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일을 좀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나는 분명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설명하고 있는데 왜 고객은 부담스러워할까?”
분명 보험은 좋은 상품이다. 예측할 수 없는 사고와 질병, 소득상실, 가족의 경제적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금융상품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보험을 설명하는 순간부터 고객의 반응은 사뭇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동차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우수한 성능을 비교해 주고, 여행상품을 고를 때는 기대와 설렘을 얘기하겠지만 보험을 얘기할 때는 ‘질병’, ‘사고’, ‘죽음과 노후’와 같은 불편한 단어를 꺼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보험영업의 딜레마(Dilemma)가 시작된다. 보험은 필요성을 설명하는데도 불구하고, 필요성을 강조할수록 고객은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보험의 본질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현재의 준비로 치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미래의 위험보다 현재의 만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당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매월 빠져나가는 보험료는 불필요한 비용으로 느껴진다. 사고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 받을 보험금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가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영업은 본질적으로 ‘현재의 비용’과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교환하도록 고객을 설득하는 일이다. 문제는 미래의 위험을 실제로 경험하기 전에는 그 가치를 완전히 체감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래서 영업사원은 위험에 대해 설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 위험만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면 고객은 “이 사람은 내가 걱정돼서 하는 말인가, 아니면 보험을 팔고 싶은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보험의 필요성을 강하게 전달할수록 되레 경계심만 커질 수도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딜레마는 ‘정보’다. 보험상품은 매우 복잡하다. 보장내용부터 보험료, 납입기간, 갱신여부, 면책사항, 감액기간, 특약, 보험금 지급조건 등 설명해야 할 것이 많다. 설계사의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정확하게 알려주기 위해 최대한 많은 내용을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설명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이해가 깊어지는 것은 아닌 게 문제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하면 고객은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상품의 세부적인 장점은 많이 들었지만 정작 “그래서 이 보험이 나에게 필요한가?”라는 가장 중요한 질문에는 답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좋은 영업은 상품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필요한 핵심을 찾아주는 것이 키포인트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자녀가 있고 가장의 소득에 가족의 생계가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 수많은 특약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소득의 부재’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게 좋다.
결국 보험인의 질문은 “무엇을 판매할 것인가?”에서 “이 고객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무엇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상품 중심의 영업에서는 고객이 상품에 맞춰진다. 그러나 고객중심의 영업에서는 상품이 고객에게 맞춰진다. 이는 보험영업의 가장 중요한 핵심 중 하나다.
보험이라는 상품 자체에도 독특한 패러독스(Paradox)가 있다. 보험을 가입한 고객에게 가장 좋은 결과는 무엇일까. 보험료를 적게 내는 것일까. 보험금을 많이 받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보험금을 받을 일이 아예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다. 고객이 보험료를 수년간 납입했지만 아무런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면, 경제적 관점에서 고객은 보험료를 ‘손해 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보험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다.
보험의 가치는 보험금을 받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험금을 받을 상황에 대비하는 그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평소에는 존재감이 거의 없지만,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드러난다. 그 가치를 설명하고 설득한다는 점에서 여타 다른 영업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여러분은 모두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보험일의 구력은 웬만한 직장인의 세 배에 준한다’는 말이 달리 나온 것이 아니다. 같은 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매일매일 딜레마와 패러독스를 마주쳐야 하지만 유연하게 대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하진
한화생명금융서비스 VIP지사 영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