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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4화]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가장 먼 눈빛

작성: 2026.05.21 23:22 조회수: 15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목요일 저녁 여섯 시, 아르덴 2층 연회장은 조명이 한 단계 낮아져 있었다. 소희가 테이블마다 흰 작약과 유칼립투스를 꽂은 미니 화병을 놓고 다녔고, 창가 쪽 커튼은 반만 열려 있어 5월의 저녁빛이 비스듬히 들어왔다. 서린은 입구 앞에 서서 클립보드를 들여다보는 척 연회장 전체를 훑었다. 테이블 열여섯 개. 좌석 예순여덟. 그중 루셀 측 테이블은 정중앙, 두 번째 줄이었다.

"오늘 자리 배치 최종본이에요."

지민이 태블릿을 들이밀었다.

"강 셰프 자리는 서린 씨 오른쪽. 루셀 박 대표가 직접 요청한 배치예요. 본인들 테이블 기준으로 두 분이 잘 보이는 각도래요."

서린은 태블릿을 받아 들지 않았다.

"잘 보이는 각도."

그 말을 입 안에서 한 번 굴려봤다. 각도. 계산된 자리. 계약서에는 없었던 단어였다.

"루셀 쪽에서 카메라맨도 따로 붙여요?"

"두 명이요. 벽 쪽에 서 있을 거라 눈에 잘 안 띈다고 했는데."

지민이 손가락으로 따옴표를 그렸다.

"자연스러운 순간 포착이래요. 그게 사실 제일 연출하기 어려운 거긴 한데."

"지민아."

서린이 클립보드를 내렸다.

"오늘 도윤 씨한테 따로 연락했어?"

"아침에 시간이랑 드레스코드 문자 보냈어요. 답장은……"

지민이 잠깐 멈췄다.

"'알겠다'고 왔어요. 세 글자."

서린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클립보드 끝을 손가락으로 한 번 톡 두드리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세 글자. 그게 충분한 건지 부족한 건지, 판단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도윤은 이미 와 있었다. 연회장 한쪽 끝, 창가 쪽 빈 테이블 앞에 서서 소희가 꽂아두고 간 작약 한 송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짙은 네이비 재킷에 단추를 끝까지 채운 차림이었는데,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평소 주방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종류의 긴장이었다. 서린이 가까이 가자 그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

"꽃이 오늘 유독 많네요."

도윤이 작약 쪽으로 턱을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소희가 어제 여섯 시간 꽂았어요."

서린이 짧게 답했다.

"자리 확인했어요?"

"확인했어요."

그가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잘 보이는 각도라고요."

서린은 그 말에서 지민과 똑같은 억양을 들었다. 누군가에게서 미리 들었거나, 아니면 그도 혼자 웃기다고 생각했거나. 어느 쪽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두 사람은 잠깐 같은 창밖을 봤다. 5월 저녁의 빛이 유리에 얇게 걸려 있었고, 아래 거리에는 퇴근길 사람들이 우산도 없이 빠르게 걷고 있었다.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이었다.

"들어가요."

서린이 먼저 몸을 돌렸다. 도윤이 한 박자 늦게 따라왔다.

연회가 시작되고 자리가 채워지는 동안, 서린은 루셀 박준혁이 입장하는 것을 봤다. 그는 서린 쪽을 향해 짧게 고개를 숙였고, 테이블에 앉기 전 연회장 전체를 한 번 훑었다. 카메라맨은 벽 쪽에 두 명이 서 있었다. 공식 촬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스냅이라고 했지만, 서린의 눈엔 카메라 렌즈가 자꾸 자기 테이블 쪽을 향하는 게 보였다. 렌즈가 움직일 때마다 등 뒤가 살짝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이게 계약 조건이라는 걸 알면서도, 알기 때문에 더 불편했다.

도윤은 저녁 내내 서린 오른쪽에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가장 가까이 앉아 있는 사람인데 시선이 한 번도 제대로 맞지 않았다. 그는 잔을 들고 건배에 응했고, 옆 테이블 인사에 웃음으로 답했고, 지민이 다가와 속삭이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서린 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그 시선이 살짝 빗나갔다. 눈이 아니라 귀 쪽, 혹은 어깨 위 허공. 서린은 세 번째 그 패턴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게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왜 자꾸 저 안 보는 거예요."

서린이 낮게 말했다. 물을 마시는 척 잔을 들면서.

도윤이 잠깐 굳었다. 그러고는 이번엔 제대로 서린을 봤다. 직접.

"보고 있었는데요."

"아니었어요."

