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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8화]

북방으로 향하는 발걸음

작성: 2026.04.03 11:03 조회수: 3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작품은 판타지 성장 장르로, 폭력과 갈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모든 등장인물의 행동과 선택에 대해 독자에게 깊은 사고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북방 호송 출정 명단은 아침 점호 직후 훈련장 입구 기둥에 못으로 박혔다. 양피지 한 장이었지만 바람에 꺾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일부러 두 군데에 못을 박아 놓은 탓이었다. 후보생들이 떼를 지어 몰려들었고, 카일은 맨 뒤에서 뒤꿈치를 들어 이름을 찾았다. 머리 하나가 앞을 막았다. 옆으로 비켜야 했다.

세 번째 줄, 왼쪽 끝이었다.

'카일.'

이름 뒤에 직함도 출신도 없었다. 다른 이름들 옆에는 '귀족 출신', '기사단 추천'이라는 글씨가 작게 병기되어 있었다. 카일의 이름만 맨몸이었다. 레오가 바로 옆에서 명단을 훑고 있었는데, 카일의 이름 앞에서 잠깐 손가락이 멈췄다가 다음 줄로 넘어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 이름 있더라."

뒤에서 누군가가 비웃듯 말했다. 카일은 돌아보지 않았다. 양피지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조용히 되물었다.

"그래서?"

침묵이 돌아왔다. 그걸로 충분했다. 카일은 명단에서 시선을 거두고 훈련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발이 멈추지 않았다. 흙먼지가 발끝에서 조용히 일었다.

오전 훈련이 끝나자마자 이안이 카일을 따로 불렀다. 훈련장 뒤 창고가 아니라 이번에는 성벽 안쪽 좁은 통로, 서쪽 탑 아래였다. 돌벽에 이끼가 낮게 깔려 있었고 빛이 거의 들지 않아 낮인데도 눈이 잠시 익어야 했다. 이안은 팔짱을 낀 채 기다리고 있었다. 갑옷을 입지 않은 차림이었는데도 어딘가 무거운 사람처럼 서 있었다.

"오후 훈련 면제다."

이안이 먼저 말했다.

카일은 잠시 기다렸다. 뒤에 말이 더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안은 서두르지 않았다.

"대신 해질 무렵까지 혼자 검을 잡아라. 교범대로 말고."

이안이 덧붙였다.

"네 몸이 기억하는 대로."

그 말에 카일의 어깨가 아주 조금 굳었다. 이안은 그 반응을 보았을 것이다. 그래도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냥 돌아섰다.

"스승님."

카일이 불렀다. 이안이 멈췄다.

"교범대로 하지 말라는 건, 그 기술의 출처를 확인하려는 겁니까."

질문이라기보다 확인이었다. 이안은 반 박자 침묵한 뒤 대답했다. "북방에서 살아남으려면 네가 가진 것 전부를 써야 할 수도 있다. 그게 어디서 온 것이든." 그리고 진짜로 걸어갔다. 발소리가 돌바닥에서 점점 작아졌다.

카일은 통로에 혼자 남아 돌벽에 손을 짚었다. 이안의 말은 대답이 아니었다. 그러나 부정도 아니었다.

'네가 가진 것 전부.'

그 말이 볏짚 깊숙이 숨겨 둔 쪽지의 '아버지'라는 글자와 겹쳐 들렸다. 겹쳐지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그렇게 됐다. 이끼 냄새가 코끝에 차갑게 걸렸다.

오후 내내 카일은 서쪽 탑 그늘 아래에서 혼자 검을 움직였다. 목검이었지만 무게를 느끼는 방식은 달랐다. 교범의 순서를 따르지 않으니 손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발이 먼저 나가고 손목이 꺾이는 각도가 훈련에서 쓰던 것과 미묘하게 달랐다. 카일은 그 차이를 억누르지 않았다. 처음으로 억누르지 않았다. 땀이 눈썹 아래로 흘러들었고, 목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돌바닥에서 마른 먼지가 얇게 일었다. 동작이 거칠었다. 교범의 호흡과는 달랐다. 그러나 어디선가 본 듯한, 몸이 오래 알고 있던 듯한 리듬이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발소리가 들렸다.

