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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험신문

[특별기고] 삶이 흔들릴 때, 먼저 손을 내미는 생명보험

김철주 생명보험협회 회장
김철주 생명보험협회 회장

호주 시드니의 가파른 절벽 ‘The Gap’은 오랫동안 수많은 이들이 삶을 내려놓던 비극의 장소였다. 그러나 평범한 시민이었던 돈 리치(Don Ritchie)는 45년간 이 절벽 맞은 편에 살며 160여 명의 목숨을 구했다. 그에게 특별한 비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절벽 끝을 서성이는 이에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건넨 한마디가 전부였다.

“따뜻한 차 한 잔 하시겠습니까?”

벼랑 끝에 선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작은 관심이 한 사람의 소중한 삶을 지켜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보이지 않는 ‘The Gap’이 곳곳에 있는지 모른다. 치열한 경쟁과 경제적 불안, 깊어지는 사회적 고립 속에서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청년들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힘겨워하고, 사회와 단절된 이웃들은 외로움 속에서 삶의 무게를 홀로 견뎌낸다.

‘202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사망자는 1만4872명으로 하루 평균 40.6명에 이른다. 자살은 10대부터 40대까지 사망원인 1위이며, 우리나라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4배다. 숫자 하나하나 뒤에는 홀로 감당해 온 고통과 남겨진 가족의 삶이 있다. 자살은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실직과 부채, 질병과 돌봄 부담, 관계 단절과 사회적 고립은 한 사람이 버틸 힘을 서서히 소진시킨다.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나약함이나 사적인 불행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절박한 과제다. 지난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도 분명하다. 절망의 그늘에 가려진 이웃의 위험 신호를 사회가 먼저 알아보고 차가운 고립을 깨뜨릴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이 공동체가 해야 할 일이다.

그 중심에서 생명보험의 역할을 다시 생각한다. 생명보험은 서로가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 예기치 못한 위험을 함께 나누는 상부상조의 제도다. 질병과 소득 단절, 돌봄 부담과 남겨진 가족의 생계는 생명보험이 오랫동안 마주해 온 위험이다. 마음의 위기 또한 이러한 위험들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생명보험의 역할은 불확실한 미래의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한 사람의 가치가 절망에 가려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사회적 생명선(Lifeline)’, 삶이 흔들릴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든든한 안전망으로까지 넓어져야 한다.

생명보험업계가 마음의 병과 고립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한 예방과 지원 활동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는 한강 교량 위에 설치된 ‘SOS 생명의전화’를 운영해 왔으며, 올해부터는 ‘SOS 마음의전화’를 새롭게 출범해 보다 적극적인 생명존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청년들의 마음 건강을 보듬는 심리상담과 자살 고위험군을 위한 의료비 지원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나아가 홀로 노년을 보내는 어르신들을 위해 의료비와 헬스케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삶의 위태로운 순간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해답이 아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당신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라는 믿음을 주는 따뜻한 손길이다. 돈 리치가 바람 부는 절벽 끝에서 건넨 한 잔의 차처럼, 누군가의 절박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먼저 내미는 손이 한 사람의 삶을 다시 이어가는 힘이 된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되새기며 우리 사회가 절망의 그늘에 가려진 이웃을 조금 더 세심하게 바라보고, 서로의 삶을 지켜주는 연대가 더욱 깊어지기를 소망한다. 생명보험업계도 ‘사람을 향한 금융’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실천하며, 삶이 흔들리는 순간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그 삶이 다시 이어질 때까지 곁을 지키는 든든한 동행자가 될 것임을 다짐한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 김철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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