 먼저라는 말로 마무리됐다. 회의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나올 때, 서하는 마지막으로 테이블 위를 한 번 봤다. 한재원의 파일은 그가 들고 나갔다. 오늘 회의 내내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채로.

복도에서 도윤이 서하 옆으로 붙어 걸었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복도 형광등은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서하는 이번에도 그냥 지나쳤다.

"밥 먹었어?"

도윤이 물었다.

"아직요. 열 시 이십 분부터 회의였는데요."

서하가 말했다.

"그렇지."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말이 없다가, "나 긴장했어. 오늘."

서하는 걸음을 조금 늦췄다. 도윤이 그런 말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감사 내내도 없었고, 차진혁 앞에서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건 의외로 꽤 드문 종류의 문장이었다.

"저도요."

서하가 말했다.

도윤은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누르고 나서 손을 빼지 않고 잠깐 그대로 두었다. 버튼이 이미 눌린 걸 알면서도.

서하는 그 손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기보다는, 지금 이 복도에서는 말보다 이 침묵이 더 정확한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소리가 났다.

오후 두 시가 조금 넘었을 때, 서하는 자리로 돌아와 강민주 씨 파일의 기존 목록을 뽑아놓고 한참 앉아 있었다. 프린터가 마지막 장을 뱉어내는 소리가 났고, 사무실은 점심 이후 특유의 나른한 기계음만 남아 있었다. 서하는 목록을 처음부터 훑었다. 배당 시점, 대리인 교체 확인서, 현장 조사 보고서. 순서는 맞았다. 서류 번호도 맞았다.

그런데 최초 접수 단계 칸이 이상했다.

담당자 이름이 없었다. 수정 이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비어 있었다. 칸이 있는데 이름이 없는 것처럼, 처음부터 채워지지 않은 것처럼. 서하는 손가락으로 그 칸을 짚었다. 종이가 약간 눅눅했다. 프린터 잉크 냄새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다른 파일을 꺼내 비교해봤다. 같은 양식, 같은 칸. 거기에는 이름이 있었다. 두 글자, 세 글자, 어떤 건 도장까지 찍혀 있었다. 강민주 씨 파일만 달랐다. 서하는 목록을 다시 처음으로 넘겼다. 혹시 다른 페이지에 있나 싶어서. 없었다.

이게 실수인지, 아니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남겨둔 것인지.

서하는 파일을 닫았다. 오늘 안에 답이 나오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알고 있었다. 다만 그 빈칸이 실수인지, 아니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남겨둔 것인지—그 질문은 오늘 밤 혼자 가져가야 했다. 그리고 내일, 이 질문을 누구에게 먼저 들고 가느냐에 따라 뭔가가 달라질 것 같다는 느낌이, 파일을 서랍에 넣는 순간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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