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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8화]

회사 안의 반론자들

작성: 2026.09.01 19:50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공개검증위원회의 첫 출석 요구가 알려진 날, 태성 본사 구내식당의 식판 반납대 앞에 긴 줄이 생겼다. 사람들은 국회 생중계 화면이 켜진 텔레비전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화면 자막에는 회사 이름이 또 붉게 떠 있었다.

점심이 끝나기도 전에 직원 대표 명의의 집단 의견서가 감사팀으로 들어왔다. ‘외부 검증에는 협조한다. 그러나 무기한 자료 요구와 반복 면담이 정상 업무와 고용을 위협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서른여덟 개 부서에서 받은 서명이 붙어 있었다.

한이겸은 의견서를 방어 자료로 분류하지 않았다. 그는 해진에게 전 직원 설명회를 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전략을 미리 맞추자는 말도, 반대자를 확인하자는 말도 하지 않았다. 회의실 앞에는 실명 발언과 익명 질문을 따로 받을 상자를 놓았다.

첫 발언자는 물류 계열사의 야간 기사였다. “우리는 그 사람들 결재선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거래처에서 태성 사람이라는 이유로 계약을 미룹니다. 조사가 길어질수록 정의가 커지는 겁니까, 우리 월급만 늦어지는 겁니까?”

방 안이 조용해졌다. 예전의 이겸이라면 범죄를 덮으면 더 큰 손실이 온다고 답했을 것이다. 사실인 말이었지만, 지금 눈앞의 월급을 미래의 원칙으로 눌러 버리는 말이기도 했다.

“둘 다 숫자로 공개하겠습니다.” 이겸이 말했다. “조사 때문에 생기는 업무 시간과 계약 손실, 자료 보존 때문에 미뤄지는 비용까지 숨기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 비용을 누구에게 떠넘기는지도 같이 보겠습니다.”

직원 대표는 즉시 물었다. “그 표를 감사팀이 만들면 또 감사팀 결론 아닙니까?”

윤해진이 손을 들었다. “직원 대표와 외부 검증 담당자가 함께 산식을 정하죠. 조사 필요성은 저희가 단독으로 줄일 수 없지만, 면담 순서와 업무 대체 인력은 협의할 수 있습니다.”

회의 뒤편에서 누군가 ‘사건을 일으킨 임원들은 나갔는데 왜 남은 사람만 또 조사받느냐’고 외쳤다. 또 다른 사람은 ‘그때 침묵한 부서도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맞섰다. 말은 금세 서로의 자리를 겨냥했다.

이겸은 마이크를 끄지 않았다. 대신 화이트보드에 세 칸을 그렸다. 확정된 개인 책임, 아직 검증할 기관 절차, 조사로 보호해야 할 현재 고용. 그는 각 발언을 어느 칸에서 다뤄야 하는지 물었다. 책임을 섞지 않자 목소리의 방향도 조금씩 달라졌다.

생산관리 직원은 반복 면담 때문에 교대 인원이 부족하다고 했다. 가온은 면담 요청표를 확인해 같은 사람이 세 기관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은 사실을 찾았다. 그는 기관별 질문을 하나의 공동 목록으로 합치고, 답변을 재사용할 때 당사자의 확인을 다시 받는 방안을 냈다.

법무팀은 공동 목록이 진술 오염을 부를 수 있다고 반대했다. 다온은 질문은 합치되 각 기관의 법적 판단과 추가 질문은 분리하자고 제안했다. 한 번 말한 사람을 끝없이 부르지 않으면서도 수사를 회사가 대신하지 않는 선이었다.

오후 세 시, 계열사 인사팀이 구조조정 검토안을 제출했다. 검증 대응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계약직 자료관리 인원부터 줄이겠다는 내용이었다. 해진은 문서를 읽다가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자료를 지키는 사람을 비용이라는 이유로 먼저 자르면 검증도 고용도 둘 다 무너집니다.”

직원 대표는 그 말에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료관리 인원 감축 대신 임원 성과급 유보분을 대응 예산으로 쓰자고 요구했다. 재무팀은 법적 가능 여부를 검토해 이틀 안에 답하기로 했다.

이겸은 그 결정을 자기 성과로 발표하지 않았다. 회의록에는 직원 대표 제안, 재무팀 검토, 외부 위원 확인 순서가 그대로 남았다. 조사 때문에 생긴 비용을 권한이 약한 사람에게 미루지 않는다는 원칙도 별도 조항으로 적혔다.

