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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8화]

공용 계정, 이름 없는 손

작성: 2026.04.17 12:18 조회수: 3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오후 두 시 사십 분, 내부감사팀 사무실에는 사람이 셋뿐이었다. 나머지는 현장 점검이라는 명목으로 빠졌고, 팀장 자리는 오전부터 비어 있었다. 프린터는 아무것도 출력하지 않으면서도 열을 내고 있었다. 이겸은 그 소리를 들으며 모니터 두 개를 나란히 켜 두었다. 왼쪽은 공문 관리 시스템, 오른쪽은 감사팀 공용 계정 로그인 화면이었다.

로그인 버튼을 누르기 전에 잠깐 멈췄다. 손가락이 마우스 위에 얹힌 채로 반 초가 지났다. 판을 모르면 이름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이름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 이름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게 지금 이 순간 가장 불편한 진실이었다. 이겸은 클릭했다.

접근 기록은 화면 하단에 표 형태로 열렸다. 날짜, 접속 IP, 계정명, 발신 이력. 이겸의 시선이 빠르게 아래로 내려갔다. 민가온에게 해진 이름으로 메일이 발송된 날짜를 기준으로 전후 사흘치를 먼저 확인했다. 그런데 해당 날짜 항목에 계정명 칸이 비어 있었다. 공란이 아니었다. 삭제 처리된 흔적이었다. 시스템 메시지가 한 줄 달려 있었다.

'관리자 권한으로 초기화됨.'

이겸은 화면에서 시선을 들지 않았다. 숨을 내뱉는 속도만 조금 달라졌다. 관리자 권한. 감사팀 공용 계정의 관리자는 팀장 아니면 IT 총괄이었다. 팀장은 오전부터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IT 총괄은 이 팀 소속이 아니었다.

"부장님."

해진이 옆 자리에서 들어왔다. 손에 A4 두 장을 들고 있었다. 인쇄 잉크 냄새가 아직 날 것 같은 종이였다.

"민가온 씨한테 온 메일 원본이요. 제가 직접 캡처 요청했습니다. 수신 헤더까지 포함해서요."

이겸이 종이를 받았다. 발신 주소는 감사팀 공용 계정이 맞았다. 수신 헤더에는 발송 서버 경로가 기재되어 있었고, 경로 중간에 내부망 릴레이 서버 주소 하나가 찍혀 있었다. 이겸은 그 주소를 두 번 읽었다. 외부 경유가 아니었다. 순수하게 태성 내부에서 보낸 메일이었다.

"초기화 기록 봤어요?"

이겸이 물었다.

"네. 저도 방금 봤습니다."

해진의 목소리는 낮았다. 화가 난 것도, 놀란 것도 아닌, 이미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이겸은 그 목소리의 질감을 기억해 두었다. 예전 생에서 해진이 책임을 뒤집어쓰기 직전에도 저런 목소리를 냈었다.

"민가온 씨는요?"

"회의실에 있어요. 부장님 보자고 했습니다."

이겸은 모니터를 끄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실 문을 열었을 때 민가온은 노트북을 펼쳐 놓고 앉아 있었다. 자판 위에 손을 올린 채 화면을 보는 자세였는데, 이겸이 들어오자 노트북 화면을 살짝 눕혔다.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그 각도가 의도인지 습관인지 이겸은 판단을 미뤘다.

"기다리셨어요."

민가온이 말했다. 이겸은 의자를 당겨 앉으며 대답했다.

"보고서 얘기 하러 오신 거죠?"

민가온이 잠깐 손가락을 멈췄다.

"초안에 이름 하나를 넣었는데."

이겸이 기다렸다. 재촉하지 않았다.

"전략실이 요청한 삭제 이력 목록이요. 거기서 추출한 접근자 이름이 TJ-0394 코드명이랑 묶여서 나왔는데. 그 이름이 감사팀 소속이에요."

사무실 바깥에서 프린터가 한 번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자동 출력을 걸어 놓은 모양이었다.

"감사팀 누구요."

"그게."

민가온이 노트북 화면을 조금 더 눕혔다.

"이름이 두 개 나왔어요. 한 명은 부장님이고 한 명은 저도 모르는 사람이에요. 팀 소속은 맞는데 현재 재직 여부가 확인이 안 됐어요. 그래서 제출을 못 했습니다."

