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우리 경제의 핵심인 첨단산업 수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추진해 온 규제혁신 과제를 모두 완료하고 29일부터 본격 시행에 나선다.
이번 조치는 반도체, 방산, 바이오 등 첨단·유망산업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우리 경제를 견인할 수 있도록 수출 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최근 중동 지역 긴장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물류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관세청이 지난 2월 발표한 '보세가공 수출 규제혁신(수출 플러스(PLUS+) 전략)'의 후속 조치로, 12개 핵심 과제에 대한 3개 고시 개정을 마무리했다. '보세가공'이란 외국 원재료를 수입할 때 관세를 내지 않고 제조한 뒤 수출할 수 있는 제도로, 반도체 등 주요 첨단 수출품의 약 95%가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산업계가 가장 주목한 과제는 '연구소의 보세공장 허용'이다. 기존에는 보세공장이 양산제품의 제조·가공 시설로만 한정돼 신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소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고시 개정으로 연구소도 보세공장으로 지정받을 수 있게 되면서, 연구용 원재료 수입 시 복잡한 통관 절차와 관세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 연구·개발 속도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기술 경쟁 시대에 기업들은 행정 절차에 쏟던 시간과 비용을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물류 흐름도 대폭 개선됐다. 노후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항공기 MRO(유지·수리·개조) 분야에서는 항공기와 수천 개의 부품을 단 한 건의 승인 절차로 신속하게 반입해 개조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 최초로 대형 항공기 보잉777 개조 물량이 유치됐으며, 해당 공정은 오는 5월 초 인천공항에서 본격 착수된다.
또한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친환경 선박유를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 새로 지정된 오일탱크 56기에서 신속하게 제조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이밖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의 건설 효율성을 높이고, 거대 원자재를 사용하는 K-조선업의 작업 장소 확보를 지원하는 등 현장 밀착형 개선안이 대거 포함됐다.
국내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덤핑 철강제품을 보세공장에서 단순 가공해 국내로 우회 수입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덤핑방지관세 부과를 보세공장 특허 조건으로 부여했다. 또 특허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해 매년 갱신심사를 받도록 해 부정 우회 수입을 원천 차단한다.
관세청은 기업들이 규제혁신의 혜택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평택세관에 '중부권 첨단산업 원스톱 지원팀'을 설치한다. 이 지원팀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밀집한 평택·경기남부·충청권 등 중부권 기업을 대상으로 밀착 컨설팅을 수행하고, 24시간 통관지원체계를 구축해 첨단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이번 규제혁신은 우리 첨단산업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수출 현장의 애로사항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정책에 즉각 반영하는 등 우리 기업의 수출 가속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