그날 저녁 익명 상자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이 나왔다. ‘감사팀은 결국 회사를 망하게 하고 떠날 사람들이다.’ 가온이 얼굴을 굳혔지만 이겸은 종이를 폐기하지 않았다. 인신공격 부분을 가리고, 고용 대책 요구로 분류해 공개 답변 목록에 넣었다.

“기분 나쁘지 않으세요?” 가온이 물었다.

“나도 첫 생에서는 회사를 무너뜨리면 다 끝난다고 생각했어요.” 이겸은 빈 회의실을 둘러봤다. “회사는 이름만 있는 게 아니라 여기서 월급 받는 사람들로 남는다는 걸 늦게 알았죠.”

다음 협의에는 외부 노무 전문가와 협력사 대표가 참여했다. 협력사 대표는 태성 직원만 고용 보호 대상으로 적힌 초안을 지적했다. 대금 지급이 늦어지면 협력사 노동자부터 흔들린다는 말에 표의 범위가 넓어졌다.

위원회는 출석 일정을 두 주에 몰아넣으려 했다. 직원 대표가 생산 마감일과 겹친다고 반발하자, 해진은 지연을 요청하는 대신 면담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보존 위험이 큰 기록 담당자는 먼저, 이미 진술이 확보된 사람은 서면 확인으로 바꿨다.

외부 검증 담당자는 회사가 시간을 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겸은 조정 사유와 대체 일정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했다. 숨긴 연기가 아니라 설명 가능한 조정이라면 평가도 감수하겠다는 선택이었다.

일주일 뒤 고용 영향표의 첫 수치가 게시됐다. 검증 대응 투입 시간, 대체 인력 비용, 계약 지연 건수, 임금 체불 여부가 함께 올라갔다. 아직 손실은 작지 않았지만, 어디서 생기고 누가 부담하는지는 감춰지지 않았다.

직원 대표는 표 아래에 반론 의견을 붙였다. ‘측정되지 않은 불안과 평판 손실이 남아 있음.’ 감사팀은 문구를 삭제하지 않았다. 숫자가 잡지 못한 피해를 없는 것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외주 청소 노동자 한 명이 설명회 뒤 해진을 붙잡았다. 출입 통제가 강화되면서 근무 시작마다 조사 대상처럼 가방을 열어야 했다는 말이었다. 보안팀은 원본 유출 방지 절차라고 설명했지만, 정규직 연구원에게는 같은 검사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겸은 보안 강화를 철회하지 않고 기준을 바꿨다. 직급이나 고용 형태가 아니라 자료 구역 출입 권한에 따라 검사하고, 검사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계산하도록 했다. 그 조정 비용 역시 영향표에 포함됐다.

재무팀은 임원 성과급 유보분 중 일부를 대체 인력 예산으로 돌릴 수 있다고 회신했다. 법원 처분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 이사회 승인 기한, 사용 내역 공개 조건이 붙었다. 직원 대표는 조건을 읽은 뒤에야 동의했다.

협력사에서는 검증 자료 요청을 이유로 납품 검수를 늦추는 부서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가온이 전표 시각을 대조하니 평소보다 승인 기간이 이틀 길었다. 팀은 조사 협조와 거래 대금 지급을 분리하는 긴급 결재선을 만들었다.

그 조치로 모든 불만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사라는 큰 명분 아래 숨어 있던 작은 불공정들이 기록에 올라왔다. 이겸은 반론이 절차를 방해하는 소음이 아니라 절차가 밟고 지나갈 사람을 알려 주는 경보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한이겸은 전체 회의 마지막에 단상으로 올라갔다. 사람들은 사과나 결의를 예상한 듯 조용해졌다. 그는 새 조사 일정을 읽지 않고 공동 결정문을 펼쳤다.

“외부 검증은 계속됩니다. 동시에 조사 때문에 고용이 먼저 줄어드는 결정을 막는 감시도 계속됩니다. 두 일 중 하나만 정의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

뒤쪽에서 박수가 몇 번 나왔지만 금세 멎었다. 모두가 설득된 것은 아니었다. 직원 대표는 서명란 옆에 ‘조건부 동의’라고 적었고, 이겸도 그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밤이 되자 회의실 의자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벽에는 한이겸의 약속이 아니라 직원 대표·외부 검증·재무·감사팀 네 주체의 확인 칸이 붙었다. 회사 안의 반론자들은 제거할 장애물이 아니었다. 살아남은 회사를 누구의 비용으로 지킬지 묻는 또 하나의 감사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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