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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9화]

두 번째 이름, 먼저 알았던 얼굴

작성: 2026.04.18 18:19 조회수: 118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오후 세 시가 넘도록 팀장 자리는 비어 있었다. 이겸은 그 빈자리를 두 번 쳐다봤다. 처음엔 습관처럼, 두 번째엔 계산하듯이. 팀장 강인호가 오전부터 자리를 비운 날은 이번 달만 해도 세 번이었다. 오늘은 그중 가장 긴 날이었다.

이겸은 자기 모니터를 켜 둔 채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았다. 화면 보호기가 돌아가기 시작할 때까지 그냥 앉아 있었다. 강인호의 빈 의자 위에는 재킷이 걸려 있었다. 걸어 두고 나간 것이었다. 자리를 비운 게 아니라 잠깐 자리를 옮긴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오래된 버릇이었다. 이겸은 그 버릇을 예전 생에서도 알고 있었다. 그때는 그냥 넘겼다.

민가온이 들어온 건 세 시 십오 분이었다. 노트북을 겨드랑이에 끼고, 출입문을 닫는 소리를 최대한 줄이면서 들어왔다. 이겸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반쯤 접은 채 기다렸다. 해진은 이미 프린터 옆 보조 테이블에 서 있었다. 출력된 두 장을 번갈아 보는 눈이 조용했다. 사무실에 있는 사람은 셋뿐이었다. 프린터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간헐적으로 열을 내뿜었다. 그 소리가 침묵의 박자를 채워 주고 있었다.

"두 번째 이름이요."

민가온이 노트북 화면을 다시 열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 잠깐 머물렀다가 내려왔다.

"TJ-0394 접근자 목록에 올라온 두 번째 이름, 부장님이 아는 사람일 수 있어요."

이겸은 대답하지 않았다. 민가온이 화면을 이쪽으로 돌렸다. 이름 석 자가 또렷하게 보였다. 박재현. 전 내부감사팀 소속이라는 표기가 괄호 안에 달려 있었다.

이겸의 눈이 그 이름 위에서 멈췄다. 멈춘 건 삼 초였지만, 그 삼 초 안에서 이겸은 꽤 많은 것을 복기했다. 예전 생의 박재현은 감사팀 대리였다. 조용하고 성실했고, 어떤 회의에서도 먼저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겸이 살해당하던 날, 그는 이미 팀을 떠난 뒤였다. 자발적인 퇴사였다고 들었다.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겸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생에서 박재현은 열한 달 전에 퇴사 처리됐다. 이겸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름이 TJ-0394 접근자 목록에 올라온 시점은 퇴사 이후였다.

"언제 접근 기록이 생긴 거야."

이겸이 말했다. 낮고 느렸다.

"오늘 오전 열 시 오십육 분이요. 퇴사 처리 완료 후 열한 달이 지난 시점이에요."

민가온이 대답했다.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덧붙였다.

"퇴직자 명의 접근이 찍혔다는 것만으로는 계정이 실제로 살아 있었는지, 누군가 이름을 심었는지 가를 수 없어요. 태성 내부 시스템의 외부 접속에는 VPN 승인이 필요하지만, 제가 받은 추출본에는 승인 번호가 없습니다. 원본 승인 기록을 대조하기 전에는 어느 쪽도 단정할 수 없어요."

해진이 프린터 옆에서 이쪽으로 한 걸음 옮겼다.

"그럼 퇴사 이후에도 계정이 살아 있었는지는 아직 모르는 거네요?"

"네. 계정 상태와 인증 원본을 함께 봐야 합니다."

민가온이 노트북 화면을 다시 반쯤 접었다. 이겸은 그 동작을 봤다. 민가온이 화면을 접는 건 말을 아끼기 시작한다는 신호였다. 이겸은 그 습관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오늘 민가온이 이 사무실로 직접 들어온 것도 같은 이유였다. 이메일로 보낼 수 없는 내용이었다.

"보고서 초안에 내 이름이랑 박재현 이름이 같이 올라간 게 언제부터였어."

"초안 처음 작성할 때부터요. 전략실 요청 코드명 기반으로 접근자 목록을 뽑았을 때, 두 이름이 같은 열에 묶였어요."

이겸은 잠시 테이블 위를 봤다. 빈 컵 하나, 볼펜 두 자루, 해진이 출력해 온 두 장짜리 비교표. 그게 전부였다. 공기는 건조했다. 형광등 하나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는데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예전 생의 박재현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 이겸의 기억 안에서 그는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먼저 고개를 숙이던 사람이었다. 감사 현장에서도 문서 정리 역할을 맡았고, 누구와도 마찰 없이 물처럼 지내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기억에 남아 있었다. 마찰이 없는 사람은 두 종류다. 아무 힘이 없거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움직이거나. 이겸은 박재현을 전자라고 판단했었다. 그 판단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사실이 조용히 드러나고 있었다.

