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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7화]

감사팀 공기, 먼저 끊긴 쪽

작성: 2026.04.13 11:30 조회수: 33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오전 열한 시 삼십 분, 내부감사팀 사무실에는 프린터 열기만 돌고 있었다. 창문 너머 하늘이 희뿌옇게 낮았고, 형광등 하나가 오 분에 한 번꼴로 미세하게 깜빡였다. 아무도 신청하지 않은 형광등 교체였다. 사무실에는 그런 것들이 쌓여 있었다. 고쳐달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것들.

이겸은 출근하자마자 책상 서랍을 열어 수첩을 꺼냈다. 어젯밤 적어둔 숫자열을 다시 한 번 눈으로 훑었다. TJ-0394. 해진이 정리한 비교표 두 번째 줄에서 처음 발견했고, 예전 생에서 장부 조각에서 봤던 번호와 자릿수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계열사 거래 코드인지 내부 용역 번호인지 구분이 안 됐었다. 이번 생에서 다시 보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 번호가 어디서 출발했는지가 문제였다. 이겸은 수첩을 닫고 서랍에 넣었다. 민가온이 오기로 한 시간은 열한 시였다.

삼십 분이 흘렀다. 이겸은 그 시간 동안 커피를 한 잔 끓였다. 탕비실 전자레인지 위에 누군가 올려둔 종이컵 꾸러미에서 컵 하나를 뽑았다. 커피는 자판기 원두가 아니라 인스턴트였다. 포장지에 적힌 유통기한이 두 달 전이었다. 이겸은 그걸 알면서도 타서 마셨다. 팀 예산이 줄어든 건 작년 하반기부터였다. 예전 생에서도 그랬다. 줄어드는 순서가 항상 비품부터였다.

해진은 자기 자리에서 모니터를 보는 척했지만 화면을 실제로 읽고 있지는 않았다. 이겸은 그걸 알았고, 해진도 이겸이 알고 있다는 걸 알았다. 둘 다 말하지 않았다. 해진이 어제 비교표를 넘겼을 때 이겸이 보인 반응이 해진의 머릿속에 아직 남아 있었다. 표정이 없었다. 고맙다는 말도 없었다. 그냥 받아서 수첩에 옮겨 적고 서랍을 닫았다. 해진은 그 침묵이 어느 쪽인지 지금도 몰랐다.

민가온은 삼십 분 늦게 왔다. 이겸의 책상 맞은편 의자에 앉을 때 등이 의자에 천천히 닿았다. 오래 앉아 있던 사람처럼 보였지만 두 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했다.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무릎 위에 올린 채였다. 이겸은 그 가방의 위치를 한 번 봤다. 아직 결정하지 않은 사람의 자세였다. 해진은 이겸의 책상 왼쪽에 서 있었다. 앉지 않았다. 민가온이 들어왔을 때부터였고, 이겸이 앉으라고 말하지 않았다.

"전략실에서 요청한 코드명 목록입니다."

민가온이 먼저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서류를 꺼내지 않고 말로만 시작했다.

"파일로는 드리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보여드리고 가져가겠습니다."

이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하지 않았다. 민가온이 가방을 열었다. A4 두 장짜리 출력물이었다. 이겸 쪽으로 밀었다. 이겸은 종이를 집어 들지 않고 책상 위에 놓인 채로 읽었다. 해진이 자기 자리에서 목을 약간 늘였다. 이겸이 종이를 살짝 기울여 해진 쪽으로 각도를 맞췄다. 아주 작은 동작이었지만 의도는 분명했다.

해진의 시선이 종이 위를 훑었다. 두 번째 줄에서 멈췄다. 손가락이 책상 모서리를 잡았다. 이겸은 그 손을 보지 않았다.

"이거."

해진이 말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가 다시 붙었다.

"제가 정리한 비교표에 있던 건데요."

민가온이 해진을 봤다. 이겸도 해진을 봤다. 해진은 두 사람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겸은 그 버티는 방식이 낯설지 않았다. 예전 생에서 자신도 그렇게 버텼던 적이 있었다. 시선을 피하면 진 것 같아서.

"숫자열 맞습니다."

민가온이 말했다.

"제가 전략실에서 받은 요청 코드 중 두 번째 항목이에요. TJ-0394. 이걸 받았을 때 출처를 물었더니 내부감사팀 사원 윤해진 씨 이름으로 온 메일이라고 했습니다."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프린터가 대기 모드로 전환되는 소리가 났다. 형광등이 한 번 깜빡였다. 이겸은 종이를 보고 있었다. 표정이 없었다. 그 표정 없음이 해진에게는 어떤 설명보다 많은 걸 말해주는 것 같았는데, 그게 안심인지 경계인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다.

"저는 민가온 씨한테 메일 보낸 적 없습니다."

해진이 말했다. 이겸한테 하는 말인지 민가온한테 하는 말인지 불분명했다. 목소리는 또렷했지만 손이 책상 모서리를 더 세게 잡고 있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민가온이 말했다. 이번에는 빠르게 말했다.

