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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7화]

말하지 못한 절반

작성: 2026.04.02 15:01 조회수: 3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작품은 판타지 성장 장르로, 폭력과 갈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모든 등장인물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 독자에게 깊은 사고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새벽 훈련이 끝난 뒤에도 훈련장 바닥에는 목검 자국이 어지럽게 남아 있었다. 흙먼지는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아 발끝이 스치기만 해도 마른 냄새가 얇게 떠올랐다.

카일은 한참 동안 그 자국들을 내려다보다가 왼손 손목을 쥐었다. 어제 대련에서 레오가 쓴 기술이 자꾸 떠올랐다. 자신이 익숙하게 쓰던 손목 치기와는 반대였지만,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듯한 궤적이었다.

한 번 본 움직임이 아니었다.

몸이 먼저 알아봤다.

"카일."

등 뒤에서 이안의 목소리가 떨어졌다. 낮고 건조했다. 늘 그렇듯 감정은 드러나지 않았고, 그래서 더 피하기 어려운 목소리였다.

카일은 손을 내리고 돌아섰다.

"창고로 와라."

짧았다. 군더더기도 없었다.

카일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저 말 뒤에 좋은 일이 붙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말없이 따라갔다.

훈련장 뒤 창고는 여분의 방패와 부러진 창대, 낡은 안장과 젖은 밧줄 냄새가 뒤섞인 곳이었다. 문을 열자 쇠와 먼지 냄새가 먼저 코를 찔렀다. 이안은 안으로 들어가 벽에 걸린 낡은 방패 하나를 손끝으로 툭 건드렸다.

툭.

메마른 소리가 났다.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카일은 그 침묵이 제일 싫었다. 혼내려는 건지, 시험하는 건지, 이미 답을 알고 반응만 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먼저 입을 연 쪽은 이안이었다.

"어제 레오가 한 말."

카일의 어깨가 아주 조금 굳었다.

"두 기술이 같은 계통이라고 했죠."

이안은 부정하지 않았다.

카일은 그 사실이 오히려 더 거슬렸다.

"선생님도 들으셨고요."

"들었다."

"그런데 아무 말도 안 하셨습니다."

이안이 천천히 돌아섰다. 눈빛이 칼날처럼 얇아졌다.

"그 얘기는 지금 할 때가 아니다."

카일은 짧게 숨을 삼켰다. 모른다는 말이 아니었다. 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 한마디가 뼈에 박혔다.

"그럼 뭘 하려고 부르신 겁니까?"

이안은 잠시 카일을 보다가 물었다.

"레오가 왜 그 자리에서 그 말을 꺼냈는지 생각해 봤나?"

"저를 흔들려고요."

"그게 전부냐?"

창고 밖에서 말이 코를 울렸다. 젖은 마구간 공기가 문틈으로 스며들었다.

카일은 대답을 고르듯 입술 안쪽을 씹었다.

"아니면… 확인하려던 걸 수도 있겠죠."

"무엇을."

"제가 그 기술을 어디서 익혔는지, 누가 가르쳤는지. 아니면… 제가 뭘 알고 있는지."

이안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그런데 그 무표정이야말로 가장 무거운 대답처럼 느껴졌다.

카일은 괜히 웃었다.

"이쯤 되면 다들 저보다 제 과거를 더 잘 아는 것 같군요. 정작 저는 모르는데."

"불평은 나중에 해라."

"기사 되면 해도 됩니까?"

"그때는 더 비싸진다."

카일은 피식 웃었다가 곧 입을 다물었다. 이안도 아주 잠깐 입꼬리를 움직였지만, 금세 사라졌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배신은 정면에서 오지 않는다. 대개는 가장 익숙한 얼굴을 하고 온다."

카일은 가만히 들었다.

"충성도 마찬가지다. 맹세할 때는 누구나 그럴듯하다. 진짜 무게는 맹세를 깨도 될 이유가 생겼을 때 드러난다."

그 말은 훈계처럼 들렸지만, 이상하게도 카일에게만 향한 말 같지 않았다. 이안 자신이 오래전에 삼키지 못한 무언가를 다시 씹는 목소리 같았다.

카일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레오를 조심하라는 뜻입니까?"

"레오만이 아니다."

이안은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 성 안에서 네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인지 세어 봐라. 그중 네 앞날을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이 몇인지도."

문틈 사이로 들어온 빛이 그의 옆얼굴을 반쯤 잘랐다.

"그 숫자가 네 칼보다 중요할 때가 온다. 곧."

그 말을 끝으로 이안은 창고를 나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카일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발밑 건초가 바스락거렸다. 손목은 아직 욱신거렸고, 머릿속은 더 시끄러웠다.

지금 할 때가 아니다.

그 말은 결국 언젠가는 말할 수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자신이 아직 들을 자격이 없다는 뜻일까.