해진이 비교표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팀장님이 자리 비운 거랑 관리자 권한 초기화 시점이 겹쳐요."

해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또렷했다. 이겸이 해진을 봤다.

"오전 내내 맞춰봤어요. 공용 계정 초기화가 오전 아홉 시 사십칠 분이고, 팀장님 오늘 첫 출근 기록이 없어요. 시스템 카드키 로그 기준으로요."

이겸은 말이 없었다. 민가온이 해진을 봤다.

"그거 어떻게 뽑은 거예요?"

"감사팀은 사무실 출입 로그 조회 권한이 있어요. 내부 감사 목적으로요. 저 권한 있거든요."

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겸은 그 담담함 안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어젯밤부터 준비한 목소리였다. 해진은 이겸이 시키기 전에 움직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지금 이 자리에서 처음 꺼냈다.

"박재현 씨 퇴사 처리 결재선은 인사기록 원본에서 확인해야 해. 우리가 받은 추출본에 결재 식별자가 있어?"

이겸이 민가온에게 물었다. 민가온이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을 몇 번 넘기더니 멈췄다.

"결재 요약에는 강인호 팀장 이름이 있어요. 다만 인사 원본 대조 전에는 결재자로 확정해 쓰면 안 됩니다."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프린터 열기 소리만 남았다. 이겸은 빈 팀장 자리를 다시 봤다. 세 번째였다. 이번엔 계산이 아니라 확인하듯이. 재킷이 여전히 의자 등받이에 걸려 있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안다는 것이 이번 생에서도 이겸을 편하게 해주지는 않았다. 박재현의 이름을 예전 생에서 기억하고 있었어도, 그 이름이 TJ-0394 목록에 올라올 줄은 몰랐다. 몰랐던 게 아니라 보지 못했다. 그 차이가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선명하게 느껴졌다. 회귀는 기억을 돌려줬지만 시야까지 넓혀 주지는 않았다.

"민가온 씨."

이겸이 말했다.

"보고서 초안, 오늘 전략실에 올라가면 안 돼. 이유는 묻지 마."

민가온이 이겸을 봤다. 잠깐이었다. 그러다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알아요. 그래서 여기 왔잖아요."

짧은 대답이었다. 그 안에 설명이 없었다. 이겸은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 민가온이 이미 전략실 쪽에서 연락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먼저 이쪽으로 온 것일 수도 있었다. 이겸은 그 가능성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해진은 그 대화를 듣고 비교표를 다시 집어 들었다. 뭔가를 적기 위해서가 아니라 손에 쥐고 있기 위해서였다. 이겸은 그 모습을 봤다. 지키고 싶다는 생각과, 판 중심으로 밀어야 한다는 생각이 같은 박자로 왔다. 이번 생에서도 그 두 가지는 같이 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두 가지가 같이 올 때마다 이겸은 항상 후자를 선택해 왔다.

오후 네 시 십 분, 읽기 전용 출입 조회 화면에 강인호 명의 카드가 지하 연결문을 통과했다는 새 줄이 생겼다. 이겸은 복도 쪽을 봤다. 발소리도, 문 열리는 소리도 없었다. 팀장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해진이 화면과 빈 의자를 번갈아 봤다.

“카드가 찍힌 것만 확인된 겁니다. 누가 들고 있었는지는 이 화면으로 몰라요.”

그 말이 맞았다. 이겸은 강인호가 돌아왔다고 수첩에 쓰지 않았다. 대신 조회 시각, 검색 범위, 화면에 표시된 레코드 식별번호를 적었다. 감사팀 권한은 이상 징후를 읽는 데까지만 닿았다. 중앙 원본을 고정하고 이후 변경 이력을 남기는 일은 IT보안 담당의 몫이었다.

민가온이 자리를 뜬 뒤 해진은 예비검토 번호를 발급하고 IT보안 담당에게 보존 요청을 올렸다. 공용 계정 접근 기록, 퇴직자 계정 인증 기록, 지하 연결문 카드 기록을 같은 시간 구간으로 묶되 원본에는 손대지 않는 요청이었다. 시스템이 돌려준 접수번호와 읽기 전용 내보내기 파일의 확인값을 둘이 함께 대조했다. 출력물은 참고 사본일 뿐이고 원본은 중앙 저장소에 남는다는 문구도 기록에 붙였다.

오후 네 시 십칠 분이 되도록 강인호는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박재현 명의 접근이 남은 경위, 공용 계정 관리자 기능을 쓴 주체, 강인호 명의 카드를 쓴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이겸은 빈 팀장 자리를 보며 단정 대신 보존 요청 번호를 수첩에 적었다. 상대보다 먼저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지우기 전에 확인할 자리를 남기는 쪽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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