레오였다.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벽에 기대어 팔짱을 꼈다. 카일이 멈추지 않자 레오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그냥 보고 있었다. 카일이 마지막 동작을 끝내고 목검을 내렸을 때 레오가 입을 열었다.

"나도 북방 명단에 있다."

자랑도 아니고 경고도 아닌 톤이었다.

"알고 있었냐."

"몰랐다."

카일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레오가 벽에서 몸을 떼며 한 발 가까이 왔다. 가죽 장갑을 낀 손이 허리춤에 걸쳐졌다.

"조언 하나 해주지."

그 말투는 지난번처럼 날카롭지 않았다. 오히려 낮고 건조했다.

"북방에서는 눈에 띄면 안 된다. 특히 네 그 손목 꺾기. 거기서 그걸 쓰면 멍청한 거야."

"왜."

카일이 물었다. 대답을 기대해서가 아니었다. 레오가 뭘 알고 있는지 가늠하고 싶어서였다.

레오는 대답하는 대신 카일의 목검을 손가락으로 툭 건드렸다. 소리 없이, 힘도 없이.

"그 기술, 이안 선생이 가르친 거 아니잖아."

그리고 더 말하지 않았다. 돌아서서 걸어갔다. 발소리가 통로 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카일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목검을 쥔 손에 괜히 힘이 들어갔다.

레오가 사라지고 나서 카일은 다시 한 번 목검을 들었다. 같은 손목 꺾기 동작을 천천히, 힘을 빼고 반복했다. 확인하듯이. 이 동작이 어디서 온 것인지 카일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 몸이 이렇게 움직였는지도 몰랐다. 다만 검을 처음 쥔 날부터 이렇게 쥐어 왔다는 것만 알았다. 먼지가 다시 일었다. 아무도 없는 통로에서 카일은 오래 서 있었다.

저녁 무렵, 미라가 성 동쪽 수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카일이 훈련 도구를 반납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미라가 먼저 보았다. 손에 천으로 싼 작은 꾸러미를 들고 있었다. 해가 기울어 수문 돌바닥에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출정이래."

미라가 말했다. 질문이 아니었다.

"응."

카일이 대답했다.

미라는 꾸러미를 내밀었다. 천을 풀자 말린 과일 몇 조각과 작은 연고 병이 나왔다. 연고는 지난번에 갈비뼈 멍에 발라 줬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카일이 말없이 받아 들자 미라가 작게 웃었다. 눈이 웃지 않는 종류의 웃음이었다.

"무리하지 마."

미라가 말했다.

"부탁이야."

카일은 꾸러미를 손에 쥔 채 뭐라고 해야 할지 잠깐 생각했다.

'걱정 마' 라고 하면 거짓말이 될 것 같았다. '고마워'라고만 하면 너무 짧은 것 같았다. 결국 이렇게 말했다. "돌아오면 빵 사 줘." 미라가 이번에는 눈까지 웃었다. 그 표정이 수문 그늘 속에서도 또렷했다.

밤에 마구간으로 돌아와 카일은 볏짚 위에 누웠다. 어딘가에서 말이 발굽을 구르는 소리가 낮게 들렸고, 젖은 짚 냄새와 가죽 냄새가 섞여 공기 아래쪽에 깔렸다. 꾸러미를 가슴 위에 올려놓고 천장을 보았다. 쪽지는 여전히 볏짚 깊숙이 있었다. 오늘 이안이 한 말이 다시 떠올랐다.

'네가 가진 것 전부를 써야 할 수도 있다.'

레오가 한 말도 겹쳐 들렸다.

'그 기술, 이안 선생이 가르친 거 아니잖아.'

두 사람 모두 같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이유로 말하지 않고 있었다. 카일은 그 침묵이 보호인지 함정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북방에 가면 누군가의 명령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판단으로 검을 쥐어야 할 순간이 온다. 그리고 그 순간에 몸이 기억하는 검은 반드시 대답을 요구할 것이다. 누구의 것이냐고. 카일은 눈을 감지 않은 채 오래 누워 있었다. 마구간 바깥에서 바람이 한 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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