점심 무렵 식당은 늘 그렇듯 시끄러웠다. 금속 식판이 부딪히는 소리, 묽은 수프 냄새, 땀 식은 후보생들의 거친 숨이 뒤섞였다. 카일은 정규 식탁의 끝자리에 앉아 빵을 뜯었다. 자리는 얻었지만 환영받는 자리는 아니었다. 시선이 먼저 닿고, 말은 나중에 오는 자리였다.

그때 맞은편에서 레오와 눈이 마주쳤다.

레오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카일도 마찬가지였다.

어제까지의 적대와는 조금 다른 긴장이었다. 칼을 겨누기 전보다 칼집에 넣은 뒤가 더 불편한 법이었다.

레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안 선생님한테 불려 갔더군."

확인이었다. 질문이 아니었다.

카일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넌 별걸 다 아는군."

"별건 아니지."

레오는 빵을 한 조각 뜯어 입에 넣었다.

"그래서, 말해 주던가?"

카일은 대꾸 대신 레오를 바라봤다.

레오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겠지. 그분은 원래 중요한 얘기는 끝까지 안 하니까."

그 말이 이상하게도 창고 안의 냄새보다 더 선명하게 남았다.

너무 잘 아는 말투였다.

카일은 낮게 물었다.

"너는 그걸 어떻게 아는데?"

레오의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 하지만 곧 다시 움직였다.

"오래 보면 알게 된다."

"난 널 오래 본 적 없는데도, 네가 거짓말할 때는 알겠더라."

주변에서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가 분위기를 눈치채고 급히 입을 다물었다.

레오는 카일을 똑바로 봤다.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조심해, 카일. 네가 찾는 답이 꼭 네 편은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건 네 걱정이냐, 경고냐?"

잠깐 침묵이 흘렀다.

레오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쳐 지나가며 아주 낮게, 카일만 들을 수 있게 말했다.

"북방에 가면 모르는 척하는 게 목숨값이 될 때가 있다."

카일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손가락이 식판 가장자리를 세게 누르고 있다는 건 알았다.

저녁 무렵, 마구간 앞에는 젖은 짚 냄새가 짙게 깔려 있었다. 말들이 발굽으로 바닥을 긁는 소리 사이로 미라가 기둥에 기대 서 있었다. 손에는 작은 천 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카일을 보자 그녀가 손을 흔들었다.

"살아 있네요. 다행이다."

"그 말은 보통 전장 다녀온 사람한테 하는 거 아닌가?"

"당신 손목 상태를 보면 훈련장이 전장이던데요."

미라는 천 주머니를 내밀었다.

"연고예요. 멍 빨리 빠지는 거."

카일은 그것을 받으며 눈썹을 찌푸렸다.

"누가 말했지?"

"아무도요."

미라가 씩 웃었다.

"거짓말."

"반쯤은요. 이안 선생님이 직접 말한 건 아닌데, 창고에서 나오는 얼굴이 너무 험해서 물어봤죠. 그랬더니 손목은 무리하지 말라고만 하시더라고요."

카일은 잠시 말이 없었다. 이안이 일부러 흘린 건지, 미라가 알아챈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무뚝뚝한 사람이 자기 손목 상태를 남에게 전했다는 사실이 묘하게 남았다.

미라는 카일의 표정을 살피더니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너무 감동하진 마요. 울면 말들이 놀라요."

"내가 왜 울어."

"그럼 다행이고요. 대신 북방 가서 손목 부러뜨리면 연고값은 받아낼 거예요."

카일은 짧게 웃었다. 아주 잠깐, 가슴을 조이던 것이 느슨해졌다.

미라가 돌아간 뒤, 그는 마구간 안으로 들어갔다. 볏짚 아래 숨겨 둔 쪽지는 꺼내지 않았다. 꺼내지 않아도 그 글자는 이미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버지.

그 짧은 단어 하나가 요즘은 검끝처럼 따라다녔다.

레오의 기술.

이안의 침묵.

그리고 몸이 먼저 기억하는 검.

아직은 선이 흐렸다. 억지로 이으면 망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너무 자주 겹쳤다. 너무 자연스러웠다.

카일은 연고를 손목에 바르며 창고에서 들은 말을 다시 떠올렸다.

충성은 맹세를 깨도 될 이유가 생겼을 때 무게가 드러난다.

그 말이 자신을 향한 경고인지, 이안 자신의 과거를 향한 자백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다만 하나는 분명했다.

북방으로 가는 길에서 누군가는 맹세를 시험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카일은 남의 명령이 아니라 자기 기준으로 칼을 들어야 한다.

마구간 밖에서 바람이 문짝을 덜컹 흔들었다.

카일은 천천히 손을 쥐었다 폈다.

욱신거리는 손목이 대답 대신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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