이겸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이 나왔다는 말에도, 두 번째 이름이 불명확하다는 말에도. 하지만 손은 테이블 위에서 아주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전략실이 그 목록 요청한 게 언제예요."

"사흘 전이요. 공용 계정에서 메일 받기 전날이었습니다."

이겸은 그 순서를 머릿속에서 다시 배열했다. 전략실이 먼저 요청했고, 그 다음 날 공용 계정에서 해진 이름으로 민가온에게 접촉이 갔다. 전략실은 이겸이 민가온에게 접근하기 전에 이미 경로를 하나 더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그 경로 위에 해진의 이름을 올렸다.

"그 보고서 초안, 지금 어디 있어요."

"저한테 있어요. 전략실에는 아직 안 넘겼습니다."

"계속 갖고 계세요."

민가온이 이겸을 봤다. 요청인지 지시인지 판단하는 눈이었다.

"전략실이 다시 연락 오면요."

"왔을 때 저한테 먼저 알려주세요. 그거면 됩니다."

민가온이 잠시 노트북 화면을 다시 세웠다. 그러더니 무언가를 클릭했다.

"한 가지만요."

민가온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부장님 이름이 그 목록에 있다는 게, 부장님이 TJ-0394에 접근했다는 건지, 아니면 누군가 부장님 이름을 거기다 심었다는 건지, 저는 아직 못 가리고 있어요. 그래서 못 낸 거기도 하고요."

이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무게를 가졌다. 민가온은 더 묻지 않았다.

회의실에서 나왔을 때 해진이 사무실 입구 쪽에 서 있었다. 이겸과 눈이 마주쳤고, 해진이 먼저 말했다.

"두 번째 이름이요."

이겸이 걸음을 멈췄다.

"민가온 씨가 저한테도 말했어요. 재직 여부 불명이라고. 근데 팀 소속은 맞는다고 했잖아요. 현재 팀 기준인지, 아니면 과거 소속 기준인지, 그게 다르면 이름도 달라지거든요."

이겸은 해진을 잠깐 바라봤다. 예상보다 한 박자 빠른 지점을 짚고 있었다.

"확인해봐요. 감사팀 최근 삼 년 인사 이동 내역이요."

"이미 뽑았어요."

해진이 손에 든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겸이 받아서 훑었다. 중간쯤에서 눈이 멈췄다. 이름 하나가 굵게 표시되어 있었다. 해진이 직접 마커로 칠한 흔적이었다. 이겸이 아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팀에 없는 이름이기도 했다.

이겸은 종이를 접었다. 접은 종이를 상의 안주머니에 넣었다. 해진이 그 동작을 지켜봤다.

"부장님."

"응."

"이 이름, 알고 계셨어요?"

이겸은 대답하는 데 딱 한 박자 걸렸다.

"몰랐어."

짧은 대답이었다. 사실이기도 했고, 사실이 아니기도 했다. 이겸이 몰랐던 건 그 이름이 목록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 이름 자체는 알았다. 하지만 그 구분을 해진에게 설명할 방법이 아직 없었다.

해진은 더 묻지 않았다. 그것도 이겸이 기억하는 해진의 방식이었다. 그래서 더 불편했다.

사무실로 돌아온 이겸은 모니터를 다시 켰다. 공용 계정 접근 기록 화면이 그대로 열려 있었다. 초기화된 날짜 항목을 다시 봤다. 관리자 권한으로 지운 손이 있다는 건 분명했다. 그 손이 팀 안에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 손이 이겸의 이름을 TJ-0394 목록에 올릴 만한 위치에 있다는 것도.

이겸은 수첩을 꺼냈다. 날짜를 적었다. 그 아래에 이름을 적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이름이었기 때문에 물음표를 하나 더 달았다. 그리고 그 줄 아래에 짧게 한 줄을 더 썼다.

'초기화한 사람과 이름을 심은 사람이 같은가.'

프린터가 다시 한 번 돌아갔다. 이번엔 실제로 무언가가 출력되는 소리였다. 이겸은 그 소리를 들으며 수첩을 덮었다. 모른다는 것이 위험이고, 안다는 것이 표적이 된다는 것을 이 생에서도 다시 배우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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