두 사람 사이에 짧은 침묵이 생겼다. 멀리서 누군가 건배를 제안하는 소리가 들렸고,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회장을 가로질렀다. 서린은 잔을 내려놓으면서 손끝이 테이블 모서리에 닿는 걸 느꼈다. 차가웠다.

"카메라가 많아서요."

도윤이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설명이라기보다는 고백에 가까운 말투였다.

"자연스러운 척 보이려고 하면 더 어색해지는 거 알잖아요."

서린은 그 말의 의미를 한 박자 늦게 받아들였다. 그가 어색한 건 카메라 때문이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워야 하는 상황 자체 때문이라는 것. 그러니까, 이 자리가 불편한 게 서린과 같은 이유라는 것.

"그럼 그냥 저 보지 말고 음식 보세요."

서린이 앞을 보며 말했다.

"어차피 셰프잖아요."

도윤이 웃었다. 소리 없이, 입 꼬리만 한쪽으로. 그 웃음이 서린의 시야 끝에 걸렸다가 사라졌다.

연회 중반, 서린은 자리를 잠깐 비웠다. 홀 매니저 박 과장에게 세팅 확인을 받아야 했다. 연회장 밖 복도로 나와 박 과장과 두 마디 나누고 돌아서는데, 엘리베이터 쪽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서린은 처음엔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루엣이 걸음을 멈추지 않고 이쪽으로 걸어왔다.

차우진이었다.

짙은 회색 수트에 라펠 핀 하나. 그는 서린을 보자마자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걸어왔다. 마치 오늘 여기서 마주칠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서린은 클립보드를 옆구리에 끼면서 자신이 반 걸음 뒤로 물러섰다는 걸 나중에야 알아챘다.

"아르덴 초대장은 못 받았는데."

그가 서린 앞에 서며 말했다.

"근처에 일이 있었어요."

"우연이라고요."

서린이 말했다.

"우연치고는 타이밍이 좋죠."

차우진이 연회장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유리문 너머로 루셀 테이블이 보였다. 박준혁과 도윤이 같은 프레임 안에 있었다.

"루셀이 아르덴에 들어온 거, 좋은 신호라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진심으로."

"그 말이 왜 지금 들리는지 모르겠어요."

서린이 그를 똑바로 봤다.

차우진은 잠깐 웃었다. 온도가 없는 웃음이었다.

"나중에 얘기해요. 오늘은 그냥 지나치는 길이니까."

그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다가 한 번 더 말했다.

"강 셰프, 요즘 잘 지내는 것 같던데."

그 말이 복도에 남았다. 서린은 차우진의 등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그 한마디가 단순한 안부인지 확인인지 구분하려 했다. 구분이 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나서도 서린은 그 자리에 잠깐 서 있었다. 복도가 조용했다. 연회장 안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가 유리문 너머로 희미하게 들렸다.

연회장으로 돌아왔을 때 도윤이 서린 쪽을 보고 있었다. 이번엔 빗나가지 않은 시선으로. 서린이 자리에 앉자 그가 낮게 물었다.

"누구 만났어요?"

"아무도요."

서린이 냅킨을 집으며 말했다. 거짓말이 입에서 나오는 데 반 박자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반 박자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졌다. 냅킨을 무릎 위에 펼치는 손이 평소보다 조금 느렸다.

도윤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잔을 들었다. 서린 쪽으로 살짝 기울이지 않은 채로. 그 각도가 아까 빗나갔던 시선과 비슷한 방향이었다. 서린은 그걸 보면서, 그가 믿었는지 믿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더 불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연회가 끝나고 손님들이 빠져나갈 무렵, 지민이 서린 곁으로 와서 태블릿을 들이밀었다. 오늘 행사 중 찍힌 스냅 컷 몇 장이었다. 서린과 도윤이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 두 사람 모두 카메라를 보지 않았고, 그래서 오히려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 루셀이 원하던 그림이었다.

"잘 나왔죠?"

지민이 태블릿을 도로 당기며 말했다.

"근데 서린 씨, 아까 복도에서 누구 만난 거 아니에요? 도윤 씨가 계속 입구 쪽 보고 있었거든요."

서린은 태블릿 화면에 남아 있는 사진을 한 번 더 봤다. 가장 자연스러운 사진 속에서 두 사람은 가장 먼 곳을 보고 있었다. 나란히 앉아서. 도윤이 입구 쪽을 보고 있었다는 말이 귀 안에서 한 번 더 울렸다. 그가 경계하고 있었던 건지,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서린은 그 질문을 오늘 밤 안에 꺼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꺼내지 않는 것이 편한 건지 불편한 건지 아직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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