"메일 헤더 봤는데 발신 서버가 달랐어요. 내부감사팀 도메인이긴 한데 개인 계정이 아니라 공용 계정에서 보낸 거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엔 공식 요청인 줄 알았는데."

이겸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공용 계정."

그게 전부였다.

민가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팀 공용 메일 계정입니다. 제가 전략실 연락을 받기 전에 이미 그쪽에서 먼저 저한테 접촉했던 거예요. 저는 두 군데서 동시에 요청을 받은 셈이었고, 전략실 쪽이 먼저였습니다."

이겸은 종이를 한 번 더 읽었다. TJ-0394. 예전 생에서 이 코드명을 처음 본 건 장부 조각이었다. 그때는 계열사 거래 코드인지 내부 용역 번호인지 구분이 안 됐었다. 이번 생에서 해진이 정리한 비교표에 같은 숫자열이 들어 있다는 걸 이겸은 어제 확인했다. 그리고 지금 민가온의 출력물에서 또 한 번 나타났다. 세 번이었다. 세 군데에서 같은 번호가 나왔다는 건 이게 실수로 만들어진 숫자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보고서는 제출하지 않으셨죠."

이겸이 말했다. 확인하는 말투였다.

"네."

민가온이 답했다.

"완료 보고서 초안은 있습니다. 근데 거기 이름이 하나 들어가 있어요. 제가 확신이 없어서 멈췄습니다."

해진이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 이겸은 그쪽을 보지 않았다. 창 너머 하늘이 여전히 희뿌옇게 낮았다. 이겸은 그 색을 보면서 민가온이 멈춘 이유를 가늠했다. 확신이 없어서라고 했지만, 확신이 없는 사람은 보통 이름을 초안에 적지 않는다. 적어놓고 멈춘 거라면 이유가 달랐다.

"그 이름을 지금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이겸이 물었다.

민가온이 잠시 이겸을 봤다. 그리고 해진을 봤다. 그리고 다시 이겸을 봤다.

"오늘은 어렵습니다."

민가온이 말했다.

"제가 여기 온 건 TJ-0394 출처를 확인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보고서 안에 뭐가 있는지는 제가 좀 더 확인하고 나서 판단하겠습니다."

이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촉하지 않았다. 민가온이 종이를 회수했다. 가방에 넣고 무릎 위에 다시 올렸다. 일어설 준비가 된 자세였다.

"공용 계정 접근 기록은 제가 확인해 두겠습니다."

이겸이 말했다. 민가온이 서 있는 방향을 보면서 말했지만 실제로는 해진에게 하는 말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민가온이 일어났다. 가방 끈을 고쳐 잡으면서 해진을 한 번 더 봤다.

"메일 보낸 거 본인 아니죠?"

해진에게 직접 묻는 말이었다. 확인이 아니라 확인해주는 말이었다.

"아닙니다."

해진이 답했다.

민가온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사무실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잠금이 걸리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것과 비슷한 무게가 남았다.

사무실에 두 사람만 남았다. 해진은 여전히 서 있었다. 이겸은 종이가 있던 자리를 보고 있었다. 이제 종이는 없었다. 책상 위에 아무것도 없는데 이겸의 시선은 거기 고정되어 있었다. 해진은 그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것 같았고, 그래서 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부장님."

해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였다.

"공용 계정 비밀번호는 팀원 다 알잖아요. 그거 제 이름으로 보낸 사람이 팀 안에 있다는 뜻이에요?"

이겸이 해진을 봤다. 대답을 고르는 시간이 짧았다.

"확인하기 전까진 모르는 거야."

이겸이 말했다.

해진이 이겸의 눈을 봤다. 이겸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둘 다 말을 멈췄다. 프린터가 다시 깨어났다. 누군가 다른 자리에서 출력을 걸었다.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사무실 안을 채웠다가 사라졌다.

해진이 자리에 앉았다. 모니터를 켰다. 손이 키보드 위에 올라갔지만 바로 치지는 않았다. 손끝이 키 위에 얹힌 채로 멈춰 있었다. 이겸은 그 손을 봤다. 멈춰 있는 손이 말보다 더 많은 걸 드러낼 때가 있었다. 지금이 그랬다.

이겸은 서랍을 열었다. 수첩을 꺼냈다. TJ-0394 아래에 짧게 적었다. 공용 계정. 발신 서버 확인 필요. 보고서 안의 이름. 펜을 내려놓으면서 이겸은 그 이름이 자신이 아는 사람일 가능성을 먼저 계산했다. 예전 생에서 틀린 적이 있었다. 확신이 선 순간에. 그래서 이번에는 확신이 서도 한 번 더 멈추기로 했다.

아직 보이지 않는 이름 하나가 이 사무실 안 어딘가에 있었다. 민가온이 멈춘 이유가 거기 있었다. 그리고 그 이름이 공개되는 순간, 이겸이 지금까지 쌓아온 수순 중 하나가 통째로 꺾일 수도 있었다. 이겸은 그 가능성을 수첩 여백에 적지 않았다. 적어두면 현실이 되는 것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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